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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를 읽고, 미디어로 확장하다



1-Annee Olofsson, Naked Light of Day, 2004
2-Nicole Tran Ba Vang, Belinda, 2003


시각 예술에서 ‘피부’라는 소재는 그 ‘반(半)-열림’의 상태 때문에 매력적이다. 피부는 심신의 형편에 따라 변한다. 몸의 탈이나 스트레스가 반점과 두드러기 등의 징후로 나타나기도 하고, 주름의 양과 탄력의 정도는 생물학적 나이를 가시화한다. 이렇게 연관된 낌새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물질로서 피부는 ‘해석’될 수 있다.

여자의 얼굴을 가린 저 늙은 손은 그래서 공포스럽다.(Annee Olofsson < Naked Light of Day>) 팽팽한 이마와의 대비는 그 뜻을 뚜렷하게 한다. 이동욱이 만든 소녀상의 옷은 피부의 질감이다.(< Naked>) 피부가 곧 자아의 옷이라는 것일까, 혹은 옷이 곧 자아의 피부라는 것일까.

니 하이펑(Ni Haifeng)의 < 도자기 수출 역사의 부분으로서의 자화상 Self-Portrait as a Part of the Porcelain Export History> 시리즈는 피부가 인종의 일차적 지표로서 정치사회적 의미들이 얽히고설키는 장(場)이라는 점에 착안한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피부에 그린 중국 도자기의 문양과 동인도 회사 무역선의 항해일지는 네덜란드에 이주한 중국인으로서의 니 하이펑의 정체성과 겹쳐진다.

한편 니콜 트랑 바 방(Nicole Tran Ba Vang)은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억압을 형상화한다. 한 아랍계 여성은 자신의 피부에 아라비아 양탄자 무늬를 수놓음으로써(< Belinda>) 사회가 그녀에게 부과한 임무에 순응하고 있다. 혹은 스스로 하고 있다는 능동성에 초점을 맞추어볼 수도 있을까? 그녀의 몸은 바닥과 벽에 녹아들며 가림막인 동시에 보호막이 된다.



3-Marcus Tomlinson, La Voglia, 2007
4-홍명섭, Poison Toxication, 2008
5-Ni Heifeng, Self Portrait as a part of the porcelain export history, 1999-2001
6-이동욱, Naked, 2008
7-김재홍,거인의 잠-길lll, 2004
8-Julianne Rose, Livedolls.N°2, 2006


피부의 열린 틈을 파고들고, 넓히려는 작가들의 상상력은 급기야 피부를 생명의 근원이자 환경인 대지로 그려내거나(김재홍, <거인의 잠>) 빛이 산란하는 프리즘으로 활용하는 데까지(홍명섭, < Poison Toxication>) 나아간다. 온통 초콜릿을 발라 매끄러운 동시에 끈적끈적한 몸의 뒤엉킴이 프레임 바깥으로 넘칠 듯 차오르는 마르커스 톰린슨의 영상작품(< La Voglia>)에 이르면 이 ‘Ultra Skin’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뉴미디어처럼 인식될 정도다.

피부를 소재로 삼은 국내외 작가 18명의 작품을 모은 < Ultra Skin> 전은 9월30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02-547-9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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