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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특징에 속한 창작자인가?

[평론가가 말하는 2000년대 한국문학] 소설분야 토론회 지상중계
환상, 횡단 세태소설 규정 발제에 문인·평론가 갑론을박
  • <우리시대 새로운 미학은 탄생했는가> 작가와 평론가 대담에 참석한 문인들(왼쪽부터 이재웅 소설가, 김미월 소설가, 김재영 소설가, 이경재 문학평론가, 오창은 문학평론가. 사진제공=한국작가회의)
지난 16일 2000년대 한국문학 10년을 정리하는 자리가 열렸다. <우리시대 새로운 미학은 탄생했는가>를 주제로 50여명의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출판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4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은 민족문학연구소 소속 문학평론가들의 발제를 중심으로 가벼운 토론을 덧붙인 1부에 이어 시, 소설로 장르를 나눠 해당 분야 문인들이 집중 토론회를 가졌다. 소설분야 토론회를 중계한다.

이경재 문학평론가는 <2000년대 한국소설의 변화상>이란 제목의 발제문에서 최근 10년 간 한국소설의 특징을 '환상, 횡단, 세태소설'로 규정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드러난 환상성은 기성세대와 다른 자신들만의 미학적 새로움을 확보하면서 달라진 시대 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한국 소설에서 횡단은 시간, 공간, 장르, 담론을 구분하지 않고 이루어졌다. 시간의 횡단은 역사소설의 붐에서 확인할 수 있고, 공간의 횡단은 오수연, 황석영, 정도상, 전성태 작가 등 한반도를 벗어나 '전지구적' 배경에서 쓰인 일련의 소설을 들 수 있다. 각종 교양지식이 소설에 거의 그대로 수용되기도 하고, SF와 같은 인접장르는 물론이고 영화적 기법 등이 소설 창작에 활발하게 활용됐다. 또한 2000년대 사회의 관습, 가치관, 습속을 정교한 관찰에 입각한 세태소설이 다수 창작됐다.

환상․횡단․루저의 3박자

오창은(문학평론가, 사회자):발제문을 들으며 작가들이 '나는 어느 특징에 속한 창작자인가?'를 생각하셨으리라 봅니다.

김재영(소설가):이경재 평론가께서 저를 '횡단을 시도하는 작가'로 규정하셨습니다. 최근 국경을 넘어 전지구적차원에서 작품을 쓰는 작가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 변화된 환경에서 작가가 무엇을 생각하고 써내야 하는가. 이 고민의 과정이 10년 내내 이어진 것 같습니다.

오창은:발제문에서 2000년대 한국 소설을 3가지로 구분했던 것과 더불어 또 하나 특징을 보태고 싶은 게 '주체의 다변화'입니다. 일종의 하위주체라든지 예전 소설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목소리들이 2000년대 소설에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김미월 작가의 작품도 맞닿아있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김미월(소설가): 사실 제 소설은 환상, 횡단, 세태소설 등 2000년대 한국소설의 특징, 어느 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제 소설에 대해 생각하지만 한국문학이나 2000년대 소설에 대해 고민해본적이 거의 없어요. 제가 관심을 갖는 사람들, 관심가는 상황, 이야기를 소소하게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런 이야기를 쓰는 중에 평론가와 독자들이 공통된 색조를 발견해 주는 것 같아요.

오창은: 시대를 반영하기 위해 문학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삶에 충실한 것이 시대의 표상이 되는, 그런 의미에서 김미월 작가의 표현이 우리시대 작품들의 표정과 맞닿아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재웅(소설가):2000년대 10년은 새로운 작가군이 성장하고 안착화된 시기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세대의 출현은 이경재 평론가가 말씀하셨듯 환상담론, 미시서사와 관련이 있고 따라서 제가 보기에 여성작가들이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작가 중에서도 미시서사에 재능을 지닌 작가들이 중심층을 이루는 여지가 커졌다고 봅니다. 김미월 작가의 경우도 '소소한 것'이라고 말씀 하셨듯이 거창한 세계가 아니라 자유로운 시선을 그리는 작품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특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진(소설가):개인적으로 김미월 작가의 얘기에 공감했어요. 저도 개인적 트라우마, 사소한 경험을 가지고 작품을 씁니다. 작가는 소설小說, 그러니까 소소한 이야기를 쓸 뿐이고 이것이 큰 목소리가 되길 바랄 뿐이죠. 소소한 이야기를 확대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이정현(문학평론가):특정하게 나이를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386세대 평론가들은 세상에 대해 돌아가는 체제는 책을 통해 보고(해외 지식인 사회의 최신 담론, 사상, 철학, 문예사조를 수용한다는 뜻) 그것에 대한 담론으로 한국작품을 대입합니다. 전 소설 창작뿐 아니라 소설의 비평에서 있어서도 새로운 방식의 비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소설과 한국소설을 비교해 공통점을 찾는 등 문학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혔으면 합니다.

2000년대 문학, 돌파구는 '문헌학적 상상력'

정도상(소설가):아까 소설이란 소소한 이야기란 말에 일부 동의하고 일부 동의하지 않습니다. 뉴욕 3부작을 쓴 폴 오스터의 작품을 읽어보면 소소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작품에서도 개인의 상처를 다룹니다. 모든 상처는 사회적이거나 국가적이지 않으니까요. 개인적 상처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를 읽어내는 것이 비평가와 독자의 몫이겠죠. 하지만 개인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이야기 합니다. 오르한 파묵의 <눈>도 12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연애하는 이야기잖아요? 껍질을 벗겨보면 아르메니아인 학살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가 이 남자의 삶에 트라우마로 존재합니다.

방청객:토론회에서 2000년대 문학을 다루고 있지만, 한국문학을 논하며 분단문학에 관한 논의를 빼놓을 수 없다고 봅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이런 분단문학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까운 독자입니다. 여기 계신 작가, 평론가 선생님들께서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도상: 전 <찔레꽃>이란 작품에서 탈북자 문제를 썼습니다만, 당시 중국에서 탈북자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그러니까, 저를 비롯한 대다수 작가들은 삶에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상처나 트라우마를 소설로 씁니다. 젊은 작가들의 경우 분단과 관련한 구체적 현실 접촉이 없는 거죠. 지금 남한 사회가 분단문제와 구체적 접촉을 어떻게 가질 것인지는 젊은 작가들의 관심사항도 아닐뿐더러 구체적으로 발생하는 현실 리얼리티의 지점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을 거예요. 황석영, 조정래 등 분단 현실을 썼던 대표적인 작가들은 구체적 실존으로 겪어낸 분단이 있는 거죠. 젊은 작가들이 겪는 분단은 관념으로 존재하죠.

고명철(문학평론가):김연수 작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선배 세대처럼 (세계와)직접적, 구체적 접촉을 통해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구체적 접촉 없이 얼마나 새로운 미학을 돌파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아예 자기 소설 쓰는 방법론에 대해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른바 '문헌학적 상상력'이래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삶의 공부도 있지만, 외국문학과 흐름을 보는 것이 2000년대 문학의 미학적 돌파구를 찾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창은: 마지막으로 2000년대 한국문학의 특징 중 하나가 번역작업과 작가교류 등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만남이죠. 특히 서구가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다양한 문화권과 문학교류가 있었습니다. 그 점에서 전문가인 김재용 평론가가 의미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재용(문학평론가): 소설의 역사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알 수 있어요. 일례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1960년대 세계를 장악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죠. 우선 유럽이 전후(戰後)사회가 되면서 소설이 사라졌지만, 소설 시장은 남아있었고 유럽 비평가들이 라틴아메리카 소설에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라틴아메리카가 가장 역동적인 시대가 바로 1960년대란 점이에요. 지금 제 2의 마르케스가 라틴아메리카에서 나오지 않는 건 소설가, 비평가 개개인의 탓이 아닙니다. 같은 선상에서 생각해보면, 2000년대 한국사회가 역사적으로 소설이 활성화되는 역동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회 역동성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아요.

한국사회가 사람들을 단자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한 작가가 아무리 열심히 세상을 보고 쓰려고 해도 작품으로 그려지지 않는 면이 있는 거죠. 정말 뛰어난 작가가 나와도 좋은 소설을 쓰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은 시대가 2000년대 한국사회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작가와 비평가들이 이제 미학적 고민을 넘어서서 소설이 지닌 운명을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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