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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지각변동이 시작되다

[2009 문화, 라이프 화두는] 국공립미술관 논의 활발, 공공미술 피고, 미술시장은 풀죽어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본관으로 다시 태어날 옛 기무사터
공공미술은 피고, 미술시장은 풀죽었다. 국공립미술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그림 로비 사건은 주춤한 미술 시장을 또 한 번 기습했다. 다사다난했던 2009년 미술계의 핫 이슈들을 정리했다.

미술계의 오랜 숙원, 풀리나 싶더니

옛 국군기무사령부 터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 건립이 확정된 것이 2009년 한국 미술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이는 미술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봉인한 장소가 문화예술을 통해 개방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었다.

다양한 기대가 있었다.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계를 뛰어넘어 동시대 세계미술과 호흡할 수 있는 '진행형'의 미술관을 만들자, 서울의 여러 문화적 거점들을 두루 엮을 수 있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구상하자, 역사적 교훈을 되새김하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장소성을 살리자 등등.

하지만 지난 1년간 기무사터를 둘러싸고 제기된 논란은 정부와 미술계의 동상이몽을 드러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이 들어설 2012년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올해 기무사터에서 열린 첫 행사는 일종의 '아트페어'로 미술계가 이곳에 부여하는 묵직한 의미와는 거리가 멀었고, 국립현대미술관과 미술계 간 불통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 지난 9월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시민 참여 전시 '일상의 발견' 전
이는 국립현대미술관 배순훈 관장이 경제 논리로 문화예술에 접근한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대우전자 CEO,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으로 '비미술인'인 그가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임 관장으로 임명된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코드 인사'라는 평가가 있던 참이었다.

배순훈 관장이 구상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분관은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세계적 관광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외형부터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쓸 예정. 내부는 미디어 아트 중심의 전시관으로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미술관을 지향하는 것도, 현대미술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것도 미술계가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그럴만한 내실과 역량을 갖출 방도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할만하다.

도시 살리기에 나선 공공미술

지자체 주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 '컬처노믹스'가 대변하듯, 지자체마다 앞 다투어 지향하는 '문화도시', '창조도시' 정책의 산물이다. 한 미술평론가는 "지자체가 아티스트를 동원해 거대 규모의 환경미화를 실시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 서울시 창작공간 중 한 곳인 신당창작아케이드
올해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특징은 도심재생사업과 맞물려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들이 벽에 꽃 그려주고, 거리에 조각상 세워주는 것을 넘어 퇴락한 도시 곳곳에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로 투입되었다. 작가들이 특정 지역에 일정 기간 동안 입주해 작업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많이 기획되었고 이 공간들은 다만 작가들의 작업실이 아닌, 상설 문화 체험 공간이자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을 지향한다.

서울시가 5곳의 창작공간을 개관했고, 인천시는 인천아트플랫폼을 열었다. 대구 중구에서는 재래시장의 빈 점포를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방천시장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내년에는 '대구문화창조발전소'가 들어선다. 부산 역시 광복동 일대에 복합문화창작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지자체들의 전시 행정적 목적만 강조되지 않는다면, 이는 작가들에게 공적 자금이 건강하게 지원되는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공공미술이 지자체의 관심사일뿐 아니라 미술계 자체의 화두이기도 하고, 작가들이 최근 몇 년간 비대해진 미술시장의 입김에서 벗어나 생존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씨를 뿌린 상태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낼지 지켜보는 것은 향후 몇 년간 모든 시민에게 즐거운 과제가 아닐까.

미술시장, 거품 빼고 체질개선

  • 국내 최대 아트페어 KIAF의 2009년 행사
근 몇 년간 미술계를 좌지우지한 미술시장의 기세는 올해 눈에 띄게 꺾인 상태다. 일차적으로는 금융위기의 영향이라지만, "거품이 빠졌다"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지난 7일 열린 '크리에이티브포럼2010'에서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9년 미술시장판매총액은 784억 원으로 2007년의 2606억 원, 2008년의 1866억 원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는 최근 또다시 불거진 그림 로비 사건이 상징하듯, 미술시장의 불투명하고 건강하지 않은 거래 구조에 대한 불신도 영향을 미쳤다.

위기를 감지한 화랑들은 단체전 형식의 아트페어를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나는 길을 모색했다. 미술시장이 불황인데도, 여기저기서 미술 행사 소식이 활발하게 들려온 것은 그 때문. 하지만 대부분이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나마 미술 시장의 폐쇄성이 깨지는 것은 고무할 만한 일이다. 서진수 소장은 현 미술시장에 대해 "판매자 중심 시장에서 구매자 우대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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