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전

비물질적 친환경 제품, 절대무공해지구 체험 공간(아래)
매일 먹는 쌀부터 주상복합 아파트, 가방과 옷, 여행까지 '친환경' 제품이 우후죽순인 시대다. 봉이 김선달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작가 유승덕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갤러리에 얼씨구나 '친환경 컨설팅' 사업을 차렸다.

그가 개발한 친환경 제품은 과연 차원이 다르다. "기존 친환경 제품이 물질적 가치에만 매몰되었던 데 비해 환경 문제를 정신적, 비물질적, 미학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각종 유해환경에 노출된 당신을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상태로 돌려놓아드릴 것을 약속드린다."

원료부터 기기묘묘하다. 계곡 바람, 아침 안개,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살, 산새 울음, 비 그친 계곡의 청량한 분위기, 옹달샘에 떨어진 상수리열매가 만들어내는 물파장, 청정 지역에만 사는 무당개구리의 하품 등이다. 모두 '봉이친환경컨설턴트'가 공식인정한 절대무공해특구인 "발왕산과 노추산 근방에 자리 잡은, 강원도에서도 오지로 불리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산 144번지"에서 추출했다.

그것들을 유리병에 담아냈다. 가난한 마음으로 대하면 그저 비어 있는 병일뿐이지만, 그 안에 무공해 상태가 그득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향유할 수 있다. 상상력과 감성을 동원함으로써 소비 행위 자체가 예술이 되는 셈이다.

이는 친환경 제품을 '정당하게' 사고파는 시장의 논리를 빗댄 것이다. 환경의 위기는 생산과 소비가 맞물려 양적으로 팽창하는 '성장'의 결과인데,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상상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이런 근본 원인을 은근슬쩍 무마한다. 친환경 제품의 생산과 소비는 어쩐지 정신적 가치가 있는 행위처럼 포장되기 때문이다.

1) 봉이친환경컨설턴트 브로슈어 2) 품질보증서 및 사용설명서 3) 예술이 친환경의 가치를 바꿉니다! 4) 봉이친환경컨설턴트 로고 작업 5) 봉이친환경컨설턴트 절대무공해특구 경매 퍼포먼스
작가는 '친환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모든 고객님께 향후 발생될 수 있는 제품상 하자를 무상으로 애프터서비스해 드릴 것"을 굳게 약속드리는 '보증서'로 풍자한다.

단 "본 제품의 효능이 없음을 명백히 입증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전문연구기관 3곳의 실험결과를 공증받아서 제출할 경우, 고객님이 부정적인 성향의 사람이 아니라는 정신과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할 경우"에 한해서다. 그러니 차라리 제품의 효능을 의심하기 전에 자신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것이 현명하다.

봉이친환경컨설턴트의 취지에 백분 공감하며 고작 병 하나 구입하는 것으로는 자신의 불타는 친환경적 의지를 다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전시 기간 중 열리는 '절대무공해특구'에 대한 "비물질적 소유권" 경매에 참가해 볼 것. 시장 논리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소비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유승덕 개인전 <봉이친환경컨설턴트>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의 갤러리 AG(02-3289-4399)에서 30일까지 열린 후, 10월5일부터 11일까지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031-492-4595)에서 판을 벌인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