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가 당신을 말한다] 소설가 김규나먹는 것이 생각을 결정하고 말과 행동 바꿔 세상을 변화 시켜

먹을거리가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면, 한국에서 웰빙, 로하스 족의 특징은 뭘까? 또, 먹을거리는 사람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먹을거리에 있어서 가장 까다로운 사람을 꼽는다면, 아마도 채식주의자일 테다. 고기를 절제하는 것은 물론 동물을 사용한 식품첨가물이 많은 국내 환경에서 채식을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고기는 물론 동물의 부산물인 계란과 우유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비건(Vegan)이라고 하는데, 국내 수천 명 정도로 추산한다.

이들은 단백질이 결핍되지 않도록 각종 식품의 영양소를 계산하고, 질 좋은 채소를 찾는다. 시간과 정보, 노력이 있어야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다.

채식주의자 소설가 김규나 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계란과 우유를 먹지 않는 비건이다.

- 당신의 사회적 아이덴티티를 살펴보자.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현재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2008년 문예진행기금 수혜 작가로 선정됐다. 한때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였지만, 지금은 소규모 출판사의 편집장을 하고 있다. 사무실은 신도림역 근처의 오피스텔이고, 월수입은 비밀. 배우자 없이 독신으로 살고 있다.

- 당신의 경우 경제자본은 알 수 없지만, 학력자본, 문화자본이 높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채식주의자들의 경우 학력과 문화자본이 높은 계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채식 동호회원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주부부터 교사, 전문직 등등. 얼마 전 먹을거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지상파 방송사 PD도 예전부터 채식동호회 회원이라고 알고 있다. 이들이 올린 글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화자본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 채식하게 된 계기는?

채식을 하게 된 사람들의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건강 때문에, 둘째 생명에 대한 경외감 때문에, 셋째 환경운동의 차원에서다. 나 같은 경우 생명에 대한 경외감 때문이다. 10년 전 쯤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실린 소와 눈이 마주쳤다. 그 소가 탄 트럭이 가는 길이 가축 도살장이더라. 그때 왜 고기를 먹어야 할까, 회의에 빠졌다. 그리고 1년 전에 또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올해 초 완전히 고기를 끊었다.

-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실천하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가?

초기 투자비용은 든다. 예를 들어 단백질 섭취를 위해 현미밥을 먹어야 하니까 쌀을 바꾸고 밥솥을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육식을 할 때와 비교해서 식비가 더 들지는 않는다. 채식주의자들의 궁극적 목적은 소식(小食)이다. 따라서 예전보다 적게 먹는다.

비건의 경우 밖에서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아 음식을 집에서 해먹는다. 매끼 식사를 만드니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귀찮다기보다 즐겁다. 혼자 먹는 밥도 맛있게 느껴진다.

- 채식을 하면서 아이덴티티가 바뀌었을까?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채식을 하면 환경문제와 기아문제를 연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 물이 2만 리터와 곡식 7kg이 들어간다. 미국인이 육식의 양을 10%만 줄이면 기아에 허덕이는 6000만 명을 살릴 수 있다. 전체 곡식 수확량의 30%만 인간이 소비를 하고, 70%는 인간이 고기를 얻기 위해서 가축이 소비한다.

채식을 선택하는 순간 환경론자가 되고, 생태주의자가 된다. 또 무엇을 먹어야 할지 알기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해야 한다. 요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채식주의자가 되면 사교생활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커밍아웃하면 주변인들이 채식에 관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의제가 생긴 셈이니 주변사람들과 대화는 오히려 많아진다. 그리고 채식을 주제로 많은 관계망이 생긴다.

뱃살이 좀 준 것 같고,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도 가끔 듣는다.

- 먹을거리가 아이덴티티를 정한다는 명제에 동의하나?

동의한다. 폴 매카트니가 “채식이 어려우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고기를 끊자”고 말했다. 부모의 이런 실천은 아이들이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게 만든다. 인간이 먹는 것이 생각을 결정하고, 생각이 말을 변화시키고,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