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인문학계 변화의 바람] 지행네트워크 오창은·하승우 연구원지식인·시민사회단체·시민연대 폐쇄적 지식인 사회 한계 타파

앞서 소개한 대안지식공동체 중 지행네트워크는 문학평론가 오창은, 이명원 씨와 한양대 연구교수 하승우 씨가 만든 대안지식공동체다. 2007년 활동을 시작한 이 세 사람은 최근 지행네트워크의 활동과 대안지식공동체에 관한 글을 모아 책 <나는 순응주의자가 아닙니다>(도서출판 난장)를 냈다.

저자는 책에서 한국사회에는 “통합적이고 유기적 지식을 생산하고 실천하는 보편적 지식인은 사라지고 협소한 영역의 탐구에만 매몰된 전문가, 기술 관료만 넘쳐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폐쇄적인 지식인 사회의 한계를 타파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지식인과 시민사회단체, 일반 시민이 연대하는 ‘지식협동조합’을 제시한다. 저자이자 지행네트워크(이하 지행)의 연구원인 오창은, 하승우 씨를 만났다.

- 대안지식공동체 중에서도 지행은 독특한 경우다. 어떻게 생겨났나?

오창은) 처음 지행을 시작할 때는 ‘지식인 사랑방’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여성학, 역사학, 문학, 정치학, 경제학 전공자들이 세대 간 소통하는 학문적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나서는 일반 대중과 함께 하는 공적 실천의 영역으로 나아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 정치, 사회 강좌인 <콜로키움>이나 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강연을 시작했다. 다른 대안지식공동체가 공간을 중심으로 지적 담론이 형성됐다면, 지행은 연구소 밖으로 나아가는 활동이 많았다.

- 해외에서 대안지식공동체 사례가 있나?

하승우) 외국의 경우 반(半)제도적 형태가 많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지원을 받는 지식공동체나 연구단체들이 많은 성과를 낸다. 우리처럼 비(非)제도권으로 만든 대안지식공동체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여기에는 한국적인 특수성이 있다. 대학이 특정 학문을 배제하고 제도권에서 튕겨 나온 지식인들이 따로 커뮤니티를 만든다.

제도권의 지식인들도 비제도권 지식운동을 위해서는 제도를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철학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철학자 이정우 씨의 경우 교수직을 그만 두지 않나.

- 책에서도 밝혔지만, 대학의 인문학 강좌가 폐강되는 등 제도권 내 인문학이 홀대받는 반면, 비제도권에서 인문학 수요는 점점 더 늘고 있다. 지행의 <콜로키움>도 원래 시민단체 활동가를 중심으로 개설했지만,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 많다. 이 괴리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오창은) 인문학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 때문인 듯도 하다. 대학의 인문 정신이 없어진 상황에서 사람들의 욕구가 늘어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든 학문의 목적이 자본의 창출에 집중되면서 인문학이 도태되는 현상, 김종철 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영성이 사라진 시대’에 이중적인 결과로 귀결되는 듯하다.

리호이나키(미국 정치학 박사, 국내 출간된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나아가다>가 있다)의 책을 봐도 그렇고, 이런 건 전 지구적인 상황인 듯하다.

- 대안지식공동체의 활동 방향으로 ‘지식협동조합’을 제안했다. 기존의 대안지식공동체와 어떤 점이 다른가? 그리고 지행이 지식협동조합을 추구할 건가?

하승우)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투자금을 내고 이윤을 배분하는 형식이다. 협동조합은 출자자가 조직 내부의 경영에 관여한다. 예를 들어 지행이 지식협동조합의 형식을 띠게 된다면, 어떤 강의를 진행할 것인지, 어떤 강의 형태로 나갈 것인지 모든 출자자들이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몇몇 지식인이 머리 역할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팔다리가 되는 게 아니라, 출자자 모두 같은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 책의 후반에 지식협동조합을 제안했지만, 지행이 이런 형태로 나아갈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8~9월 내부 논의 후에 결정할 것이다.”



이윤지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