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문화, 라이프 화두는]
엄마˙스타˙노블컬˙중극장, 무대 바꾼다
엄마 신드롬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도 문화계 전반에서 출현하고 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출발한 엄마 신드롬은 무대로 옮겨와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로 덩치를 키웠다. 이 작품은 올해 1월 초연 후 지방 순회공연과 서울 앵콜 공연을 반복하면서도 연일 매진의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 같은 엄마 신드롬은 이후에도 영화감독 류장하가 연출을 맡은 연극 <엄마, 여행갈래요?>와 신경숙의 원작을 그대로 무대로 옮긴 <엄마를 부탁해>, 1인극 <어머니 날 낳으시고>, 뮤지컬 <엄마의 약속> 등으로 계속 이어졌다.
불황기에는 실험과 도전보다는 안정성을 택했던 그간의 관례는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어느덧 연극계의 '코리안 리그'가 된 '연극열전'은 올해도 조재현과 스타들을 앞세워 시즌 3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연출가와 배우로도 나선 조재현과 이순재, 송영창, 송승환, 배종옥 등 스타들의 참여는 이번 연극열전에서도 여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관객의 관심이 연극 자체보다는 여전히 스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되고 있어서 아쉬움을 주고 있다.
또 <샤우팅>의 대성과 승리(빅뱅), <한여름 밤의 꿈>의 이홍기(FT아일랜드), <금발이 너무해>의 제시카(소녀시대) 등 아이돌 스타들의 출연은 관객의 연령층을 대폭 낮췄다. 하지만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이런 스타 마케팅을 '양날의 검'이라고 보고 있다. "스타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는 것은 좋지만, 이는 공연계 내부에서 스타를 키워내는 힘이 약한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장르적으로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블컬'이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기발한 자살여행>을 필두로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 김영하 작가의 <퀴즈쇼>,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 등 검증받은 원작소설을 무대로 옮기는 작업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남한산성>과 같은 대형 창작뮤지컬의 성공은 국내 창작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됐다. 원종원 교수는 "작년까지는 창작이 소극장 위주였지만 중극장 이상의 대형 창작뮤지컬이 올해 계속해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점이 고무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웅>이 현재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이고 있다.
중극장 시대가 새로 열린 것은 올 한 해 가장 큰 이슈라고 할 만하다. 1960~1970년대 국립극장으로서 한국 연극을 이끌었던 명동예술극장이 34년 만에 복원돼 개관한 것은 한국연극의 부흥과 명동연극의 부활을 알렸다. 현대연극의 메카였던 드라마센터도 리모델링돼 남산예술센터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한편 대학로에도 500석 이상의 규모를 갖춘 대학로예술극장이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중극장 시대를 열었다.
역사의 퇴장, 전통 콘텐츠의 극화 도전
유난히 큰 별들이 많이 떨어진 한 해, 춤계의 큰 별들도 유명을 달리한 해였다. 지난 7월 춤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 '탄츠테아터'로 20세기 현대춤의 흐름을 바꾼 피나 바우쉬가 7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같은 달 포스트모던댄스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머스 커닝엄도 90년 동안의 춤 인생을 마무리했다.
20세기 현대춤의 여러 페이지를 차지하는 이들이지만 한국에서의 기념 행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바우쉬의 경우 일부 무용가들에 의해 헌정 무대가 마련됐지만, 커닝엄은 별다른 조망 없이 조용히 사라져갔다. 이런 점은 올해 창단 100년을 맞은 발레 뤼스도 마찬가지다. 심정민 춤평론가는 "발레 뤼스가 지금까지도 세계 춤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춤계 내부에서 어떤 언급도 없는 점이 아쉽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존 레퍼토리의 답습 대신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이며 춤 저변의 다양성을 꾀한 점도 두드러졌다. 주로 클래식 발레에만 심하게 편중되어온 국내 발레계가 '드라마 발레'라는 현대발레를 경쟁하듯 동시에 선보인 것이 우선 눈에 띈다. 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와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이 그것이다.
한편 국립무용단(한국춤)과 국립발레단이 1962년부터 존재해온 반면 국립단체가 없던 현대춤 분야에 국립현대무용단이 창설된다는 소식은 전공자들의 마음을 잠시 들뜨게 했었다. 하지만 전속단원 없이 예술감독과 안무가 등 스태프 3명과 사무국 직원으로만 꾸려질 국립현대무용단의 모습은 곧 국립단체가 가져야 할 문화 공공성을 위축시킨다는 반박에 직면한 상태다.
무용수들의 외도도 이어졌다. 국립발레단의 정주영, 유회웅, 백두산 등이 참여해 화제가 된 뮤지컬 <캣츠>에 이어 내년 1월에는 발레리나 김주원이 <컨택트>로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다. 몸이라는 매체를 사용하는 무대예술의 특성상, 바야흐로 장르의 구분은 무의미한 시대다. 해당 장르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지만, 덕분에 관객은 더 질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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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