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최진욱 개인전
이 감각이야말로 최진욱 그림의 '리얼리티'다. 참, 세상이란 얼마나 기이하고 아찔한 곳인가. 그는 현실의 형상뿐 아니라 그에 대한 존재의 반응까지 그려낸다.
<수행>이 좋은 예다. 고요한 절 안과 포크레인이 헤집고 있는 절 바깥이 끊길 듯 이어져 있다. 화가의 설명에 따르면 "산 속의 절 앞에 '수행 중이오니 관람객은 정숙해 달라'는 팻말이 서 있는데, 그 옆에 포크레인이 계곡의 돌들을 파내고 있다. 자고로 수행은 이런 식이다."
그림 안을 가로지르던 경계들이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과 그림 사이로 뛰쳐 나오는데, 이를 통해 감각과 해석의 가능성도 비약한다.
이를테면 <노인과 바다>. 변방으로 밀려난 노인들이 하릴없이 다다른 곳은 아마도 잡동사니, 어쩌면 음란물, 순간을 자극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덧없고 명쾌한 것들이다. 길거리 좌판 너머에 검은 파도 그림을 배치함으로써 화가는 노인들의 시선을 저 "넘실대는 죽음 속"으로 이끈다.
이처럼 사회적 의도에 의해 언제든 불려나올 수 있을 만큼 '한국'의 의식에 잠복해 있는 개념이지만 중국 상하이에 있는 임시정부는 한국인들도 기껏해야 사진이나 한 장 찍고 마는 박물화된 관광지에 불과하다. 이 아이러니와 복합성이 <임시정부> 연작들에서 드러난다.
누군가는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그 역사에 아랑곳없이 지나간다. 경비원은 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건국 60주년'에 부처 이 곳을 한국에 되살린 이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하게 하는 무심한 부조리.
전시 제목에는 또 다른 뜻이 있다.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임시정부에 빗댄다. 개념과 현실의 '경계'로서의 임시정부는 "모더니즘과 사실주의가 긴장 관계를 이룬 그림의 상태, 그리고 그 때의 몸의 감각"과도 같다.
혹은 화가로서의 고집이다.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 질식하기 직전인 그림의 특유한 변증법을 현재형으로, 부단히도 되살리려는.
최진욱 개인전 <임시정부> 전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갤러리로얄에서 다음달 15일까지 열린다. 02-514-1248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