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음식 둘러싼 오해와 진실]신선한 과일·채소 골고루, 충분히, 장기간 섭취하는 것이 도움

과일이나 채소를 통한 항산화제 섭취가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03년 발간한 세계암보고서에 의하면 하루 500g의 과일이나 채소를 먹으면 각종 소화기계 암 발생률을 25%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또, 각종 논문과 대규모 연구들을 정리한 한 논문은 과일 및 채소가 풍부한 식생활이 폐암 발병률을 25%까지 줄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계암연구재단은 2007년 보고서에서 암 예방을 위해서는 과일과 채소를 하루 400mg 이상 섭취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사과나 귤 한 개 또는 채소 한 컵 분량을 하루에 5회 이상 먹어야 항암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를 식품으로 섭취하기 어려운 이들이 간편하게 복용하는 것이 비타민 등 항산화 보충제다. 과일채소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C, 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의 항산화 성분을 추출해 약의 형태로 만든 제품을 먹어도 식품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과 달리, 항산화 보충제를 먹는 것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암예방 검진센터 명승권·김열 연구팀이 항산화 보충제가 항암 효과가 있는지를 임상시험을 통해 분석한 31개 논문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항산화 보충제를 먹은 집단(8만8000여 명)과 가짜약 사용집단 및 비사용 집단(7만2000여 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비타민A, 비타민 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 항산화 보충제를 먹은 사람들의 암 발생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0.99로, 가짜약을 먹었거나 아예 먹지 않은 사람들과 거의 같았다.

더욱이 항산화 보충제를 복용하면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1.52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산화 보충제가 암 예방에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는 미국이나 덴마크 등 해외에서도 발표된 적이 있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남성 29만5344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종합비타민 제제의 효과에 대해 관찰했더니 일주일에 7개 이상의 종합비타민제를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립선암 발병 위험률이 30%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베타카로틴 제제를 먹으면 오히려 페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 암연구기구는 2007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암협회는 2005년 암환자가 암 치료를 받을 때 비타민 등 항산화 보충제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치료효과를 감소하는 등 해가 될 수 있으므로 복용을 금할 것을 권고했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전문의는 "합성 항산화 보충제가 우리 몸에서 나타내는 효과가 과일이나 채소에 든 천연 항산화 물질과는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암을 예방하려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장기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정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과일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