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의 새바람] 굿네이버스 양진옥 본부장성숙한 시민의식, 인터넷 통한 소액 기부 증가 등 한몫

"기부문화가 많이 달라졌어요.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커지고 참여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졌고요. 나눔의 즐거움을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인 마음으로 전하고 싶어요."

최근 발생한 아이티 지진 피해가 국내 구호단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짧은 모금 기간 동안 10억원에 가깝거나 훌쩍 넘는 모금액이 걷혔기 때문이다. 굿네이버스도 하루 만에 1억원을 모금했고, 3일 만에 5억원을 넘겼다. 빈곤한 제3세계를 돕고자 하는 국민적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개인 기부자들의 참여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면서 '선진 기부문화'로 들어서는 길이 더 빨라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의 양진옥 본부장을 만나 우리나라의 변화하는 기부 문화에 대해 물었다.

아이티 지진과 관련해 굿네이버스의 현황은.

2003년과 2004년에도 쓰나미와 파키스탄 강진이 발생해 모금을 했지만 지금처럼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당시에는 회원들에게 메일과 서신을 보내서 2~3억원을 모금했다. 이번 아이티 참사를 계기로 기부문화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있는 가운데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졌고, 사람들의 마인드가 달라진 것 같다.

아이티 피해 모금에 개인 기부자들이 많았다는데.

워낙 이슈인 사태였다. 기업들도 많이 참여하지만 그래도 전체의 57%가 개인 기부자 비율이다. 또한 개인 기부금 중에서 53% 이상이 온라인 모금이다. 온라인의 활성화로 많이 모을 수 있었다. 또한 ARS, 휴대폰 문자메시지 모금들도 많이 발전했다.

기부문화가 어떻게 달라졌나.

기부문화의 변화를 2005년 전후로 보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을 통해서 활동하는 네티즌이 많아지고, 기부할 수 있는 영역들이 발달했다. 굿네이버스도 1998년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2005년에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해피빈'을 7월에 만들었다.

당시 '100원의 기적'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별다른 홍보 없이도 네티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다니며 기부처를 선택했다. 소액이지만 '나도 참여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개인 기부자들이 늘었다고 본다. 이런 활동이 기부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커다란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또한 과거의 고지서 결제가 아니어서 은행에 갈 필요가 없이 결제 시스템이 무척 편리하다. 이런 장치들이 기부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소액 기부자들도 많을 텐데.

'100원의 기적' 아이템은 100원부터 시작해서 천원 단위, 만원 단위 등으로 올라간다. 정기적으로 회원을 참여하게 해서 성장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에 한번에 내는 건 쉽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데 의의가 있다. '십시일반'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지만, 누적 회원들이 30만 명이 넘는다.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의 힘이 필요하다.

해외 기부 활동과 비교한다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기부하는가'를 조사(기빈인덱스)했더니 1년 동안 10만 원을 조금 넘는 금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에 참여해 봤다'는 사람은 55%였다고 한다. 미국은 1년 동안 100만 원이 넘었고, 참여율은 80%였다. 그러나 우리도 최근 2~3년 사이에 참여도가 많이 달라졌다.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008년과 2009년을 비교하면 신규로 가입하는 분들이 30% 이상 상승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의 상승세다. 미국은 어릴 때부터 나눔을 실천하는 분위기와 개인적인 자원봉사 등 여러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생활 속 실천이야말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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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