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는 디아스포라 문학]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한·베트남 젊은 문학교류' 주제로 하노이서 워크숍 등 열어

한·베트남 젊은작가 교류(사진제공=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작가들의 모임)
앞서 소개한 바대로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이하 '베트남…')은 1994년 결성된 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모임이다. 각 국가의 문학교류가 문인의 교류에서 문학작품의 교류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베트남…'은 민간문화 교류의 장을 연 셈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10여 년 간 베트남 작가들과 교류해왔다.

지난 10~1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009년 베트남 작가들과의 교류행사가 있었다. 올해 교류의 주제는 '한·베트남 젊은 문학 교류'. 이번 교류는'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이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미스터피자(제주지점)이 후원했다.

'베트남…'의 회장인 고명철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문학평론가)는 "그동안의 문학교류가 베트남 전쟁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불행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초점을 모았다면, 이후 새롭게 펼쳐질 문학교류는 한국과 베트남이 현재 놓여있는 현실에 대한 문학이 소통되어야 하고, 그 소통을 통해 쌍방을 포함한 아시아의 문학적 소통의 길을 내야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2009년 한국문학과 베트남문학

교류행사는 한국과 베트남 국가의 대표 문인들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베트남 작가동맹 휴틴 주석을 비롯한 30여 명의 소설가, 시인, 비평가, 기자가 참석했고 한국 문인으로 고명철 교수, 고영직 문학평론가, 안재성 소설가, 이진희 시인, 최명진 시인 등이 참여했다.

한·베트남 젊은작가 교류, 대화를 나누는 안재성 소설가와 이진희 시인(왼쪽에서 세번째, 네번째)(사진제공=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작가들의 모임)
먼저 한국과 베트남의 젊은 문학을 비교하는 워크숍으로 문을 열었다.

베트남 작가협회의 보티쑤언하(소설가, 작가협회 젊은작가위원회 부위원장)는 '젊은 문학과 젊은 작가들'을 통해 2000년대 베트남 젊은 문학을 분석했다. 베트남 문학은 1930년대 젊은 작가들의 문학 갱신 이후 오랜 기간 전통의 공간에서 탄생했으며 베트남 전쟁 전후와 도이머이(1986년 실시된 베트남 정책 쇄신정책)이후 명성을 얻은 선배 작가들이 문학적 자양분이 되었다.

현재 베트남 문학은 시장 프리즘 아래서 세계 각지의 문학에 영향을 받고,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인터넷문학'이 생기면서 수많은 문학웹사이트가 운영되는 등 과도기에 이르렀다. 보티쑤언하의 발제를 통해 과거 세대에게 문학적 자양분을 넘겨받았고, 이전 세대보다 세계적 보편성의 언어를 구사하며, 인터넷 등 변화된 환경에서 문학작품을 생산한다는 면에서 2000년대 한국과 베트남 젊은 작가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명철 교수는 '지금 이곳의 한국문학, 그 전위적 상상력'을 통해 2000년대 한국문학을 베트남에 소개했다. 고 교수는 기고글을 통해 2000년대 한국 문학은 한국이 내포하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상상력의 물꼬를 트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일례로 황석영의 <바리데기>, 정도상의 <찔레꽃>, 이대환의 <큰돈과 콘돔>, 전성태의 <목란식당>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또한 베트남과 팔라스타인, 아랍 세계의 조망을 통해 아시아의 식민지적 고통과 기억을 공유하고, 아시아적 연대를 통해 서구중심주의를 해체하는 한국문단의 작품을 소개했다.

"하종오의 <국경 없는 공장>, 김해자의 <아시아의 국경>, 송경동의 <꿀잠>등 작품에서 보이는 문제의식은 개별 국민국가의 상상력에 자족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적 연대를 통해 한국문학의 기존 난제를 해결하는 문학적 통찰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 한국문학의 문제작들은 국민국가의 협소한 상상력을 과감히 넘어서고 있는 중입니다."

한·베트남 젊은작가 교류에서 베트남 작가가 한국문학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작가들의 모임)(사진제공=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작가들의 모임)
이어 양국의 작품을 교류하고 이에 관한 문인들의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안재성 소설가는 베트남 작가 응웬옥뜨의 소설<끝없는 들판>의 감상평을 발제해 베트남 작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끝없는 들판>은 미완의 혁명의 시기를 살아가는 소외된 하층민의 일상을 그린, 대단히 탁월한 작품입니다. 새로운 길을 선택했지만 아직까지 서민대중에게 그 혜택이 돌아오지 못하는 냉엄한 현실을 너무나 솔직히, 그러나 또한 너무나 아름답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베트남 소설가 응웬딘뜨와 퐁디엡은 은희경의 단편 <서정시대>에 대한 감상평을 전했다. "주인공을 나라고 지칭하며 다른 인물들은 단지 K,A,B,C,라고 지칭합니다. 이렇게 이름을 짓는 것은 많은 변화를 겪은 한국의 젊은 세대들과 사회적 삶에 대한 개괄적 특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게 휘한 문학적 장치로 보입니다." (베트남 작가 퐁디엡)

무엇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가

각 국의 젊은 문학에 관한 발제가 끝난 후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가 읽은 은희경의 <서정시대>는 한국에서 어떤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까?"

"응웬옥뜨의 <끝없는 들판>은 베트남 전쟁 이후 쓰인 소설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소설가가 베트남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 읽어내셨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아마 한국과 베트남의 제국주의, 전쟁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후 열린 '젊은 문학의 밤'에서 각국 문인들의 시 낭송이 이어졌다. 최명진 시인과 이진희 시인은 자작시 '몇 가지 단서'와 '자전거를 타자'을 낭송했고, 베트남 시인 응웬안부와 투이안을 비롯해 10 여명의 시인들의 자작시를 차례로 낭송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번 교류행사에서 처음 선 보인 것은 마임니스트 이경섭 씨의 공연. 베트남 시인 휴틴의 작품 '그 사람', '고백',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를 모티프로 한 공연을 선보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끝없는 갈등으로 인해 자신의 본 모습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 자신의 마음의 본향인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며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일대기를 무언극으로 표현한 공연은 언어를 넘어 한-베트남 예술가들을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문인은 언어 예술가이기 때문에 해외 문학만 읽으면 세계문학을 할 수 있다는 발상은 구시대적인 생각입니다. 타국에 대한 경험, 작가와 작품 교류는 문인의 몸과 머리를 바꾸는 시작입니다."

'한·베트남 젊은 문학 교류'를 기획한 고명철 교수의 말이다. 국경을 넘는 작가들의 노력은 한국문학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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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