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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헌책방 '프랜차이즈 vs 사랑방'

[제3세대 헌책방] 크기로 승부하는 대형서점에 커뮤니티형 동네 책방 대결 양상
  • 리브로 헌책방 '유북' 강남점(사진제공=리브로)
2000년대 탄생한 오프라인 헌책방은 크게 둘로 나뉜다. 크기로 승부하거나, 질로 승부하거나. 일본에서 물 건너온 헌책방 프랜차이즈 '북오프' 서울점을 시작으로 대형서점 리브로의 헌책방 코너 '유북'은 지난 해 6월 금싸라기 땅, 강남에 아예 헌책방 전문매장을 냈다. 한편 '질'로 승부하는 동네 헌책방도 등장했다. 2000년대 오프라인 헌책방, 두 스타일을 비교한다.

헌책방도 프랜차이즈 시대

북오프는 일본 최대 중고서적 판매 체인점. 1991년 일본에서 문을 열었고 현재 한국, 미국, 하와이 등 해외 점포 13개를 포함해 모두 900여 개의 중고서적 판매점을 갖고 있다. 북오프는 2006년 서울역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 지난 해 다시 신촌점을 개장했다. 북오프 샤토 사장은 지난 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점의 경우 크면 클수록 고객 유인효과가 크다. 북오프는 10년 전부터 대형화로 방침을 바꾸었고 결과적으로 적중했다"고 말한 바 있다.

북오프의 특징은 헌책 매매 기준. '헌책이 얼마나 신간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책의 종류, 출고시점과 상관없이 책의 상태에 따라 100원부터 1000원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표지가 없거나 대여점 마크가 크게 찍힌 책들은 탈락이다. 이렇게 모은 책은 깔끔하게 정돈돼 일본 대형 서점처럼 음반과 함께 진열된다. 신촌점의 경우 헌책은 10만 권(음반 포함), 일본책과 한국책의 비율은 6대 4정도다. 만화책과 소설책이 주를 이룬다. 판매 가격은 30-50%선.

신촌점 매니저 쿠보타 아츠시 씨는 "북오프 해외지점은 일본 동포를 위한 헌책방이지만 한국만은 예외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쓴다"고 말했다. 서울역점 운영 결과,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하루 200명가량 이용하는 신촌점 고객 역시 한국인이 90%를 차지한다.

  • 신촌로터리에 위치한 헌책방 '북오프(BOOK-OFF)'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과 함께 대형서점의 대명사로 꼽히는 북스 리브로. 그러나 리브로 강남점은 헌책방 가게 '유북'으로 지난 해 6월 리모델링했다. 리브로 마케팅팀 전재관 과장은 "대형서점의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으로 리브로 을지로점, 부산점 등 7지점 한 쪽에 헌책코너 '유북'을 두었다. 강남은 경쟁사 교보문고 강남점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헌책 전문매장으로 바꾸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헌책방이라고 자기계발서, 처세서가 주를 이루는 건 아니다. 실제 지난 5일 찾은 유북 강남점 학술 코너에는 <창작과 비평> 87년 복간호부터 <실천문학>창간호까지 옛 문학계간지가 단돈 3000권에 주인을 찾고 있었고, 절판된 해외 원서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오늘 들어온 헌책을 비치하는 '오늘의 유즈드 북(Used Book)' 코너에는 알짜 도서 300-400권이 반값에 주인을 기다린다. 80% 파격세일 코너부터 균일가 1000원 코너까지 행사도 다양하다.

유북 강남점 김대현 팀장은 "일반 대형서점과 마찬가지로 책 구입가의 3.5%를 북스리브로 포인트로 적립시켜주고 1.5%는 오케이캐시백 포인트로 쌓인다"고 말했다.

동네 문화 만드는 헌책방들

  • 종로구 창성동에 위치한 헌책방 '가가린'
프랜차이즈 헌책방이 수만 권에 이르는 물량과 대형서점의 깔끔함으로 승부한다면, 커뮤니티형 동네 책방은 '문화'전략을 사용한다.

종로구 창성동 '가가린'은 옆 가게인 갤러리팩토리, 카페 mk2, 워크룸 디자인 스튜디오의 주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헌책방. 조명디자이너, 사진작가, 편집디자이너, 큐레이터 등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주인들' 덕분에 디자인과 건축 등 예술관련 서적이 책방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물론 소설과 인문, 사회과학서 등 있을 건 다 있다.

이곳의 특징은 헌책 매매를 회원제로 운영한다는 것. 연 회원 2만원, 평생회원 5만원에 가입비를 내면 책을 위탁 판매할 수 있고, 책의 가격은 '파는 회원' 본인이 직접 책정한다. 회원증이나 회원카드는 발급하지 않는다.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이곳을 찾고, 헌책을 사고, 자기 책을 내놓는 회원이 되기 때문에, 주인들이 회원 얼굴을 다 익히기 때문이라고. 2년 전 문을 연 이곳의 회원은 현재 250명 정도. 출판관계자, 디자이너, 디자인 학과 학생들이 주로 찾는다. 개인이 소규모로 만드는 '수제 도서', 독립 출판물도 판매한다.

'가가린' 매니저 차승현 씨는 "1년에 한번 회원들을 대상으로 옥션을 진행한다. 지난 연말 바자회형식으로 회원들이 옆 가게 mk2 카페에서 책, 옷, 소품을 판매하며 간단한 파티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촌역 근처 아름다운가게가 운영하는 신촌책방은 동네 한 구석에 있어 찾기가 쉽지 않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동네 문화 공간이다. 이곳의 특징은 숟가락, 병뚜껑, 폐목재, 헌 옷 등을 재활용한 친환경 인테리어. 매니저 이현지 씨는 "신촌책방은 단순한 재활용가게 역할을 넘어 대안문화공간으로 탄생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은 신촌책방 이외에도 파주 '보물섬', 광화문의 '광화문책방', 강남의 '강남책방', 광주의 '광주용봉책방'이 있다.

  • 아름다운 책방 '신촌책방'
이곳은 '헌책 구경' 이외에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지역풀뿌리 단체, 동네 소규모 그룹의 모임에 헌책방 공간을 무료로 빌려주기도 하고,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신촌책방을 찾은 6일에도 역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회하고 있었는데, 책장 사이에 작품을 전시하고 손님들이 이를 발견해 카메라로 촬영,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 소정의 상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었다.

비정기적인 소규모 공연도 열린다. 매달 4째 주 금요일 저녁에는 여성환경연대에서 제안하는 대안문화캠페인 '캔들나이트'가 진행된다.

3만 3000권을 보유한 신촌책방은 모두 기증된 도서들로 비치된다. 크게 세 '루트'로 이곳에 오게 되는데, 아름다운 가게 되살림터에서 분류돼 배송되거나 시민들이 신촌책방으로 직접 기증하기도 한다. 신촌책방은 소나무출판사에서 비정기적으로 기증하기도 한다고. 하루 평균 40-50명 찾는 이곳은 주말에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인문사회, 소설, 아동도서, 취미, 환경, 경제경영 등 다양한 책이 분류돼있기 때문.

매니저 이현지 씨는 "신촌책방의 수익은 전액 기증 도서와 음반 판매다. 그 외 문화행사, 공연 등은 재능기부를 통한 무료행사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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