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국사회에 어퍼컷을 날리다] 출판사이자 전방위 만화 기획사, 대안적 만화 만드는 작가 네트워크

요즘 한국만화의 새로운 경향에 주목하면서 ‘새만화책’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새만화책은 대안적 만화잡지와 만화책을 맞드는 출판사이면서 만화를 주제로 전시, 워크숍, 강좌를 여는 기획사다. 뜻을 같이 하는 작가들의 사랑방이자 네트워크 그 자체이기도 하다.

2002년 김대중, 조경숙 공동대표가 ‘좋은’ 만화를 만들고자 의기투합한 이후 7년째 만화와 관련한 전방위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만화잡지 ‘새만화책’ 6호를 비롯해 <을식이는 재수없어>, <푸른 끝에 서다>,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 등 5권의 단행본을 출간했고, 4월에는 프랑스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서 원고와 조형물, 벽화 등을 전시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대한문 앞에 걸렸던 영정 걸개그림도 새만화책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김대중 대표는 당시 ‘정치사회풍자만화잡지’를 발간할 뜻을 밝혔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그림학교’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새만화책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오락거리로서의 만화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만화도 아니다. 차라리 만화가 무엇인가, 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만화라는 언어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고 그 지평을 넓히려는 치열함이야말로 새만화책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만화에 현실과 삶의 질감, 역사와 사회 구조가 자연스럽고도 진지하게 불려 나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새만화책’에서 김대중 대표를 만났다.

새만화책이 추구하는 만화의 성격은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떤 이는 사회 의식을 명백히 앞세워 작업하고 어떤 이는 개인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 등 소속 작가의 작품 세계가 다 다르다. 하지만 이렇게 만화의 스펙트럼이 풍성한 상태가 문화적으로 수준 높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들이 오래도록 자기 길을 가서 스스로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다만 다들 ‘진실된 만화’를 하자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최근의 행보는 정치사회적 의식이 강해진 인상이다.

의도적으로 그런 방향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정권 하에서는 정치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정치사회적 의식을 내세우는 것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전략처럼 비춰지는 아이러니가 있는 것 같아 고민이다.

예를 들면 최근 출간된 <푸른 끝에 서다>는 정치상황 때문에 더 주목 받는 면이 없지 않지만, 정작 기획된 것은 6년 전 노무현 정권 때다. 그때는 오히려 왜 지나간 일을 들추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치사회풍자만화잡지’를 내겠다는 뜻도 밝혔는데.

사회를 좀더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만화가들도 기술자가 아닌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양이 필요하다. 아직 착수는 하지 않았지만 만화계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