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이장섭 전 '분절공간 TWIST SPACE'



이 사진들의 첫인상은 기시감이다. 심상하고 익숙한 서울의 풍경을 굳이 빽빽하게 담아낸다. 그러나 편재한다고 해서 이 불균질마저, 오래된 공간의 전전긍긍한 입지와 천진할 만큼 위압적인 새로운 구조물의 스펙터클이 어색하게 끼워 맞춰진 저 경계들마저 편안하게 느껴질 리 없다. 이장섭의 사진은 서로 다른 시간이 충돌하는 시각적 충격이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이곳은 사람들의 욕망과 역사적 내력, 문명의 힘이 들끓는 삶의 터전, 한국사회의 물리적이고도 상징적인 저변이다. 미술평론가 박해천이 말하듯 "거대 건축물에 대한 과대망상적 욕망"이 발설되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개발 수익에 열 올리는 부동산업자와 건설업체들이 군침"을 흘린 결과 "악다구니 멈출 날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공동체로 삶을 영위해 나갔을, 한때 동네나 골목이라고 불렸을 공간"이 밀려나가는 '상태'다.



작가는 블로그에 자신이 느끼는 "가속화되는 현실과 느린 과거 사이의 긴장"에 대해 고백했다. "표류하는 공간 속의 표면들이 마찰을 일으키는 에너지"가 그에게는 "분절화된 공간들의 묵음의 아우성"으로 들린다.

이 청각을 시각화하기 위해 작가는 박해천의 말마따나 "독특한 자리를 점유한다." 그러고 보면 이 사진들이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면서도 즉물적이지 않은 것은 그 시선의 높이 때문이다.

걷거나 차를 타고 지나치면서는 결코 겪을 수 없는 거리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툭 트인 시야도 아니다. "이 정도 높이라면, 낭만 과잉의 정서가 뜨겁게 흘러내리는 산보자의 시선도, 투기적 이윤 창출에 눈이 멀어버린 조감의 시선도 외면할 수 있다."

그렇게 담백하고도 정직하게 우리가 사는 상태를 폭로한다. 담백하고 정직하게 볼수록 기괴해지는 "배배 꼬인"(이장섭 블로그 중) 공간의 감각을.

이장섭의 개인전 <분절공간 TWIST SPACE>는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스페이스집 갤러리(02-957-1337)에서 8월9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관훈갤러리(02-733-6469)에서 7월29일부터 8월18일까지 열린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