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아티스트 양아치이미 게임기가 미디어아트의 정점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

프레임을 허물고 거리로 나온 미디어 아트는 관람객들에게는 감상행위에 있어서의 혁명과도 같았다. 화려한 영상과 최첨단 디지털 도구의 적극적인 차용은 관람객들에게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반면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 할수록 현재를 살아가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에게 예술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때때로 예술가들을 새로운 장르로 내몰기도 한다.

한때 미디어 아티스트로 불려 온 작가 양아치는 지금껏 보여준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웹 아티스트라는 범주에 있다. 미디어 아트를 통해 인터랙션을 시도한 바 있던 그가 미디어 아트에 흥미를 잃은 데는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게임기 등 산업적 매체의 등장에 있다. 외형으로만 확장하면서 지금껏 '편한 선택'을 해온 미디어 아트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그에게서 들어봤다.

-처음에 조각을 시작했고 웹에서 꾸준히 작업을 해왔다. 당신에게 '프레임'이란 어떤 의미인가.

두 가지라고 본다. 상징적인 의미일 수도 있겠는데, 액자가 필요 없다는 것은 미술 그 자체라는 것일 테고 액자가 요구하는 것은 미술품이다. 곧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했던 인터랙션 작업은 더 이상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유가 뭔가.

게임기의 위력이 대단한 시대다. 이미 게임기가 미디어 아트의 정점을 소화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굳이 내가 인터랙션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 난 그런 것을 이미 작품으로 보고 있다. 제작자들을 아티스트로 끌어와야 할 형편이다. 실제로 해외의 진보적인 큐레이터들은 이들을 작품으로서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미디어 아트가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게임 개발자들과 그런 얘기를 해봤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예술은 인문학적인 배경 없는 막무가내 식의 형태였다. 통섭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 아닐까. 이 영역을 큐레이터들이 소화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최근 당신이 시도하는 스토리텔링이 미디어 아트나 웹 아트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까.

나는 스토리텔링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데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포털 사이트가 웹을 장악한 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웹을 떠났다. 그것은 웹이 보장해주리라 믿었던 '가상성에 대한 믿음'을 잃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대중들이 웹에 올리는 컨텐츠들은 너무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촛불집회만 하더라도, 올라오는 대부분의 영상들이 현실을 그대로 복제한 게 아닌가. 그래서 이야기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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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