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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과 인터넷 소설 연재, 문학과 출판 지형도 바꿀까

[디지털과 아날로그 충돌과 상생]
  • 문화 웹진 '아비' 창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황석영과 도정일
'미디어는 메시지'.

저 유명한 맥루한의 명제는 이제 하나의 진리로 통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는 문학과 출판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시대를 논하며 인터넷의 출현과 블룩, e-book과 인터넷 연재소설을 말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를 화두로 꺼내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책, 신문을 비롯한 아날로그 매체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매스미디어 중 하나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모든 지식인들은 책을 읽고, 조간신문으로 하루의 정보를 체크한다.

자신의 박물관적 지식을 개인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세계의 지성'으로 불리는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인터넷에는 내가 필요한 지식이 없다"고 단언한다. 디지털 시대, 대중은 쌍방향 소통과 정보 민주화를 말하지만, 정작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은 여전히 아날로그 매체에서 정보와 지식을 찾는다는 말이다. 이들에게 디지털 시대는 자신의 축적된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체'가 출현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드는 출판환경과 아날로그의 매력을 고수하는 작가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 인터넷 소설 연재중인 작가들(왼쪽부터 소설가 신경숙, 정한아, 구효서, 오현종씨)
디지털 시대의 출판 시장

현재 출판 시장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인터넷 소설연재와 e-book이다. 2008년 제 60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화두는 e-book이었다. 도서전에서는 전체 전시 작품 중 30%가 디지털미디어의 형태로 출품됐고 전자책 관련 행사가 다양하게 진행됐다.

국내 출판계도 e-book을 불황 탈출구로 보고 주목한다. 삼성전자와 아이리버가 e-book 단말기를 출시했고, 삼성전자는 교보문고, LG텔레콤은 인터파크도서와 각각 협력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예스24 등이 공동으로 출자한 한국이퍼브, 문학과지성사 등이 세운 한국출판콘텐츠 등 e-book 콘텐츠 관리업체도 속속 나타났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e-book, 오디오북 등 디지털콘텐츠가 2008년과 비교해 36.5%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올해에는 약 2배 정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e-book의 출현은 기존 출판 시장의 프로세스가 재정비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처럼 종이책 출간 후 e-book 출간이 아닌 온라인 연재 후 종이책 혹은 e-book 출판 형태나 저작권자(작가)가 직접 e-book 출판하는 형태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종이책이 출간된 후 시장성을 갖춘 콘텐츠만이 e-book으로 다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현재의 e-book 시장은 말 그대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을 보여준다.

e-book과 함께 지난 한 해 출판시장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등장한 인터넷 소설 연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상생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2007년 소설가 박범신 씨가 네이버 블로그에 <촐라체>를 연재한 것을 시작으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교보문고, 예스 24등 인터넷 서점, 문학동네 블로그 등 출판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연재 지면이 속속 등장했고, 인터넷 연재 전문 사이트 '나비'와 '웅진 뿔'등이 올해 하반기 문을 열었다. 현재 황석영, 이제하, 신경숙, 구효서, 윤성희, 정한아 등 중견과 신진을 포함한 10여 명의 작가들이 인터넷서점과 웹진, 출판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기성작가들의 인터넷 소설연재는 종이책 출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상생 사례로 꼽힌다. 인터넷 연재소설의 등장으로 국내 문학계는 계간지 연재 시스템에서 탈피해 온라인으로 연재 지면을 확장해 장편소설 생산이 대폭 늘어났다. 연재기간 동안 인터넷을 통한 광고효과를 톡톡히 누린다는 장점도 있다. 인터넷 연재가 한국문단의 지형도를 바꿀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장편 연재를 활성화시키는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입을 모은다.

아날로그 매력 고수하는 그들

디지털 시대에 그러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출판시장의 주체라 할 작가들이다.

대다수 작가들이 컴퓨터로 집필하고 있지만, 여전히 손 글을 고집하는 작가도 존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작가 중 인터넷 연재를 한 작가도 다수 포함된다는 것. 말 그대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상생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손 글로 작품을 집필한다고 해도 작가 본인 또는 편집자가 컴퓨터로 작업한 후 단행본을 펴낸다는 것. 이들의 작품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을 거쳐 다시 아날로그 매체로 발간된다.

소설가 박범신 씨와 김훈 씨는 아직까지 육필원고를 고수하는데, 이들이 인터넷 연재를 통해 출간한 <촐라체>와 <공무도하> 역시 원고지에 글을 써서 담당 편집자가 블로그에 다시 옮겨 적는 방식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캐나다 밴쿠버에 살고 있는 소설가 박상륭 씨는 중국인이 경영하는 인쇄소에 직접 주문 제작한 세로 원고지를 쓴다. 작품을 완성한 후, 새로 옮겨 적어 오탈자 하나 없는 '완벽한 원고'를 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몇 년 전부터 그의 부인이 컴퓨터를 배우면서 작가가 육필원고를 완성하면 부인이 컴퓨터로 다시 옮겨 출판사로 송고하고 있다.

때로 작가들은 육필과 노트북 작업을 병행하기도 한다.

소설가 손홍규 씨는 2001년 등단한 이후 줄곧 육필원고를 고수한다. 다만 소설을 제외한 에세이, 시평 등을 쓸 때는 노트북으로 작업한다.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손 씨는 "원고지에 작품을 완성한 다음 컴퓨터로 옮겨 적어 출판사에 전해준다. 이때 다시 한번 퇴고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읽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손으로 소설을 쓰게 되면 '소설이 노동'이라는 느낌이 든다. 펜이 원고지를 지나는 느낌, 잉크 냄새 같은 물리적인 느낌이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 소설가 김연수 씨는 대부분의 작품을 노트북으로 작업하지만, 자전 소설 <뉴욕제과점>을 쓸 때만은 육필원고를 고집했고, 소설가 김중혁 씨는 <펭귄뉴스> 등 초기 단편작품을 쓸 때 육필과 노트북 작업을 병행했다. 원고지 5장 분량 정도를 손으로 쓴 뒤 그 원고를 컴퓨터에 옮기면서 손 보고, 또 다음 5장 분량을 손으로 쓴 뒤 그 원고를 컴퓨터에 옮기는 방식이다.

"노트북으로 작업을 한다고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습니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지지 않으니까 큰 시간 차이는 나지 않아요. 육필과 노트북 둘 다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나는)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도 우리가 별처럼 나무처럼 변함없는 육신으로 아날로그의 삶을 살아가는 한, 그것을 중심으로 풀어나갈 콘텐츠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연장이나 도구는 마치 의상처럼 깃이 넓어지고 좁아지고 치마가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것처럼 당대에 따라서 갈아입거나 바꿔 쓰면 될 일이다.'

1991년부터 '아래 아 한글'을 썼던 작가 황석영 씨가 블로그에 남긴 말이다. 세계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던 작가의 이 말은 디지로그 시대, 언어예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은 콘텐츠의 힘이라는 것.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밀월 관계를 흥미롭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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