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책을 읽는가] 파워블로거·특화된 서점 활용 강연 듣기나만의 스타일과 안목 키우기

(위) 인문학 서적전문 북카페 '이음아트도서' (아래) 사회과학 전문서점 '그날이 오면'

앞서 <2008 국민독서실태>에서도 보았듯, 많은 독자들이 좋은 책을 읽고 싶어도 책 정보를 알 수 없어 독서를 못한다고 대답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대형서점, 신문 등의 책 정보가 넘쳐나지만, ‘제대로 된 책’을 고르지 못했다면, 다음 정보를 눈 여겨 보자.

파워 블로거를 활용하세요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터넷에는 내가 필요한 정보가 없다”고 누누이 말해왔지만, 한국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적어도 독서의 달인들이 소개하는 책에 관한 정보가 있다.

다음의 카페 <비평고원>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서평 전문카페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조영일(카페 별명 소조)씨는 200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문학평론가. 그러나 이 카페의 서평 분야는 문학을 넘어선다.

장기간 서평을 올린 ‘불멸회원’의 경우 시골 약사부터 회사원, 인문학 박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이 올린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서평과 칼럼으로 회원 수 9000명에 달하는 최대 서평 카페로 성장했다.

출판 관계자들이 운영하는 ‘전문가 블로그’도 눈 여겨 볼 만하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이 운영하는 블로그 <세상의 창>(http://blog.naver.com/khhan21/)에는 신간 서평은 물론, 국내 출판 시장에 관한 최신 정보도 매주 업데이트 된다. 인문학 이외에도 자기계발서, 경영서 등 신간 서평이 강점이다.

출판사 그린비의 직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http://www.greenbee.co.kr/blog/)에는 그린비에서 출간된 인문 서적 이외에도 인문, 사회학 고전 서평과 토론 내용이 올라와 있다. 서평 이외에도 출판사 직원들의 책 고르는 기준, 독서 고충 등 독서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특히 블로그의 한 코너, ‘출판 편집 이야기’의 경우 저작권, 출판사 브랜드 등 출판 시장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가 담겨 있고, 또 다른 코너 ‘인문학 해외 통신’에서는 인문학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의 연구원들이 해외 인문학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특화된 서점도 좋아요

책을 고를 때 ‘나만의 스타일’을 원한다면 특화된 서점을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혜화동 동숭아트센터 근처에 위치한 <이음아트>는 문화예술로 특화된 서점이다. 인문, 사회과학을 중심으로 신간을 소개했지만, 근처 공연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서점의 위치 덕에 몇 해 전부터 예술 서적도 다수 소개하고 있다. 이곳의 주인인 한상준 씨는 20년 간 신문 서평을 스크랩해 온 전문 북마스터. <이음아트>는 한 달에 한 번 서점에서 공연을 올리거나, 전시회를 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종로구 창선동의 <가가린(Gagarin)>은 헌책방과 소규모 출판물을 함께 소개하는 독립 서점이다. 독립서점이란 ‘작가가 직접 소량 생산한 출판물을 파는 전문 서점’을 말한다. 전문 잡지, 인문서적, 예술서적, 사진집, 전시회 도록 등을 3~4권씩 소량으로 소개한다.

인문, 예술, 패션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해당 분야 전문 서적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립 서점의 특징 상 작가와 직거래를 하는 방식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기도 좋다. 국내에는 3~4년 전부터 생겼지만, 아직 서울을 중심으로 몇 군데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 정도다.

지난 해 10월 문을 연 선재 아트센터 1층 <더 북스>(The books)는 서점과 카페, 전시장을 합쳐놓은 일종의 독립 서점이고, 청담동에 있는 <데일리 프로젝트>는 의류 매장과 카페, 전시장을 운영하면서 가게 한 켠에 패션 관련 독립 잡지들을 배치했다.

<인디고 서원>(http://www.indigoground.net/index.html)은 부산에 있는 청소년 인문학 전문 서점이다. 2004년 문을 연 이곳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알맞은 인문, 사회 도서를 추천하고 독서 모임을 만들어 부산지역 인문학의 메카로 통한다.

이 밖에 서울대 <그날이 오면>, 성균관대 <풀무질>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인문, 사회과학 서점이 아직 남아 있다.

강연과 함께 읽으면 일석이조

그래도 책 읽기가 어렵다면, 독서 달인들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앞서 인터뷰한 시인 겸 문학평론가 장석주 씨는 내용을 예측할 수 없는 소설보다 인문학 서적을 평균적으로 더 빨리 읽는다고 했다. 배경지식이 있으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미 사전 지식이 많은 사람은 책도 빨리 읽고, 내용도 훨씬 잘 이해한다. 따라서 인문, 사회과학, 예술 서적을 처음 접할 때 이에 관련된 강연을 함께 듣는 것도 책을 잘 읽는 방법이다.

이달 3일부터 16일까지 황지우 전 총장 등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전·현직 교수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하는 일반인 대상 문화예술캠프가 열린다.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리는 ‘2009 자유예술캠프’는 모두 8개 강좌가 개설되고 한 강좌는 2시간짜리 4∼5강으로 구성된다.

김소영 영상원 교수, 김채현 무용원 교수, 소설가 복도훈, 시인 성기완씨 등 10명이 강사로 참여한다. 수강료는 각 1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freeuniv)에서 수강 신청할 수 있다.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문화예술 동영상 강연 사이트 <아트 앤 스터디>(http://www.artnstudy.com/)를 참조해 보자.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의 ‘한국 근현대문학사’를 비롯해 미학이론가 진중권 씨의 ‘현대예술의 철학’,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의 ‘서양 건축사’ 등 문화예술에 관한 수백 개의 동영상 강좌가 올라와 있다. 가격은 10~12개 강의 당 4~5만원가량이다. 소설가 조정래 씨의 ‘문학과 인생’, 김지하 시인의 ‘고리의 미학’ 등 무료 강연 동영상도 있다.

올 가을쯤이면 서울대 교양수업도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는 지난 26일부터 사회과학과 인문학, 과학, 의학, 예술, PBL(문제중심학습) 특강 등 6개 영역의 19개 온라인 강좌를 마련한다. 교수와 학생 등 500명을 대상으로 이달 중 시험운영을 거친 뒤 이르면 10월께 일반인에게도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