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형 복합 쇼핑몰 시대] 도심형 복합 쇼핑몰… 쇼핑과 오락 제공 유통의 핵으로

영등포 중심에 새로이 오픈한 타임스퀘어(위), 영등포 중심에 새로이 오픈한 신세계백화점과 경방 타임스퀘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9월 16일 문을 열었다. 백화점 두 동에 쇼핑몰 하나, 호텔, 영화관, 마트, 웨딩홀, 서점, 오피스 동까지 갖춘 초대형 쇼핑 센터다. 아이스 링크와 스파를 포함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 부산 센텀시티에 오픈한 지 6개월 만이다. 이 거대한 공룡들은 왜 만들어질까?

뭉쳐라, 강해지리라

최근 개장하는 쇼핑 센터는 일단 그 규모로 시선을 사로잡고, 안을 들여다 보면 서로 다른 유통 채널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또 한번 눈길을 끈다.

백화점과 마트 같은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호텔 등 숙박 시설이 더해지고, 여기에 서점이나 영화관, 골프장 등의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추가된다. 전체를 둘러보는 데만 반나절이 걸리는 이 광대한 쇼핑 도시는 지하철 역이나 유동인구가 몰리는 번화한 상권 한 가운데 자리잡는다. 이른바 UEC(Urban Entertainment Center), 즉 도심형 복합 쇼핑센터의 탄생이다.

표면적으로는 업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한 백화점 간의 전쟁으로 보인다. 영등포 타임 스퀘어의 엄청난 규모와 시설은 바로 옆에 있는 롯데 영등포점을 위협할 뿐 아니라 멀리 현대 목동점의 고객까지 몽땅 끌어올 기세다. 지난 3월 부산에 오픈한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경우 지하철역에서부터 롯데와 고객 유치 경쟁에 들어가는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달리는 롯데 백화점의 광고 문구 '부산 시민이라면…'에서 그 경쟁의 치열함(과 어느 쪽이 우세인지)을 느낄 수 있다.

1)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2)강남 삼성동 코엑스 아쿠아리움 3)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그러나 경쟁 기업을 쫄딱 망하게 하려는 심보로 무리수를 두는 것이 UEC의 배경은 아니다. 오히려 백화점, 마트로 이어지는 한국 유통 업계 흐름 상 필연적 산물로 볼 수 있다. 어느 정도는 소비자의 필요에 근거한 측면도 있지만 UEC는 사실 업계, 즉 공급자들의 필요에 의해 형성된 공간이다.

1993년 등장해 10년 만에 국내 유통의 핵심 자리를 꿰찬 마트는 지금까지 주인공 자리에 있던 백화점의 점유율을 조금씩 갉아 먹으면서 그들을 고민에 빠뜨렸다. 이에 대응해 백화점이 고안한 해결책은 차별화로, '싼 것은 마트에서, 좋은 것은 백화점에서'라는 콘셉트를 확립하는 곳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자연히 화살은 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브랜드들로 쏠렸다. 마트로 가기에는 고급스럽고 백화점에 잔류하기에는 저렴한, 주로 내셔널 브랜드인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유통 모델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것. 이것이 도심형 복합 쇼핑센터 탄생의 가장 근본적인 배경이다. 백화점과 가두점, 마트를 동시에 수용하고도 남는 여유로운 부지(타임스퀘어 연면적 약 11만평)는 업체들에게는 꿈의 판로다. 늘 복닥거리기만 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데다가 살인적인 수수료로 본전치기만 하면 다행이었던 백화점을 벗어나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하루 종일 '어슬렁어슬렁'

물건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가격 거품이 빠진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좋은 물건을 싸게 사겠다는 일념만으로 매번 몇 블록에 걸친 광활한 쇼핑의 바다에 발을 들일 용감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서 엔터테인먼트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쇼핑센터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 역사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가는데, 19세기 말의 기록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백화점인 프랑스 봉마르셰 백화점 내에도 도서실, 휴게실, 미술관이 설치돼 있었고 폐점 후에는 무도회 및 음악 교실, 회화 교실 등을 운영했다고 전해진다.

국내 유통 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몰링(malling)이라는 개념이 대두되었다. 번역하면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물건을 사고 바로 나가는 통과형 쇼핑이 아니라 여기 저기 둘러 보게 만드는 체재형 쇼핑을 제안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용어다. 구매가 목적인 고객은 물론이고 데이트, 가족 모임, 친구와의 약속 등 도시인들의 다양한 만남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장소가 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를 위해 레스토랑과 옥상 정원은 기본이고 영화관, 서점, 뷰티센터, 최근에는 스파, 골프장, 웨딩홀까지 추가되면서 복합 쇼핑센터로서의 모양을 갖추게 됐다.

유통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잡아둘 수 있고 입점 업체들은 유통사의 고객을 공유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백화점과 마트, 실내 형태의 가두점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에 300만 원짜리 가방과 19만 원짜리 재킷을 사고 커피를 마시는 일련의 행위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UEC는 최근 어디선가 뚝 떨어진 개념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주말마다 코엑스 몰에서 만나 쇼핑도 하고 놀기도 하고 먹기도 해왔다. 유통 전문가들은 국내 최초의 도심형 복합 쇼핑센터로 잠실 롯데월드를 꼽는다. 백화점에 마트, 수영장, 아이스링크, 여기에 초대형 놀이공원까지 있으니 요즘 오픈한 UEC들과 비교해 봐도 전혀 밀리지 않는 구성이다. 그 후로 삼성역 코엑스 몰, 용산역 아이파크 등 부도심을 중심으로 먹고 노는 쇼핑 센터가 꾸준히 생겨나면서 대중은 이미 몰링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다.

UEC가 지금에야 차세대 유통 모델로 각광받는 이유는 앞으로의 가능성 때문이다. 최근의 대규모 복합 쇼핑몰은 주로 백화점 주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들이 그 한없이 넓은 공간을 채울 콘텐츠를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잠실 롯데월드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신개념 유통의 포문을 열지 못한 이유도 콘텐츠의 부족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백화점은 그 후 글로벌 사업본부를 따로 구성해 될 만한 브랜드를 수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크리스피 크림도넛, TGI,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커피, 롯데마트, 롯데 시네마, 세븐일레븐, 유니클로, 자라, 무인양품 등 요식 업계, 패션 업계 등 다방면에 걸쳐 롯데 왕국을 건설할 만한 콘텐츠를 확보했다.

신세계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물론이고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 인터내셔널에서 수입하는 글로벌 브랜드만 해도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디젤 등 10여개가 넘는다. 청담동에 있는 분더샵도 신세계 인터내셔널 소유로 지난 3월 전문 편집숍으로서는 최초로 백화점(신세계 센텀시티점)에 들어갔다. 여기에 조선호텔, 스타벅스까지 합치면 막강한 신세계 군단이 완성된다.

여기서 SPA 브랜드 이야기를 잠깐 하지 않을 수 없다.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는 소위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저렴한 가격에 트렌디한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라, 망고, 갭, 유니클로 등이 대표적인 SPA 브랜드로 이들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다품종, 소량 생산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매장을 필요로 한다는 것. 영등포 타임스퀘어 1층의 글로벌 패션타운존에는 자라가 350평, 망고가 364평을 각각 차지했다. 현재 불고 있는 SPA 브랜드 열풍과 H&M, 톱숍 등의 국내 상륙 소식은 UEC를 가능케 한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매머드급 쇼핑몰의 시대가 온다

다년간 치열하게 확보한 든든한 콘텐츠들을 배경으로 최고, 최대, 최초 등의 수식어를 쏟아내며 매머드 급 쇼핑 센터의 전성 시대가 열렸다. 지난 3월 문을 연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은 단일 백화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패션 브랜드에게는 천국이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7개의 주요 럭셔리 브랜드가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의 모든 상품을 보유한 대표격 매장)로 입점했고 200평 규모의 나이키 메가숍, 130평 규모의 갭 매장을 비롯해 모든 인기 브랜드가 대형 매장을 부여받았다. 여기에 중간급 브랜드, 신진 브랜드에게까지 모두 한 자리씩 주고도 자리가 남아 자체 편집숍으로 메웠다. 세계 최초로 온천과 쇼핑 센터를 결합했으며 작게나마 아이스 링크도 만들고 옥상에는 멤버십 골프장도 설치했다.

최근 문을 연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단일 건물이 아닌 여러 동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센텀시티점에서 한발 더 나갔다. 신세계 백화점과 연결되는 타임스퀘어 아트리움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완전히 개방돼 있어 탁 트인 공간을 연출한다. 천장의 유리 지붕에서는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와 널찍한 매장과 중앙의 광장을 비춰 한층 쾌적해 보이게 만든다.

매장 규모뿐 아니라 매장 사이의 간격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너비 16m)까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이 여유롭다. 백화점이 수용하지 못한 명품과 패션 브랜드에 이마트, 교보문고, CGV, 호텔, 웨딩홀까지 들어가 있지만 복잡하기는커녕 넉넉하다. 5, 6층에는 4500평 규모의 생태 공원이 조성돼 있다.

약 2년 후 송도국제업무단지 내에 조성될 복합쇼핑센터 리버스톤 역시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메가박스, 아이스링크를 비롯해 약 150여 개의 브랜드 개별 매장을 가진 거대 쇼핑몰로 구성될 예정이다. 팜 스퀘어 김인호 대표는 "UEC는 시대의 요구"라고 말한다.

"도심형 복합 쇼핑센터는 문화와 사회의 변화에 따른 필연적 산물입니다. 다만 도심을 뜻하는 UEC보다는 그냥 복합쇼핑센터라는 단어가 더 적합합니다. 현재 국내의 복합쇼핑몰은 모두 부도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는 현재 약 3000개의 쇼핑센터가 있습니다. 일본의 유통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국내 유통사를 보면 앞으로 백화점의 비중이 줄어들고 업태의 결합으로 인한 복합쇼핑센터가 늘어나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쏟아 낸 최대, 최초, 최고의 기록

국내 최대 규모 명품관

타임스퀘어 아트리움 1층에 위치한 신세계 명품관은 단일 층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약 2000평에 달한다. 총 20개의 브랜드가 메가숍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중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 14개 브랜드는 풀 컬렉션(full collection)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스크린

타임 스퀘어 내 영화관 CGV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CGV 스타리움의 프리미엄 디지털 전용관 스크린의 크기는 가로 32m, 세로 13m로, 이전까지 세계 최대 스크린은 뉴질랜드에 있는 호이즈 실비아 파크의 스크린(30.6X12,29)이었다. 프리미엄 전용관 외에도 12개의 관이 더 있어 영화, 콘서트,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가능한 전문 공연장이다.

국내 최초 주차위치 자동 확인 시스템

총 2100대가 들어가는 드넓은 주차장에서 주차해둔 곳을 잊어버리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타임 스퀘어는 국내 최초로 주차 위치 자동 확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동차가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카메라가 자동차 번호를 인식하며 주차를 하고 나면 주차장 내에 설치된 CCTV가 차량 번호와 주차한 시간, 주차 위치를 확인해 안내해준다.

업계 최초 1 플로어, 1 아이템

신세계 백화점은 널찍한 구 경방필 백화점 건물로 이동하면서 옛 건물을 전문관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기존 백화점에서는 한데 모여 있거나 층의 구석 자리에 틈틈이 끼어 있어야 했던 잡화, 가전, 스포츠 용품 등이 당당하게 한 층씩 차지하게 됐다. 1층에는 핸드백만, 2층에는 구두만, 3층에는 스포츠 관련 상품으로만 채워져 있어 상품 구색은 물론이고 보는 이도 더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최초 TRS 시스템 도입

KT파워텔은 지난 17일 타임스퀘어에 TRS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TRS는 주파수공용통신 서비스로 타임스퀘어 측은 쇼핑몰의 효율적인 관리, 운용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무전기 대신 파워텔 서비스를 통합무선통신망 개념으로 도입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