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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층을 거슬러 올라가는 성찰의 현장

[지상갤러리] <세 개의 장소> 전
"아버지가 생각난다. 매일 술을 드시며 고단한 농부의 삶과 세상을 한탄하던 44세의 짧은 삶은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8월15일 작가 차기율은 경기 화성시 향남면 상신1리 342번지에서 유리 파편을 발굴했다. 병의 일부분으로 크기는 가로 42mm, 세로 52mm였다. 깨진 면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어려서 본 아버지의 소주병이 기억났다. 그렇게 마음을 베인 사정을 발굴일지에 기록했다.

<세 개의 장소> 전은 작가 차기율의 고고학이다. 그는 지난 여름 자신이 태어난 경기도 화성시, 성장한 인천시,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를 발굴했다. 오래된 지층을 거슬러 올라갔고, 역사의 단서를 찾았고, 그 순간과 과정을 통째로 전시장에 들여 놓았다.

고원석 큐레이터의 말처럼 작가의 발굴은 "'생명'이나 '순환' 등 자연과 문명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실재하는 개인의 존재에 대한 사고"의 절차다. 깨달음은 간명하게 온다. "결에 문양이 화려하게 양각된 단추"를 본 그가 떠올린다. "어린 시절엔 그런 장식적인 단추가 많았다. 가난을 보상하려 했던 것일까?"

어쩌면 당시에는 당연했던 것, 그러나 이만큼의 시간과 경험이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세 개의 장소> 전은 그 사이를 온몸으로 파고드는 성찰의 현장이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화랑에서 30일까지 열린다. 02-3670-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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