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잉카문명전]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페루 전역의 고대문명, 잉카문명 희귀 유물 등 351점 전시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9월 중순 페루를 돌았다. 오는 1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는 페루 잉카문명전(태양의 아들, 잉카)을 위해서다.

최광식 관장은 페루 국립문화청과 잉카문명전 전시협약 및 조사연구 MOU를 체결하고 양국 박물관 교류를 협의했다. 이튿날부터는 잉카문명의 보고인 쿠스코, 마추픽추 등을 직접 답사하고 현지 문화청과 전시교류를 협약하는 등 열의를 다했다.

올해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빠듯한 일정에 경황이 없음에도 최 관장이 페루까지 날아가 잉카문명전을 준비한 이유는 무얼까.

"이번 잉카문명전은 세계사의 신비로 남아 있는 잉카 문명의 베일을 벗겨줄 초대형 전시인데다 아직까지 미지의 나라로 알려진 페루를 알리는 최상의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26일 오후 박물관장실에서 만난 최 관장은 한국고대사 전문가(박사)답게 "페루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 우리 고대사를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최 관장의 잉카문명에 대한 해박한 견해와 열정은 곧 열릴 잉카문명전에 대한 기대를 자극했다.

- 이번 잉카문명전은 내용의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최초, 최대의 전시인데 잉카문명전이 갖는 의의를 든다면

"박물관은 작년부터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세계문명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페르시아전과 이집트전에 이어 잉카문명전을 엽니다. 내년엔 그리스전과 실크로드전이 있고요. 페르시아전이 서남아시아, 이집트전은 아프리카 문명을 보여줬다면 잉카문명전은 중남미의 대표적 문화인 잉카문화를 보여줌으로써 세계 문명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될 것입니다. 잉카문화는 교과서나 간접적으로 알고 있지만 그 실체는 잘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 기회에 잉카문화의 진수를 만나게 될 겁니다."

- 얼마 전 페루 대통령이 방한해 잉카문명전에 관심을 보여 이번 전시가 양국의 교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페루 여자배구가 준우승을 하면서 널리 알려진 적이 있어요. 1982년에 페루국보전을 했지만 황금박물관 소장품 일부만 가져온데다 대관 성격을 띠어 실질적인 교류는 없었죠. 본격적인 교류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1963년에 수교를 하고 1989년 한·페루 문화협정을 체결해 올해가 20주년이 됩니다.

페루 문화재청과 MOU를 체결해 박물관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고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공동으로 하기로 하는 등 문화교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11월 11일 페루 가르시아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과 만나 FTA를 추진하고 잉카문명전에 꼭 참석해달라고 부탁을 해 대통령께서도 확답을 하셨습니다. 이번 전시가 문화 뿐 아니라 양국 외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 잉카문화의 인류문명사적 의의와 이번 전시와의 관계는

"페루의 역사는 크게 잉카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데 우리 고대사와 마찬가지로 안데스 산맥을 주변으로 5,000년간 지속된 역사 속에서 수 많은 문명을 남겼습니다. 안데스의 고대 문명 위에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로 이어지는 단계에 따라 차빈, 나스카, 모체, 와리 문화 등. 이번 전시는 1300년대에서 100여 년간 존재했던 협의의 잉카에서 벗어나 안데스 문명의 전 역사를 보여주는 광의의 잉카의 모든 것을 보여줄 겁니다."

- 이번 전시가 잉카문명전 최대 규모라고 하는데 주요 내용과 중요 유물에 대해

"페루 전 지역에 산재한 10개 국립 및 사설박물관과 연구소에서 351점에 달하는 유물이 출품됐습니다. 이는 규모나 내용면에서 이전에 열렸던 잉카전과는 비교할 수 없고 같은 기간 이탈리아와 일본, 프랑스에서 열리는 관련 전시보다 월등한 전시 유물입니다. 중요 유물로는 우선 시판왕 무덤에서 출품된 황금 유물을 꼽을 수 있고 마추픽추에서 출토된 유물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습니다. 치리바야 미라는 외국에 처음 선뵈는 것이고요. 안데스 문양토기도 주목할 유물입니다."

- 잉카문명전과 관련해 특히 주목하거나 관람포인트를 든다면

"잉카 이전의 안데스 고대문명에서 시작된 문명사의 흐름을 보면서 프리 잉카에서 잉카까지 어떻게 변모해 왔는가를 이해하고 특히 토기가 많은데 소박하고 동심어린 고대 토기를 눈여겨 보길 바랍니다. 자연의 재해에 대한 인간의 피를 요구한 희생제라든지, 미라를 감쌌던 대형 파라카스 직물의 도상도 관심 대상입니다. 마추픽추 유적과 우리 고대사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포인트가 될 겁니다."

- 잉카문명전을 위해 직접 페루를 답사한 것으로 아는데 전시에 대한 기대나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제 전공이 한국 고대 국가와 제사와 관련된 것인데 안타깝게 우리는 문헌은 있지만 유적이 없어요. 페루 유적을 가서 보니 고대시대 제사의례는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제정일치에서 제정분리로 발전해 간 것이라든지, 태양숭배 주변의 산은 신라시대 삼산오악을 느끼게 했어요. 또 서양 학자들의 해석과 달리 쿠스코는 정치적 중심지, 마추픽추는 종교적 중심지라는 생각을 갖게 했어요. 이번 전시를 전후해 학문적인 연구를 해 볼만한데 이런 관점에서 전시를 보면 더 흥미를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잉카문명전을 위해 전시 외에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압니다

"교육프로그램으로 잉카 문화체험 등 4개 프로그램을 준비중입니다. 국민들이 잉카문명을 보는 것 뿐 아니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넥타이 등 20개 품목 60여 종의 문화상품을 제작해 잉카문명을 생활속에서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페루 전통무용을 공연하고 페루영화를 상영해 고대의 페루 뿐 아니라 현대의 페루를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2년여에 걸쳐 잉카문명전을 준비한 것으로 아는데 앞서 전시한 페르시아전이나 이집트전과 비교해 잉카문명전의 차이가 있다면

"페르시아전과 이집트전, 그리고 내년에 전시할 그리스전은 이들 나라가 많이 알려졌지만 중남미는 멀리 떨어져 있고 교류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잉카문명전은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죠. 더구나 중남미는 여행이 쉽지 않고 설령 가더라도 오지나, 고산 지역에 문화유적이 산재해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전시는 잉카문명을 시대별로 한군데에 모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오셔서 문화에 대한 안복(眼福)과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태양의 아들, 잉카' 전시

한·페루 문화협정 20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잉카문명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는 12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장장 108일간 열린다. 전시에는 페루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 등 9개 기관에서 엄선한 351점의 중요 문물이 선보인다

그 중에는 1500년 전 페루 고대문명 형성기 대규모 피라미드 중 하나인 시판왕 소장품 중 42점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고 세계적으로 불가사의한 유적 중 하나인 공중의 도시, 사라진 도시, '마추픽추'에서 출토된 유물 등이 한국에 최초 공개된다.

전시는 크게 3개의 테마로 나뉘어 1부 주제 '안데스 고대문명의 전설'에서는 안데스 고대문명의 형성과정을 소개하고, 2부 주제 '문명의 발전' 에선 시판 무덤 출토품을 비롯한 페루 고대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3부 주제 '황금의 제국, 잉카'에서는 잉카제국의 통일과 잉카의 사회 신화를 소개한다.

전시는 시간적으로 차빈문화 등 페루 안데스 고대문명에서부터 잉카시대까지를 포함하고 공간적으로는 페루 안데스 고대문명 전반에 걸친 지역과 잉카제국을 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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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