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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다양한 '美'가 필요해"
[한국 미술에 '고야'는 있는가] 김정락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미술의 불복종'서 정치든 사조든 권력화된 것들에 의문을 제기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







<미술의 불복종>은 새로운 형식의 미술사다. 연대기적 서술이나 작가주의적 관점 같은 ‘관습’은 없다. 항목은 분수, 초상화, 민중미술, 사실주의, 미술 파괴 행위, 팝아트, 풍경화, 여성 미술 등으로 분류된다. 책은 각각의 ‘미술적’ 항목을 둘러싸고 모여든, 펼쳐지고 흘러가는 당대의 정치 사회 현실, 권력구조, 그 안에서의 삶의 풍경과 공통 감각들을 꼼꼼하게 설명한다.

미술은 작가 개인에게 복속된 것, 혹은 단지 작품 하나가 아닌 작가와 작품을 구심점으로 벌어지는 이해(利害)와 욕망의 행위들까지 아우른다. 그럼으로써 책은 미술이 무엇인지, 미와 미의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설하지 않고도 명확히 보여준다.

어떤 형상의 미를 지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 책의 가치 판단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중요하게 기술되는 미술들의 특질에서 가늠할 수 있다. 정치든 미술사에서 절대화된 기존 사조든 권력화된 것들에 의문을 표하고, 권력이 폭력이 될 가능성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미술의 불복종>이다. 제국주의적 미국 정부에 저항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저작 <시민의 불복종>을 변주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정락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을 만나 한국미술의 미의식에 대해 물었다.

강의 노트를 엮은 것이 책의 출발이라고 알고 있다.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나.

남들이 한 말을 믿지 말고 의심이 나면 스스로 연구하라는 것이다. 미술을 비판적으로 읽는 것을 강조한다.

분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분수라는 건축 형식에 당대 정치 권력의 자기 정당화 논리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미술의 범주를 일상에서 마주치는 여러 표상과, 그 체험으로 넓히려는 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예를 들면, 립스틱을 고르는 것도 미술 행위라고 생각한다. 손등에 여러 색을 발라보면서 자신의 미적 감각에 맞는 것을 찾지 않나. 미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싶었다. 미술 형식도 머리가 아닌 체험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면 그래피티는 사회에서 밀려나간 사람들에게 ‘맞는’ 미술이다.

한국미술이 예쁘기만 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미술의 불복종>의 여덟 장에서 이야기하는 ‘미’는 각각 다 다르다. 미는 단일한 개념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미술에서 미의 의미는 협소하다. 일제 강점의 역사적 경험 때문이 아닌가 싶다. 피식민지에는 사회가 변혁할 요인이 허락되지 않잖나. 미술에서의 정서와 감각도 몇 가지 틀로 한정된 것 같다. 자극을 참아야 하는 정도의 미적 감수성은 허락되지 않는다.

1980년대 민중미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어떤 사조가 나타나면 스스로 발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다 거치지 못했다. 조형언어를 좀더 다듬을 수 있었다면 좋은 작업이 나오지 않았을까. 미적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오윤의 목판화 같은 것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케테 콜비츠의 목판화만큼 마음을 울리지는 못한다. 리얼리즘의 관건은 체감할 수 있는 현장성이 있는가, 이다. 깊이 있는 형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과 더불어 미적 체험이 필요한데 다양한 미를 배우지 못했던 것이 한계였다.

권력과의 관계에서 미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미술은 권력과 대등하지 않다. 휘둘릴 수밖에 없다. 다만, 권력이 닿지 못하는 삶의 행간에 의미를 심어놓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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