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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문학' 수난자서 가해자로
[디아스포라, 한국문학의 새로운 힘] 식민지 이주민의 고통서
이주노동자의 비애와 탈북자의 아우성으로 위치 변화





오창은 문학평론가, 단국대 연구교수







디아스포라(Diaspora)는 원래 ‘이산(離散) 유대인’, ‘이산의 땅’을 의미했다. 이스라엘 왕국과 유다왕국의 멸망으로 유대인들이 개척자적 정신을 갖고, 혹은 어쩔 수 없는 생존을 위해 주변지역으로 이주하게 됐다.

유대인들은 헬레니즘 문화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지니면서도, 유대교 문화를 지속시켰던 것이다. 디아스포라는 자신의 문화를 내적으로 갈무리하면서도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이중의 과제가 포함한다.

현대사회에서 디아스포라는 전지구적 자본주의 하에서 다양한 형태의 이주가 광범위하게 확산됨에 따라, 개별적인 문제이기보다는 보편적인 상황으로 변화했다. 따라서 이주․이산에 따른 문화적 충돌과 정체성의 변화는 대부분의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하와이 이민과 근대초기 디아스포라 문학

흔히 디아스포라는 최근에 부상한 담론(discourse)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 근대문학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은 생각보다 깊은 역사적 연원을 갖고 있다. 근대초기인 1908년에 발표된 육정수(陸定洙)의 <송뢰금(松籟琴)>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하급관료였던 김경식 주사가 하와이로 노동이민을 떠나 자리를 잡은 후, 가족들을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을 다루고 있다.

육정수의 <송뢰금>에 이어 이해조는 <월하가인>(1911)에서 멕시코 노동 이민을 사회 문제로 제기하기도 했다. 이해조는 이 소설에서 조선인이 멕시코에서 천대 받고 있다는 사실에 적시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최서해의 <탈출기>(1925), 김동환의 <국경의 밤>(1925) 등이 이주문제와 관련을 맺고 있었고, 강경애의 <인간문제>(1934)도 간도의 실상을 리얼리즘으로 형상화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근대 초기의 한국문학에는 ‘국가 없는 민족’의 고통 같은 것이 은연중에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차별에 대한 내적 고통이 이주문제와 연관해 문학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주는 ‘국적이 있는 이주’와 ‘국적이 없는 이주’로 구분되어 다뤄질 필요가 있다.

‘국적이 없는 이주’의 경우, 근대 역사에서 ‘수난의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다. 실제로 나치에 대한 유대인 대학살의 경우도, 국적 없는 유대민족에 대한 대량 이주 계획이 파국으로 치닫아 이뤄진 비극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식민지 시기 ‘디아스포라 문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민족적 색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이 민족적 색채가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인종간 갈등 혹은 토착민과 이주민의 갈등 등으로 표현되었고, 대부분의 경우 조선민족은 ‘수난자’의 위치에 있었다.

우리의 안과 바깥에 있는 이주민들

당대 작가들의 디아스포라 문학을 살피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와 ‘탈북자’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재영의 <코끼리>(2005), 손홍규의 <이무기 사냥꾼>(2005), 박범신의 <나마스테>(2005), 이시백의 <새끼야 슈퍼>(2008) 등은 소설의 영역에서 이주노동자를 껴안은 중요한 작품들이다. 이들 소설은 한국사회의 변두리에서 ‘이방인’으로 배회하던 이들의 존재를 돋울 새겼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시에서는 하종오 시인의 시적 형상화 작업이 두드러진다. 그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등을 시적 주제로 포착해 <반대쪽 천국>(2004), <국경없는 공장>(2007), <아시아계 한국인>(2007), <베드타운>(2008) 등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하종오 시인은 한국 사회에 내재해 있는 이방인에 대한 무심한 차별과 ‘시선의 폭력’ 문제를 아프게 성찰했다.

탈북 이주민의 존재를 통해 분단문제를 재인식하려는 시도도 넓은 의미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전성태는 <강을 건너는 사람들>(2005)을 통해 남한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은 처참한 탈북의 참상을 담담히 그려낸 바 있고, 황석영 또한 <바리데기>(2007)에서 세계체제와 연관해 '바리'의 이주 여정을 다룸으로써 북녘의 고통을 구체화했다.

탈북자를 실존적 측면에서 형상화한 정도상의 연작소설 <찔레꽃>(2008)은 주목할 만한 성과작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탈북자를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에까지 다가서려 한 작가의 고뇌가 돋보인다.

일제 강점기 디아스포라 문학이 ‘수난자’의 위치에 서 있었다면, 당대의 디아스포라 문학은 차별의 주체가 되어 ‘가해자’가 되어 있는 상황을 성찰한다. ‘식민지 이주민’의 고통이 현재의 한국사회에서는 ‘이주노동자의 비애’와 ‘탈북자들의 아우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차이를 포용하는 똘레랑스

이방인이라는 낯선 존재는 오히려 ‘우리’의 실체를 더 명확히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주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을 반성함으로써 오히려 한국인의 내면세계가 분명히 인식될 수도 있다. 한국사회는 그간 ‘강한 민족주의의 자장’안에 있었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분단이라는 정세 때문에 국가주의적 폭력에 갇혀 있었다.

차이가 어떻게 공존으로 포용될 수 있는가는 관용(똘레랑스)의 문제이다. 현재의 한국사회는 관용의 내면화를 통해 ‘다문화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 디아스포라 문학에 나타나는 ‘약소자의 고통’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그들(이주민·이주노동자·탈북자)은 결코 ‘우리’가 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도 한때는 ‘그들’이었고, 어느 곳에선가는 ‘그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내가 행한 행위는 어느 곳에선가 내가 감내해야 할 행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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