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의 재발견] 구독률·광고시장 하락 불구 4000여 개 난립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3기에서 10기까지
다양한 장점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잡지의 미디어 영향력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지난 10월, 미디어 이용행태를 분석하고, 미디어별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2009년 미디어 리서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만18세 이상 79세 미만의 성인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를 보면, 뉴스를 보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는 TV(57.7%), 인터넷(19.8%), 신문(14.8%) 순으로 나타났다. 뉴스 이외의 정보를 얻는 매체 역시 TV(52.4%), 인터넷(26.4%), 신문(12.8%) 순이었고, 향후 이용량을 지금보다 늘리겠다는 대답은 인터넷(33.4%)이 가장 높았다.

신문 구독률은 31.5%로 2001년 51.3%, 2006년 34.8%보다 하락했다. 잡지 구독률은 3.9%로 나타났다.

열악한 환경 속 생존 전략은

이처럼 아직 저조한 잡지 구독률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유통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리서치 김기주 부장은 "우리나라의 잡지시장은 잡지 1권을 100~200명의 독자가 보는 유통구조"라고 말했다.

자료제공 : 한국잡지협회
이런 구조 때문에 잡지사들은 광고수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가지 배포를 늘리기 위해 제작 단가를 낮추거나, 광고 페이지를 많이 삽입하는 방식을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콘텐츠의 질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멤버십 매거진 등 무가지의 강세는 여전한 추세다. 대진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이용준 교수는 "상품을 홍보하는 카탈로그와 매거진이 혼합된 '매가로그' 형태의 매체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잡지사들은 광고에 매달리는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광고수익은 줄고 있다. 한국리서치 김 부장은 "공중파방송과 신문에 온라인 광고시장의 성장까지 겹쳐 잡지시장의 광고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발행되는 잡지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잡지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고 있는 잡지는 총 4156개다. 2009년에 창간된 잡지는 308개인데 반해 폐간된 잡지는 142개에 불과하다. 열악한 시장 속에서 다수의 매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잡지 종류 31가지, 소식지·기관지 매체 가장 많아

발행되는 잡지의 개수뿐 아니라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국내에는 시사, 여성·패션, 취미·레저, 경제, 문학, 문화예술 등 30여 종류의 잡지가 나오고 있다. 이 중 회보나 소식지가 619개로 가장 많고, 기관지(406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또, 문학잡지(278개)와 종교관련 잡지(260개), 사보(248개), 기타정보지(227), 학술지(207개)도 매체수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사진2 참조)

한국 잡지의 역사

잡지는 그 시대와 지역의 문화와 생활상, 독자의 성향과 욕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국잡지 역사는 태동기인 제1기(1896년~1909년)와 한일합방 후 3·1독립운동까지 제2기(1910년~1919년), 문화정치표방 시기인 제3기(1920년~1936년), 친일언론 강요기인 제4기(1937sus~1945년)의 암울한 시기를 거쳐 발전해 왔다.

해방초기인 제5기(1946년~1950년)에는 잡지계에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 시기에는 서울신문사에서 발행된 '신천지'를 비롯해 '문화통신', '선봉', '선구' 등 많은 종류의 잡지가 창간됐다.

1951년부터 1960년까지 약 10년간은 전쟁으로 인해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웠고, 잡지의 보급에도 장애요인이 많았으나 잡지의 르네상스를 이룩했다. 특히, 이 시기에 나온 '사상계'는 종합지로서 해방 후 최장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잡지사에 획기적인 발자취를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5·16 이후, 제7기(1961년~1979년)에는 양적인 팽창만 지속되던 잡지계의 무절제한 발행이 없어지고, 능력 있는 경영인들에 의해 잡지사가 운영됐다. 가벼운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주간지가 급격히 성장해 독자층을 확장하기도 했다.

제8기(1980년~1987년)는 언론의 위축시기로, '기자협회보', '창작과 비평', '뿌리깊은 나무' 등 당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정론지들이 대거 정비되는 수난을 겪었다.

제9기(1988년~2000년)는 잡지자유화 시기로 분류된다. 제6공화국 출범 이후, 언론 자율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여러 종류의 잡지들이 새로 창간되는 등 출판문화의 영역이 다양해지고 전문화된 시대가 도래했다. 2000년도 말에는 정기간행물이 6,433종에 이를 정도로 잡지시장 규모가 커졌고, 전문잡지의 약진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10기인 2001년부터 현재까지는 잡지의 온라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 잡지산업은 디지털기술을 통한 정보화 및 온라인 분야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인터넷시대의 수용자 요구에 맞춰 잡지계는 인쇄잡지에 온라인을 보완적인 매체로 활용하며, 오락성과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사진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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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