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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책, 서른을 공감하다
[서른 살이 묻는다]
인생의 기로에 선 젊은이들의 다양한 자화상 그려내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적막한 어둠 속. 시계의 초침이 자정을 향해 달려간다. 틱(tick) 틱, 틱, 붐!(Boom) 정확히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은 시각, 시계 소리가 유난히 날카롭다. 스물 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묵은 해를 넘기며 새해를 맞는 것과는 다르다.

뮤지컬 <렌트>의 창작자(작사, 작곡, 대본)인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뮤지컬인 <틱틱 붐>. 조나단 라슨의 분신인 존은 근사할 거라고 상상한 서른 살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거울 속에서 보이는 사람은 뮤지컬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하고 연애마저도 위태로운 별 볼일 없는 스물 아홉 살의 남자일 뿐이다.

‘이렇게 서른을 맞아도 되는 것일까’, ‘실패한 인생은 아닐까’라는 의문으로 청춘의 열병을 앓는 그의 모습은 서른 즈음에 선 젊은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스물 아홉의 세연은 시시때때로 우황청심원을 입에 문다. 일상의 많은 순간이 소심녀 세연에게는 시험 시작 10분 전의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원작이 동일한 연극 <오월엔 결혼할 거야>와 창작뮤지컬 <웨딩펀드>에 등장하는 그녀는 동갑내기 친구 두 명과 세기 말과 같은 불안정한 나이를 결혼과 돈, 우정이라는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스물 아홉 살 남녀 네 명의 자아 찾기를 담은 창작뮤지컬 <싱글즈>는 스물 아홉 살의 일과 연애, 결혼과 우정 등을 가감 없이 표현해 흥행몰이를 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결혼이나 일에서든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강박증은 서른이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담담한 포용력으로 치환되면서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영화와 공연은 끝났기 때문에 해피엔딩이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물 아홉의 수선스러움이 근사한 서른을 위한 막판 뒤집기를 위함이라면, 서른은 그동안 분명해 보이던 모든 것이 뿌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시작점에 자리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쓴 소설가 정이현은 이러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스무 살엔, 서른 살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반대다. 오히려 ‘인생이란 이런 거지’라고 확고하게 단정해 왔던 부분들이 맥없이 흔들리는 느낌에 곤혹스레 맞닥뜨리곤 한다. 내부의 흔들림을 필사적으로 감추기 위해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일부러 더 고집 센 척하고 더 큰 목소리로 우겨대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혼과 평생 뭘 하며 살지에 대한 걱정은 서른한 살의 은수와 유희, 재인을 짓누르는 물에 젖은 솜덩이다.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로맨틱한 드레스를 입고, 단짝 친구들끼리 모여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으며, 일과 연애를 즐기는 일상은 <섹스 앤 더 시티>에서의 캐리의 특권이라는 걸 뒤늦게 자각하게 된다.

지난해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와 올해 그 후속편인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를 펴내면서 출판계의 서른 살에 대한 담론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1편이 1년 반 사이 80여 쇄를 찍어냈고 2편은 한 달 사이 17 쇄를 찍어냈다.

서른을 기점으로, 혹은 서른 살을 직접적으로 내세운 서적을 대략 꼽아보기만 해도 올해 상반기에 나온 책만 열 권을 넘어선다. 과거 서른 살에 대한 책은 이미 성공한 이들의 자전적 성공 스토리 안에 녹여낸 조언과 충고가 주류였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지한 심리학적 접근과 위로를 비롯해 서른과 여행을 접목한 책이라던가, 서른 살을 소재로 한 소설 등 다양한 접근이 달라진 점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서른 살 자신이 말하는 서른 살의 이야기다.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그들이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스스로를 조명하기 시작한 것. 서른 살 직장인인 정경빈 씨는 <서른, 내 꽃으로 피어라>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책으로 기록했다.

브리티시콜롬비아 주의 슈쉬왑(Shushwap)이라는 지역에 살던 인디언 부족이 20~30년에 한 번씩 마을 전체를 이사하면서 지속적인 활기와 풍요를 담보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발적인 변화만이 서른 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새벽의 3시간 미래의 자신을 위한 글쓰기와 독학 등 그가 택한 변화는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책갈피'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가 제안하는, 서른 살 직장인을 위한 조언


1. 직장에서 제2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대리들에게

직장에서 대리는 '샌드위치'같은 존재이다. 만약 당신이 의존과 독립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임을 인정하도록 하자. 나 역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도망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더구나 별로 아는 것도 없는데 후배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도망가는 대신 더 많이 공부하는 쪽을 택했다. 신기하게도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감이 붙고 점차 내 역할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2. 치열하게, 치열하게, 치열하게 살아라

이것저것 찾아보고 시도해 보면서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20대에는 잘못된 것은 수정하면 된다. 그러나 30대에는 선택한 것이 무엇이든 아주 틀린 길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일단 선택한 일에 몸을 던져 치열하게 살아보라. 30대에는 그래야만 한다.
시간은 정직하다. 시간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우리가 쏟은 열정과 에너지의 양만큼, 딱 그만큼의 결실을 돌려준다. 그것이 바로 시간의 법칙이며, 많은 사람들의 사례가 그것을 증명한다.

3. 같이 손잡고 울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두 명 이상 만들어라.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때면 한 번씩 '내 결혼식에도 저렇게 많은 친구들이 올까'하는 기대와 걱정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른 살의 친구 관계는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다.
30대가 되면 친구와의 관계를 의식적으로라도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규칙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고, 친구가 힘든 일을 당하면 달려가 그의 옆에 있어주라. 하지만 친구가 많지 않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진정으로 믿어 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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