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몽스트르 개관전 <??따먹기>전

홍학순, 윙크토끼 똑딱똑딱
프랑스 작가협회 '몽스트르monstre'가 서울 이태원에 진출했다. 옛 '짚시의 상실'에 거점을 마련해 전을 열었다. 이태원 재개발 시대를 맞아 한국사회의 범국민적 라이프 스타일인 부동산 투기, 혹은 '땅따먹기' 행렬에 동참하기 위해서일까?

하지만 제목만큼이나 이들의 '??따먹는' 기술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나무젓가락과 종이로 만든 <몽스트르 국기>로 영역을 표시하고 번영을 기원하는 고사에서는 돼지코 그림이 돼지머리를 대신한다. 문도 잠그지 않는다. 행인이 기웃거려도 개의치 않고, 심지어 허락 없이 들어오는 누구라도 환영이다.

이들의 점령의 목적은 상식과 다르다. 문을 걸어 잠가 공간을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닫혔던 공간을 활짝 열기 위해서다. '경제적' 논리가 독차지한 땅을 해방하려는 문화적 저항이다. 몽스트르는 프랑스와 한국 간 미술 교류를 취지로 만들어진 협회다.

전시 내용도 '땅따먹기'를 풍자하고 유희한다. 홍학순 작가는 한쪽 벽에 토끼 캐릭터를 잔뜩 그려 넣었다. 공간을 차지하려 복작대는 그 와중에 전신거울이 있다. 관객도 그들 중 일부가 된다.(<윙크토끼 똑딱똑딱>)

방은겸 작가의 <간판 먹은 여인>은 이 공간에 걸리면서 비로소, 사각 프레임 밖으로 튀어 나왔다. 원래 작품 둘레에 팔과 다리를 그려 넣었다. 정상적으로 접붙지 않은 팔과 다리가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고, 벽과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유정, 위대한 성
김진 작가의 와 이민정 작가의 에서 느껴지는 마티에르는 이 작품이 태어난 과정에서 벌어진 작가의 의도와 손길, 기법 간의 경합을 생생히 증언한다. 김태형 작가의 <세차장>은 구도와, 인물들의 위치와 시선으로 가깝고도 멀고도 지그재그인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모든 사회적 공간은 저런 입체적 역사를 품고 있을 것이다.

김유정 작가의 프레스코화에 등장하는 이국적 건축 양식은 모두 인천에서 따온 것이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저 <위대한 성>들이 전시장 한 켠을 부유하고 있다.

이곳이 앞으로 아트페어, 비엔날레, 상업 갤러리 같은 미술 제도 바깥에서 미술이 사회와 사회를 연결하고 가로지르는 한 본거지가 될 것이다. 라틴어로는 '보여주다', 프랑스어로는 '괴물'이라는 뜻의 몽스트로 점령지는 이태원 도깨비시장길에 있다. 그 유쾌한 게릴라전을 목격하고 싶은 누구라도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몽스트르 개관전 는 1월 23일까지 열린다. 문의는 010-7203-2470.


이민정, DunDee
방은겸, 간판 먹은 여인
김진, milled feuilles
김태형, 세차장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