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영화가 되다] 문승욱 감독 '영화, 한국을 만나다' 인천편 '시티 오브 크레인' 연출

사전정보 없이 보면 그 '태생'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영화, 한국을 만나다> 인천편 <시티 오브 크레인>은 '한국 홍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무색하게 만든다. 인천의 현상에서 출발하되 매우 영화적인 방식으로 이 도시에서의 삶을 성찰하는 데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제목의 '크레인crane'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학과 기중기. 모두 인천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매년 학들이 겨울을 나는 인천의 갯벌에서는 요즘, 송도국제신도시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곳보다 더 자연과 개발이 대비되면서도 공존하는 도시. 영화는 이 인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종종 어떤 인상은 어떤 분석보다 더 정확하게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다. 인천의 양가적 얼굴은 곧 다문화적 속성이다. 개항의 역사가 증명하듯 바다는 외부가 들어오는 문이었고 인천이 국제도시로서의 미래를 구상하는 배경이다. 오랫동안 조성된 혼종적 현상과 장소는 인천의 특색이 되었고, 개발 사업은 또 다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

문승욱 감독은 '크레인'들 사이를 잇고 메우는 아교이자 콘텐츠인 다문화에 주목했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전작에서 이방인, 경계인에 대한 테마를 지속해온 터였다.

그는 인천의 다문화성의 상징으로 한 몽골인을 떠올렸다. 몽골이라는 국적이 풍기는 '자연적' 이미지에 화재 현장에서 여러 명의 한국인을 구해 화제가 된 한 몽골인의 실제 사연, 최근 개통한 인천대교를 건설한 외국인 노동자라는 설정을 더한 인물이었다.

학과 어울려 춤을 춰 유명해졌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그를 인천 지역 방송사가 추적한다는 내용. 적당히 쾌활하고 적당히 무식하고 적당히 인간적인 한국 여성 리포터와, 외국인 노동자의 미디어 운동을 이끌어 왔고 이제 거의 "서울 사람 같은 외국인"인 마붑 알엄이 투입된다.

추적 과정에서 드러나는 몽골인의 삶과 주변, 몽골인에 대한 주인공들의 입장 차이는 다문화라는 도시 현상을 둘러싼 사회적 질문들을 환기시키며 인천의 인상을 각인시킨다. 이 지점에서 <시티 오브 크레인>은 제작 명목을 넘는 '도시 영화'의 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전에 인천과 연이 있었나.

95년도에 인천의 화교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6개월 간 머물렀다. 다문화성이 인천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갯벌과, 공사 중인 송도국제신도시 근처 'SF적 이미지'도 시각적으로 강렬했다. 한국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는 전통과 현대 간 묘한 부조화가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그 독특한 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송도국제신도시 건설 현장이 중간중간 신기루나 환영처럼 개입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

인천의 역사나, 특정 사실이 아니라 '인천이라는 곳'이 무엇인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워낙 이주의 역사가 오래 되었고 다문화성이 강한데다,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는 중이어선지 부유하는 느낌이 있었다.

도시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주로 하는 것처럼 명소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다. 인천하면 떠오르는 차이나타운을 찍는 대신 부평 지하상가를 담는 등. 그런데 주인공들이 지하상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습이 오히려 감독이 생각하는 '인천'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았다.

촬영하기 전 두 달 정도 인천을 둘러 봤다. 차이나타운처럼 홍보성이 짙은 곳은 드라마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관리가 잘 안 되어 있는 외국인 묘지가 더 독특해 보여 넣었다. 개항 당시 온 외국인들이 묻힌 곳으로 유럽적인 느낌을 준다. 지하상가는 인천뿐 아니라 한국 대도시 공통의 특징 같다. 매우 '한국적'이라는 생각으로 넣은 장면이다.

이번 프로젝트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 도시 마케팅의 일환으로 지자체들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감독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였나.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도시 마케팅 시대가 시작된 것 같다. 마케팅의 필요성뿐 아니라 방법에 대한 인식도 높아진 것 같고.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아리랑국제방송이나 문화관광부가 도시를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서인지 자율성을 보장해주었다. 전형적인 홍보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실험할 여지가 있었다. 이런 프로젝트가 한국영화의 한 제작 방식으로 자리 잡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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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