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신춘문예·문예지 통한 등단이 대세, 전문 문예지의 예외적 통로

인터넷이 발달하며 최근 '블룩'(blook, 블로그(blog)와 책(book)의 합성어로 블로그나 웹사이트의 각종 게시물로 엮인 책이나 출판방식을 통칭)이란 방식이 소개되지만, 통상 한국에서 순수문학 작가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신춘문예에 당선되거나, 출판사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전문 문예지에 글을 발표하며 등단하는 방법이다. 이중 세 번째 방법은 손에 꼽힐 정도로 극히 예외에 속한다.

예전 동인지에 글을 발표하거나 기성 문인에게 '추천'을 받는 형식으로 등단했지만, 이런 방식은 이미 도서관 자료실에서 해당 작품을 구해야 할 정도로 오래 전 일이다. 결론은 순수문학 작가가 되는 길은 신춘문예와 문예지 신인상을 수상하는 두 가지가 가장 일반적이라는 것. 두 등용문을 비교해 보자.

신춘문예 vs. 신인상 비교
1. 선정기준

신춘문예와 출판사 신인상을 패션쇼에 비유하자면 '프레타포르테'와 '오트쿠퇴르'쯤 되겠다. 알다시피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는 고급기성복 패션쇼, 오트쿠퇴르(haute couture)는 고급수제 의상복 패션쇼를 일컫는다.

그러니까 신문사가 주최하고 매년 심사위원이 바뀌는 신춘문예가 일정 수준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당선시킨다면, 출판사 신인상은 일정 수준을 갖춘 작품 중에서도 해당 출판사의 문학적 성향에 맞는 작품을 최종적으로 낙점한다는 말이다. 출판사의 신인상 심사의 경우 통상 해당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문예지 편집위원이 담당하므로 이 편집위원들의 성향이 당선작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신춘문예 출신 작가가 다양한 성향의 응모자였던데 반해, 출판사 신인상 출신의 작가 대부분은 대학에서 국문학 또는 문예창작을 전공했다는 사실도 특징으로 꼽힌다.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한 작가는 이 공모제를 이렇게 비교했다.

"신춘문예가 일반인과 더불어 하는 축제라면 문예지 신인상은 선수들의 조합이다."

문예지 투고자들은 이미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문학과 사회>, <세계의 문학>등 문예지의 성향을 알고 있고 오랫동안 구독해온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당선 작품에서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해이수 소설가는 "2000년대 이후 출판사 신인상 소설의 가장 큰 변화는 서술방식의 변화다. 예전에 비해 문체가 감각적이고 세련된 형태가 많다. 내용에서는 환상이나 일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소재를 많이 끌어다 쓴다"고 말했다.

신춘문예 수상작보다 출판사 신인상 수상작이 훨씬 더 감각적인 까닭은 심사위원의 구성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간 주요 문예지의 편집위원이 30-40대 젊은 비평가들로 바뀌며 이들이 해당출판사 신인상의 심사위원으로 대거 참여하고 있는 반면, 신춘문예의 경우 매체와 해당 연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통상 60-70대 원로 작가들이 최종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시인 등단의 경우 차이는 더 확연하다.

신춘문예에서 시의 완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문예지는 시인의 감각을 더 높게 산다. 이원 시인은 "신문이 보편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신춘문예는 서정적이고 안정적인, 누구나 들어도 공감하는 작품을 당선작으로 내는 반면 문예지는 전문적이고 마니아적인 작품을 선호한다. 공격적이고 탈일상적이며 (서정시, 서사시 등) 자기 장르에 대한 전문성이 많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춘문예 vs. 신인상 비교
2. 이후 활동 영역

그렇다면 이후 작가들의 활동은 어떻게 나눠질까? 이명원 평론가는 <파문>에서 현재의 등단제도를 이렇게 비교했다.

'신춘문예를 통해 이름을 얻고, 잡지 신인문학상을 통해 실리를 얻는다는 것은 예비문인들 사이에서는 흔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잡지의 <신인문학상>의 경우, 해당 잡지 출신의 작가들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를 비교적 관대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신춘문예 출신이 '문단의 미아'로 전락하는 와중에도 잡지 출신 문인들은 믿음직한 '친정'의 품속에서 안정적인 문학 활동을 계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론집 <파문>, 203페이지)

그러나 실제로 활동하는 문인들의 경우 이 분석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 다르다.

한 문예지로 등단한 소설가는 "습작기가 길어서 등단 후 활동도 생각하며 투고했다. 출판사 신인상을 받는 것이 단행본을 낼 때도 더 유리할 것 같아 신춘문예 등단보다 문예지를 통해서 등단하고 싶었다. 실제로 투고도 문예지에만 했다"고 말했다. 출판사 신인상 수상의 경우 수상 자체가 향후 쓰일 작품집 판권 계약과 이어져 1석 2조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

그러나 문예지 <작가세계>로 등단한 손홍규 소설가의 말은 다르다. 손 작가는 "어떤 방식이 더 낫다기보다는 각자 장단점이 있다. 등단한 문예지에서 지속적으로 청탁을 받는다고 해도 계간지 형태의 문예지가 많아 같은 잡지에는 2,3년에 한번 기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신춘문예로 등단할 경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다 이후 2번의 기회가 있다. 다수의 문예지가 계간지 형태로 발간되지만, <현대문학>과 <문학사상>은 월간 문예지다. 이들은 매년 3월과 4월 '신춘문예 특집'을 기획해 그 해 (서울소재) 종합일간지로 등단한 모든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을 싣는다. 1월 1일 신문에 당선작이 실린 후, 몇 달 만에 추가로 두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는 지면이 확보되는 것. 이렇데 발표한 세 작품은 이후 각종 문예지들의 작품 청탁 기준이 된다.

결론은 어떤 형식의 등단이건 작품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 없을까?

신춘문예든 신인문학상이든 제도를 통해 문인으로 승인된다는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기존 문학계 인사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아야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제외하고 좀더 참신한 방법으로 작가를 발굴할 수는 없을까?

아직은 '아주 예외적인 방법'에 속하지만, '문인이 되는 세 번째 방법'을 눈여겨 보자. 전문 문예지에 글을 발표하며 등단하는 방식은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서 '투고'형식을 시도해 여전히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응모 기간은 없고 투고된 작품 중 일정 역량 이상의 작품을 선별해 실어 준다.

계간지 <실천문학>은 가을호 특집 '미완의 감각, 게릴라의 글쓰기'에서 대학의 문예창작과 학생과 등단을 준비 중인 사람들의 작품을 추천, 심사해 소개했다. <실천문학>은 "문학제도의 관문을 통과하는 작품이 아닌, 젊고 패기 어린 신예들의 육성을 한국문학 안팎에 들려주고자 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세련미는 덜하지만 한국문학 기성 작가들의 목소리들에 반성적 계기를 제공해줄 수 있는 문청들의 작품을 실어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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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