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전
지난 8월15일 작가 차기율은 경기 화성시 향남면 상신1리 342번지에서 유리 파편을 발굴했다. 병의 일부분으로 크기는 가로 42mm, 세로 52mm였다. 깨진 면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어려서 본 아버지의 소주병이 기억났다. 그렇게 마음을 베인 사정을 발굴일지에 기록했다.
<세 개의 장소> 전은 작가 차기율의 고고학이다. 그는 지난 여름 자신이 태어난 경기도 화성시, 성장한 인천시,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를 발굴했다. 오래된 지층을 거슬러 올라갔고, 역사의 단서를 찾았고, 그 순간과 과정을 통째로 전시장에 들여 놓았다.
고원석 큐레이터의 말처럼 작가의 발굴은 "'생명'이나 '순환' 등 자연과 문명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실재하는 개인의 존재에 대한 사고"의 절차다. 깨달음은 간명하게 온다. "결에 문양이 화려하게 양각된 단추"를 본 그가 떠올린다. "어린 시절엔 그런 장식적인 단추가 많았다. 가난을 보상하려 했던 것일까?"
어쩌면 당시에는 당연했던 것, 그러나 이만큼의 시간과 경험이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세 개의 장소> 전은 그 사이를 온몸으로 파고드는 성찰의 현장이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