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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와 '워낭소리', 한국영화에 무엇을 남겼나

[2009 문화, 라이프 화두는] 다섯 번째 천만 관객과 독립영화 대중화 속 빛과 그림자
  • 영화 '해운대'
<해운대>와 <워낭소리>는 2009년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작품들이다. <해운대>는 어려운 한국영화 사정 속에서도 한국영화 역사상 다섯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워낭소리>는 300만 명이라는 독립영화 사상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독립영화라는 '장르'를 대중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흥행 현상에 작품 자체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운대>의 흥행은 한국영화 산업의 향방에 한 지표로 이야기되었고, <워낭소리>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지원 삭감 기조와 맞물려 독립영화의 의의와 자구책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해운대> '천만 쓰나미'에 묻힌 영화산업 역동성

<해운대>의 천만 관객 돌파는 '스리슬쩍' 이루어졌다. 흥행하는 상업영화의 공식을 잘 따른 결과물로서의 이 영화의 흥행에는 별다른 의외성이나 시대사회적으로 의미심장하게 해석할 지점이 없어 보였다. 다른 어떤 '천만 영화'보다도 조용히, 예정된 수순처럼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진정한 첫 천만 영화"(정성일 영화평론가)인 셈이다.

이 흥행이 의미심장해지는 것은 올해 한국영화의 경향 속에서다. 올해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 차기작을 내놓았다. 작품성은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대중성'도 담보한 '스타 작가' 감독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흥행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222만 명,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300만 명이 봤다. 이런 현상이 <해운대> 흥행과 함께 한국영화 관객의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의 평준화'를 가리키는 징후로 이야기되었다.

  • 영화 '좋아서 만든 영화'
2000년대 한국영화가 그 역동성으로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은 것은 박찬욱, 봉준호 감독 같은, 작가적 특색을 살려내면서도 대중적으로 흥미로운 작업을 하는 일군의 감독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관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전형적인 상업영화만 '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될 때, 한국영화의 역동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처럼 투자가 침체된 상황에서 말이다.

독립영화계의 <워낭소리> 딜레마

<워낭소리>의 흥행은 독립영화에 약이자 독이었다.

우선 약의 측면을 살펴보자면, 독립영화가 대중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영진위가 정책 수준에서 아예 '독립영화'라는 명칭을 없애고 지원을 삭감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에도 힘을 실어주었다. 독립영화계의 존재가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영화 환경의 의의를 증명한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워낭소리>의 흥행이, 독립영화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식으로 그 산업적 가치에만 주목하는 담론을 만들어내면서 독립영화 자체의 정체성과 존재 방식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는 측면도 있다.

  • 영화 '똥파리'
지난 14일 서울독립영화제2009 부대행사로 열린 '독립영화 세상 속에 길찾기' 세미나는 이런 와중에 독립영화의 앞날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제를 맡은 유운성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2009년 <워낭소리>와 <낮술>, <똥파리>의 개봉은 한국 독립영화계 내부에 독립장편영화의 주류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놓았다"고 지적하며 "하지만 주류영화계나 언론들에서의 독립들에서의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주로 경제적 관심사, 해외영화제에서의 수상결과라는 점은 매우 염려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중적 관심을 얻은 <워낭소리>나 <똥파리>에 대한 독립영화계 내부적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김동원 독립영화감독은 "독립영화 본연의 '매운 맛'이 없다는 점에서 <워낭소리>가 독립영화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고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올해 대중들이 보고 싶어 한 어떤 지점을 담고 있었을 뿐 꼭 독립영화적으로 논의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말했다. 즉 상업영화와 구분되는 독립영화의 특색으로 인정받았다기보다 일종의 저예산 상업영화처럼 소비되었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워낭소리>가 올해 한국독립영화의 대표작처럼 회자된 것은 이처럼 독립영화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동시에 활발한 고민과 토론을 촉발시켰다. 김성태 영화학자는 "독립영화의 '독립'을 자본이나 정치 권력에서의 물리적 독립이라는 소극적이고 축소된 뜻으로 해석하기보다, 그 가치와 정신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사회에서의 삶의 조건에 대해 생각하고, 영화를 '인간'의 '도구'로 돌려준다는 데에서 독립영화의 의의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 제작비, 구하면 구해질까?

내년 한국영화의 당면과제는 단연 제작비 조달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활용한 '영상 미디어 콘텐츠'로서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은 한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극장 개봉과 TV 방영을 동시에 겨냥한 '텔레시네마' 프로젝트가 그 예였다. 여러 수익 창구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기획함으로써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을 덜 수 있다.

  • 영화 '워낭소리'
도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지자체들이 영화 제작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내년 2월 개봉하는 영화 <식객:김치전쟁>의 경우 광주시가 순제작비 30억 원의 10%인 3억 원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는 전주시의 지원을 받았다. 전국 5개 도시를 테마로 한 영화 시리즈 <영화, 한국을 만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개발진흥기금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시기,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고 아예 초저예산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말겠다는 영화들의 등장도 눈에 띄는데 최근 개봉한 <좋아서 만든 영화>, <약수터 부르스>, <샘터분식> 등이 그 예다. 이 영화들의 특징은 거대 담론에서 밀려난 일상의 가치를 조명한다는 것. 예산과 내용이 어울리는 셈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는 이런 영화들의 탄생을 부추길 전망인데, 최근에는 DSLR 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으로 촬영되는 영화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 한국을 만나다>의 춘천편인 전계수 감독의 <뭘 또 그렇게까지>는 DSLR로 촬영해 극장 개봉하는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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