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Lack of Electricity> 전
미디어아트를 성립시키는 기본 논리는 인간 감각을 확장시키고, 삶의 방식과 사회의 구성 원리까지 재편할 수 있는 미디어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하지만 기술이 출현하고 유통되는 제반 조건과 이해 관계에 대한 성찰이 없는 기술결정론은 공허하다. 성찰 없이 확장되는 감각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
예를 들면 많은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터치 스크린, 인체 감지 센서 등의 소통 기술을 장착하고 관객의 참여를 고안하는데, 이는 기술이 인간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반응의 선택지가 다만 말초적인 쾌감과 놀라움일 때 이런 소통 방식의 '민주적' 의미는 무색해진다. '디지털 장난감'이야 시중에서 가지각색으로 절찬리 판매 중이다. 미술관까지 와서 관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섯 명의 작가가 각각의 대처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아람 바톨은 0과 1로 대변되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적으로 재현한다. 그의
정흥섭은 쉽게 사라지고 지워지는 디지털 가상공간의 '역사'를 남기고자 한다. <디지털화석> 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오류에 대한 기억이다. 게임 캐릭터의 옷에 붙어 있는 단추를 3차원 이미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난 이미지들을 인쇄한 종이를 쌓아 '지층'을 만들었다.
박준범은 이와 반대로 비디오의 기술적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오류난 것처럼 보이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전병삼의
'미디어'아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작품들은 낯설고 진지한 '미디어+아트'다. '전기'로 상징되는 제반 조건을 제거함으로써 관객을 오히려 미디어아트의 본질로 이끈다. '전기'의 뜻을 다각도로 해석함으로써 '미디어아트'를 확장시키는 것이야말로 관객이 참여할 몫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스페이스 캔에서 11월19일까지 열린다. 02-766-7660.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