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는 디아스포라 문학] 서구문학 중심서 아시아 등 제3세계 문학으로 지평 넓어져
"기존 전집과 차별화된 점이 뭡니까?"
"한국작품은 포함되는 겁니까?"
"그런데, 편집위원 중에 아시아, 아프리카 전문가는 왜 없는 겁니까?"
기존 서구문학중심의 세계문학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질문에 편집인들은 적지 않게 당황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전문가 분을 아직 위촉하지 못했습니다. 향후 이 작품들도 전집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문학에 관한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영미, 유럽 중심의 세계문학관에서 점차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제 3세계 문학작품으로 그 시야가 넓어지고 있는 것.
일본과 중국 중심의 아시아 문학도 동남아시아, 중동과 인도 등 다양한 문학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한국 문학의 지변이 넓어지면서 작가, 작품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작가들의 시선이 '국경을 넘어서고' 있는 것. 특히 젊은 작가들이 베트남, 팔레스타인, 몽골 등 제 3세계로 눈을 돌리며 이에 관한 작품들이 속속 한국문단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우리문학이 세계의 문학 되려면?
특히 2000년대 이후 제 3세계를 바라보는 작품들이 리얼리즘 문학 한 켠에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일례로 2007년 출간된 오수연의 소설집 <황금지붕>은 표제작 '황금지붕'을 비롯해 '문', '소리', '꽃비' 등 6편의 단편이 팔레스타인을 배경으로 쓰였다.
일련의 작품들은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과 아시아적 연대를 통해 한반도의 분단 문제를 전 지구적 시야에서 새롭게 인식하는 통로를 만든다. 이 작품집에 대해 문학평론가 황광수 씨는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상태에 있는 지역들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감수성의 진경을 보여주었다"고 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제 3세계 작가, 작품 교류는 '서구문학=세계문학'이라는 한국인들의 문학관을 바꿀 수 있는 계기"라고 말한다. 근대 문학 이후 국내 문학시장에서 세계 문학작품은 곧 프랑스와 독일, 영미 문학 등 서양 문학작품으로 인식됐다.
주제 사라마구,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오르한 파묵 등 몇몇 작가들의 작품을 제외하고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은 국내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서 제 3세계 작가들의 교류와 작품 번역은 국내 문학지변을 넓히고 문학 담론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 3세계 교류 문인모임
문학교류의 첫 단계인 작가교류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돼왔다.
1994년부터 활동 중인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은 대표적인 아시아 문학, 문화교류 단체다. 최인석, 김영현, 김남일, 이대환, 김형수, 방현석, 안도현, 도종환 등이 초기 멤버로 참여했고 현재 회장은 문학평론가 고명철(광운대 교양학부 교수)씨다. '베트남을…'을 통해 베트남 작가 바오닌, 찡짱신 등의 작품이 국내 소개됐다. 작가 교류를 통해 소설 <존재의 형식>(방현석), <슬로 블릿>(이대원), 시 <슬픈 열대>(김형수) 등 베트남을 소재로 한 작품도 나왔다.
몽골과의 교류가 주를 이루는 '아시아 문화유목', 2003년 이라크전 당시 팔레스타인을 통해 이라크로 들어갔던 오수연 소설가가 주축이 돼 만든 모임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와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 모임'도 2000년대 아시아 문학 교류의 장이 됐다.
아시아문화네트워크에서는 2006년부터 발행된 한글·영문 계간지 <아시아>를 발간하고 있는데, 이 잡지는 동아시아에서 범위를 넓혀 극동과 중동 지역 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의 문화지형을 읽어내고 대표작품을 번역, 소개한 이 잡지는 미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를 비롯해 서구의 유수한 대학에 배포되고 있다.
문학은 태생적으로 사회현상을 즉각적으로 발현하는 장르가 아니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미적 성숙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이 나온다. 작가와 문학교류에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문학이 세계의 문학으로 가는 길, 국경을 넘는 작가들의 시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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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