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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예술치료, 힐링아트의 세계]
음악·미술·춤 등 치유 성격 강한 작품 모아 공연·전시로 저변 확대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삶의 무게가 버겁기도 하다. 현대인들에게,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은 추상적인 희망이 아니라 이미 실용적인 치료의 한 방법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예술에 의학을 접목시켜 인간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예술치료는 이미 대체의학에서 중요한 분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제까지 예술치료는 대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가진 환자나 정신지체, 뇌성마비 또는 일탈 행동을 하는 청소년에게 적용되어 왔다.

하지만 꼭 이런 병적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만 예술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엔 특히 치유의 성격이 강한 작품들을 모아 공연·전시하거나 다른 장르와 결합하면서 저변을 넓히는 '힐링 아트(healing art)'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다친 마음에 음악 연고를 바른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들이 있다.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의 음악이 그렇다. 서정적이고 애잔한 멜로디로 듣는 이의 감성을 부드럽게 감싸는 그들의 음악은, 그래서 흔히 '힐링 뮤직'으로 분류된다.

힐링 뮤직은 Heal through the Music을 줄인 용어로, 직역하면 '치유음악' 혹은 '치료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병이 낫는 것은 아니다. 자연친화적인 음악과 아름답고 부드러운 선율로 피로가 만성이 된 현대인의 마음에 활력과 평안함을 주는 것이다.

힐링 뮤직은 국내에도 있다. 7월 24일부터 3일간 충북 진천에서 치러진 '2009 힐링 뮤직 페스티벌'은 국내외 힐링 뮤지션들 공연과 심리치료 부대행사를 통해 힐링 뮤직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줬다. 아직은 국내에서 힐링 뮤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그것을 지향하는 뮤지션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힐링 뮤직 연주가들의 공연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파하는 티베트 전통음악 가수 겔상 츄키는 첫 날 무대에 처음 올라 달라이 라마에 관한 노래 '다와돌마'와 '옴마니반메훔' 등을 노래했다. 빼앗긴 조국의 면면이 드러나면서도 티베트만의 문화적 아름다움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비슷한 정서를 지닌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또 국내에 많지 않은 힐링뮤직연주그룹 노튼(Noton)과 오카리나 연주자 한태주도 첫 날 무대에 올라 생명의 메시지를 선율 속에 흘려 보냈다. 초등학교 교육 외에는 어떤 교육도 받지 않은 한태주는 산과 들에서 익힌 자신만의 음악세계로 관객들에게 신비감을 제공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공연기획사 실버트레인은 "치열하게 앞만 보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한 휴식이다. 물질적 풍요와 편리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우리 속에서는 늘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런 현대인의 '떠남'에 대한 갈망에 착안해 이 같은 페스티벌을 생각했다"며 이번 행사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누구나 힐링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한국미술치료연구소가 밝힌 '미술치료사의 요건'에는 미술에 대한 지식이나 심리학 전공 학위 같은 조건들이 없다. 대신 미술치료사에게 중요한 것은 '인품'이라고 말한다. 치료자가 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인물인가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런 인품을 갖추기 위한 세부조건으로 '건강'과 '호감' 등을 꼽고 있다. 결국 미술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가 타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열린 태도'를 견지하라는 것이다.

7월 22일부터 파주의 교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하트 힐링 아트전, 첫 번째 그림이야기>는 이런 태도를 충실히 지키고 있는 미술치료사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장이다.

하트 힐링 아트 학술연구회(HART: Healing Art Research Team)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미술치료사들인 하트 힐링 아트 학술연구회 선임연구원과 카페 회원을 비롯해 그들이 추천한 아르 브뤼트(Art Brut) 작가들 등 20명의 힐링 아티스트(Healing Artist)들이 참여한 행사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 그대로의 예술이라는 뜻의 '아르 브뤼트'는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창작 작품을 조사하던 현대미술가 장 뒤뷔페가 그들의 작품에 붙인 이름이다.

하트 힐링 아트 학술연구회 선임연구원이자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장은미 미술치료사는 "현장에서 보면 정말 재능이 아까운 사람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장애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뒤집어 장애가 창조적인 예술작품의 원동력이라고 하는 '에이블 아트(Able Art)'도 있듯이, 이들이 작가로서 대우받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바람을 내비쳤다.

'가슴 뛰는 삶을 살기 위한 따뜻한 미술 실천하기'를 목적으로 지난해 9월 창립된 하트 힐링 아트 학술연구회는 이처럼 미술의 치료적 기능을 학문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병희 미술치료사는 "미술창작활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자원을 발견할 수 있다면 누구나 힐링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나의 변화'를 통해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트 힐링 아트전>은 힐링 아트라는 이슈에 대한 흥미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상력의 보고로써 미술치료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미술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무엇임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미술의 진화를 보여주는 다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몸으로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한다

춤을 통한 치료는 일반에도 제법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은 여전히 적다. 하지만 춤 치료에 관한 연구는 예술계를 넘어 체육계와 의료계에서도 꾸준히 늘고 있어 향후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무용가를 중심으로 '댄스 테라피'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어 온 춤 치료는 과거에는 건강 유지를 목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춤이 병의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들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예술계에서도 기존의 동작 중심의 치료에서 점차 확장되어 지금은 '모션 테라피'라는 큰 범주로 묶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부천시 오정구청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여성영화 상영회'에서는 영화와 함께 하는 모션 테라피라는 이색적인 콘셉트로 춤 치료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성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그 경험이 불러일으키는 정서를 바탕으로 몸의 움직임을 통해서 행사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상호 소통하고 심리적 어려움들을 해소하려는 치유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화제작 <벌거벗은 히치 하이커>의 상영이 끝난 후 춤심리치료사의 도움으로 진행된 모션 테라피는 참가자들의 체화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스스로에게 희망과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며 서로를 응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힐링 아트가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시 밖으로 건강하게 표출하는 흐름을 원활히 해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미술치료사로서 25년간 수많은 치유관련 베스트셀러를 쓴 루시아 카파치오네 박사는 자신의 저서 <감정치유 - 상처받은 감정을 돌보는 통합적 미술치료>에서 "감정은 우리 몸 안에 에너지 형태로 담겨 있어서 아무리 없애거나 부정하려고 해도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튀어나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부정적인 감정을 책망하고 그것을 행복한 얼굴로 덧씌우려 하지 말고 모든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아파하고 나서야 진정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힐링 아트는 우리에게 감정에 솔직하도록 독려한다. 그래서 힐링 아트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몰랐던, 사실은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그것을 표출하며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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