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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심의 세계문학 바로잡자

[비 서구문학, 제국을 넘어 세계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 심포지엄'
'비 서구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 '세계화와 문학' 이틀간 진행
  • 포럼에 참석한 각국 여성 작가들(왼쪽부터 루이사 발렌수엘라 아르헨티나 작가, 신디웨 마고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박완서 작가, 사하르 칼리파 팔레스타인 작가, 사회를 맡은 이경자 작가)
유럽 중심의 세계문학 지형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0월 29~30일 이틀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인들이 교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문학심포지엄'(이하 AALA)은 첫날 심포지엄 '비서구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오후 1시~6시), 둘째 날 토론회 '세계화와 문학'으로 진행됐다.

국내 문인으로 박완서, 이경자 소설가와 도종환 시인 등이 심포지엄에 참석했고, 천운영 소설가, 손홍규 소설가, 신용목 시인, 정은경 문학평론가, 이경재 문학평론가 등 젊은 문인들이 둘째 날 토론회에 참석했다.

해외 작가는 팔레스타인 소설가 사하르 칼리파,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신디웨 마고나, 아르헨티나 소설가 루이사 발렌수엘라, 필리핀 소설가 아센조 제네이아프 람파사 등이 초청됐다.

문학, 제국을 넘어서

  • 왼쪽부터 아르헨티나 작가 루이사 발렌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신디웨 마고나, 팔레스타인 작가 사하르 칼리파
첫 날 심포지엄은 각 대륙 여성작가들이 발제문을 발표하고 질문과 대답을 이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4명의 여성 작가는 발표문을 낭독했고, 오후 5시에서 6시 토론이 이어졌다.

도종환 시인(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는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곳이다. 많은 나라가 제국주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고, 식민지 지배에 벗어나기 위해 투쟁해야 했다. 그러나 연대하고 교류하기보다 미국과 유럽에 대해 알고자 했다. 서구 중심의 문학에 어떻게 편입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 행사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가 연대하고 교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개회사를 낭독했다.

박완서 소설가는 '내가 믿는 이야기의 힘'이란 주제로 1시간에 걸쳐 한국 작가로서의 삶을 회고했다. 열 살 위인 오빠가 한국전쟁 때 좌우 진영의 틈바구니에 끼어 희생당한 20대의 일을 말하며 자신의 문학 바탕에는 그때 일에 대한 증언과 복수의 욕구가 자리잡고 있노라고 밝혔다.

"쓰지 않은 동안의 경험을 파먹고, 여태까지 연명한 것이 곧 저의 작가적 수명입니다. 40세에 첫 소설을 쓰고 다시 40년 가까이를 더 살았으면서도 저는 제가 아직도 충분히 젊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 사하르 칼리파는 작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아랍의 억압받는 여성의 현실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 아랍 여성의 위상과 사회변화를 말하며 팔레스타인 사람과 이슬람교도를 후진적이며 원리주의적인 테러리스트의 이미지 틀로 모는 서구 미디어의 고정 관념을 비판했다. '당신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란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작가는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이자 모든 사람을 위한 자유"만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이사 발렌수엘라는 '반역하는 말'을 주제로 "말해지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것의 주름 사이에 여성의 언어가 숨어있다"며 비서구 사회, 여성 작가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여성 작가들은 언어의 미개간지에서 우리의 주변화된 위치를 특히 주목합니다. 덕분에 언어의 배후, 그 구린 엉덩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 아르헨티나에서 여성 작가들은 우리 역사의 가장 어두운 지대를 밝혀줄 메타포로 구성된 기억의 그물을 짜고 있습니다. 지극히 여성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파헤치고 들어가 무지의 핵, 부정된 상태로 머물기를 원하는 그 핵에 도달하려 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신디웨 마고나는 '경계를 넘어서'란 발표문을 통해 자신의 소설이 남아공 여성들이 처한 불명예, 수치, 고통, 공포, 위험을 주로 다루고 있다면서 아프리카 문학을 소개했다.

비서구문학 교류, 내년부터 정례화

이튿날 토론회는 세계화 시대를 맞은 각 국 문인들의 입장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필리핀 작가 아센조 제네이아브 람파사는 "오랫동안 세계화란 이윤에 의해 좌우된 지역과 국가 공동체가 '지역에서 특화 생산된 시골집'을 '세계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우리 작가들은 끊임없이 한정된 지면과 글자 수로 우리에 관해서 자본의 생산물인 다양한 전자매체에 목청을 높이거나 비논조의 글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와 작품 형태로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이다"라고 아시아 작가의 입장을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세계문학에서 비서구 문학과 민족문학의 역할, 국가·대륙 간 경계를 넘어선 디아스포라 문학에 관한 다양한 주제가 오갔다. 각 국가마다 다른 문화와 문학 흐름, 번역의 문제와 기록 언어가 없는 국가의 경우 기록 이전 시대 구술문학이 사장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손홍규, 천운영, 신용목 등 국내 젊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경제 평론가(아주대 교수)는 "서구 담론을 맹종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민족 고유성 혹은 주체성의 이름으로 단순히 거부하는 것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이미 서구가 우리 속에 깊숙이 개입해 있는 현 국면의 복합성 때문이다"라고 비서구 문학 작가들의 연대를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정은경 평론가(원광대 교수)는 "세계화가 획일화가 된다면, 문학은 개성적인 시선과 발언의 창구란 점에서,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맞설 수 있는 저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집행위원장 김재용 원광대 교수)과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주연) 공동주최로 열린 AALA는 이번 행사를 연습 삼아 내년 4월부터 매년 개최될 예정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소개하는 반연간지 형태의 잡지를 창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재용 교수는 "이번 행사는 유럽 중심의 세계 문학 지형을 진정한 지구적 차원의 세계 문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진정한 의미의 비서구가 다 포괄되는 행사를 통해 실질적인 (문학)네트워크를 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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