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공연의 변신] '둥둥 낙랑 둥' 통해 전통문화 콘텐츠의 새 가능성 보여줘국립극단 예술감독 최치림 연출가

국립극단 예술감독 최치림 연출가
유난히 '호동'과 '낙랑'의 이름이 많이 불리워진 한 해였다. '심청'과 '춘향'을 제외하면 공연예술계 전반에서 고른 성공을 보인 캐릭터는 거의 없었기에 '자명고' 설화의 등장은 전통문화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둥둥 낙랑 둥>에서 방점은 '자명고'가 아니라 '최인훈'에 맞춰진다. '자명고' 설화라는 전통 소재를 씨앗 삼아 동시대성을 추구하는 최치림 예술감독은 <둥둥 낙랑 둥>을 통해 전통문화 혹은 '한국적'이라는 개념을 재설정하고 있다.

올해 최인훈 작가의 작품만 벌써 네 편째 극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 이처럼 많이 무대화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요.

= 윌리엄 셰익스피어처럼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텍스트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과연 몇 개의 한국 작품이 세대를 넘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최인훈 작품의 특징은 압축과 생략, 여백입니다. 이 말은 즉 공연창작자들이 말할 여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글에서 꽉 채워버리면 공연창작자는 할 게 없거든요. 셰익스피어의 희곡처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작품을 최인훈 선생에게서 찾는 이유입니다.

그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둥둥 낙랑 둥>을 선택하신 이유는 뭔가요.

이상직, 계미경
= 세계적인 작품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는데 사랑이야기와 낭만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처절한 사랑이야기에는 에로티시즘과 로맨티시즘이 있는데요. 그동안 무대화된 최인훈 선생의 작품 중에는 그것이 없었습니다. <둥둥 낙랑 둥>은 샤머니즘과 에로티시즘, 유미주의와 잔혹성이 골고루 들어있는 기막힌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능히 세계적인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인훈의 작품은 극화에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 예전에 평론가 김방옥 선생도 말씀하셨듯이 최인훈 선생의 <광장>이나 <회색인>을 보면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세계관이 있습니다. 바로 '이분법의 극복'입니다. <둥둥 낙랑 둥>에서도 그런 이분법의 극복 의지가 있습니다. '나'의 존재, 고구려라는 조국과 낙랑이라는 사랑 등의 이분법을 극복하려는 오픈 엔딩의 처리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도 이 작품에서 그 점을 고민하고 중점을 뒀습니다.

이 작품은 '국가 브랜드' 공연입니다. 소위 세계화를 염두에 둔 작품이라는 뜻인데요. 한국 작품의 세계화라는 점에서 연출상 중점을 둔 부분이 있었나요.

=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보여준 '한국적' 공연의 전형적인 모습은 너무 울긋불긋한 의상에 북치고 꽹과리치는 식의 요란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극에서 너무 화려한 의상이나 요란한 음향, 무대장치는 오히려 배우의 연기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런 외적인 요소보다는 한국적인 정서의 본질을 전달하는 쪽에 치중해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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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