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윤영혜 전 < HideShow-Eating Flower>

윤영혜 작가는 어느 날 자신의 작품들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2005년부터 접시 위에 올린 꽃을 그린 연작을 진행하고 있던 터였다.

그의 작업은 “본의 아니게” 미술시장의 환대를 받았다. ‘꽃을 먹는다’는 은유를 통해 욕망이 미화되는 상황을 드러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기에 예쁜 그림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미술시장은 호황이었다.

자신의 작품이 유통 과정의 맥락에 따라, 그것을 “화폐와 바꾸어 입양한”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사태에 작가는 혼란을 느꼈다.

“문득 다시 한번 지금까지 내가 벌여왔던 작업과 행적들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미술시장을 통해 팔려나간 나의 작품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그와 교환된 화폐들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갑자기 허무함과 공허함으로 무기력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작가는 서울특별시립보라매병원을 찾았다. 자신의 작품의 행방을 추적한 것이다. 이 병원은 건축물 미술장식 법에 따라 그의 작품을 구매해 정형외과 병동과 MRI 촬영 영상의학과 대기 홀에 걸어 놓았다.

1-HideShow Eating Flower gallery
2-HideShow-Eating Flower 100cm diameter
3-HideShow-Eating Flower sickroom
4-HideShow-Eating Flower
5-HideShow-Eating Flower gallery
6-HideShow-Eating Flower lobby
7-HideShow-Eating Flower living room

환자 중 누구라도 그 작품들로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기대와는 달리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작가는 이상과 현실 간 차이를 실감했다. “그것이 미술시장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 연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에 작품이 걸린 공간을 포함해 그린다. 액자 유리에 비치는 화랑, 경매장, 사무실, 거실 등의 풍경이 꽃 위에 겹쳐진다.

그럼으로써 이 작품들은 “단지 묵묵한 장식의 역할”을 하는 것을 거부한다. 스스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제스처다. 미술평론가 심상용은 이 “‘회화 이후’의 각성이 회화가 하나의 상품으로(서만) 정의되고 교환되는 만연한 실상에 새삼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9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02-2105-819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