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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전성시대를 말하다

[대중문화의 블랙홀, 아이돌] 문화·방송·가요계 전문가 5人
  • 조권, '세바퀴' 출연
최근 '깝권'이라는 별명으로 방송 섭외 1순위인 아이돌 스타가 있다. 그룹 2AM의 멤버 조권이다.

조권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10년 가까운 세월을 연습생으로 보냈다. 그는 뒤늦게 가수로 데뷔해 현재는 예능계의 다크호스로 '추앙'받을 정도다.

이런 현상은 다분히 조권만의 경우는 아니다. 방송에서 아이돌 스타의 수요를 늘리다 보니 하나둘씩 숨은 아이돌의 진가도 드러나고 있다.

아이돌 스타가 나오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눈길을 끌지 못한다. 문화계, 방송계, 가요계 등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세대 간의 장벽 허무는 아이돌

  • 그룹 F(x)의 설리, 엠버, 크리스탈, 빅토리아, 루나(왼쪽부터)
현재 아이돌 그룹이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다는 건 달리 말하면 이들이 부모와 아이들, 즉 세대를 구분하는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아이돌 그룹은 세대간의 접점이다. 딸과 아버지가 같이 음악을 듣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블랙홀 같은 존재라고도 정의할 수 있겠다.

또 아이돌 그룹은 사회, 문화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젊은 층과 기성세대를 연결해 주고 있다. 현대는 융복합화된 사회다. 분야와 분야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겹쳐지는 사회로 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은 TV를 통해 노출 빈도가 높다. 예능, 드라마 등에서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며 프로그램에 맞춰간다. 특히 아이돌 그룹은 '스토리 전략'을 펴며 대중에게 어필한다. 노래를 하는 무대뿐만 아니라 그 밖에서 문화상품과 콘텐츠(드라마, 예능)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을 고스란히 무대 위로 가져온다.

대중은 무대 밖의 아이돌 그룹과 무대 위의 그들을 연관지으며 친근한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대형기획사에서 10년 정도의 훈련을 받는 아이돌 그룹들이 이런 효과를 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지로서 소비되는 아이돌 스타들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중문화팀 이현주 팀장- 강력한 문화콘텐츠로서의 아이돌

  • SBS ETV '아이돌! 막내들의 반란시대'
아이돌 그룹을 문화콘텐츠로 봤을 때 굉장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한다. 과거에는 국내 아이돌 그룹이 음악성에서 뒤처졌다고 여겨졌는데, 지금은 대형기획사들이 자본의 파워를 앞세워 아이돌 그룹을 범글로벌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들은 음악산업과 더불어 대중문화에 기여한 바가 확실히 크다.

지난 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음악 축제인 미뎀(MIDEM 2012)에 참가한 f(x)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실시간 다매체 시대이다 보니, 프랑스인들은 이미 인터넷으로 접한 f(X)를 알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가 하면, 그들의 퍼포먼스에 열광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유럽에까지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두 번의 해외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다. 게임과 삽입곡을 부를 아이돌 그룹을 연결한다든지, 드라마의 OST를 불러 쇼케이스를 여는 등의 과정은 국내 아이돌 그룹을 한류스타로 더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국내 아이돌 그룹이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대형기획사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덕분이다. 중국과 태국에서 쇼케이스를 하다 보니 이들 나라들은 우리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 한다.

작곡가 주영훈- 가요계 발전 위해선 독창성 필요

  • 뮤지컬 '홍길동'에 출연하는 슈퍼주니어의 성민(왼쪽)과 예성
아이돌 그룹의 활약상이 예전 90년대로 회귀한 듯한 인상이다. 최근 지상파 방송 3사의 음악 프로그램이 시청률 한 자릿수에서 10%를 넘어선 것을 보면 가히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아이돌 그룹의 열풍은 2008년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대결 양상 이후 더욱 부각되면서 시작된 듯하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봤을 땐 부정적인 시선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아이돌 그룹이 불러온 곡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쉬운 멜로디와 노랫말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반복적인 가사와 멜로디의 일명 '후크송'도 아이돌 그룹이 앨범에 담아 인기를 얻었다. 2000년 초반에만 해도 '후크송'처럼 바로 노래가 시작되는 곡은 많지 않았다.

전주가 중요했고 노래의 성패를 좌우했다. 작곡자 입장에서는 반복 형식의 곡을 만드는 건 쉽다. 기승전결이 필요 없어지니 곡을 작업하는 일이 순식간에 이뤄지게 된다. 또한 노랫말에 주제가 없고, 한 줄 한 줄 말을 잇다 보니 아무 뜻도 없는 곡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가요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곡들과 가수들이 한 무대에 서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은 아이돌 그룹이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아이돌 그룹을 뚫고 맞설 자신감 있는 가수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색다른 장르의 음악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아이돌의 시대는 이어질 것이다.

SBS플러스채널 김경남PD- 준비된 아이돌 대중문화 선도 당연

최근 아이돌 그룹이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이들은 대형기획사에서 수 년간 노래연습을 하고, 말하는 법을 배우고, 옷 입는 연습을 한다. 경쟁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어떤 자리에 내놓아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한다.

방송계에서는 이미 아이돌 스타들이 예능계를 점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돌 스타를 섭외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아예 아이돌 스타를 MC로 기용해 시청률에서 재미를 본 프로그램도 많다. 시청자 즉 소비층이 아이돌 그룹을 요구하고 있으니, 시청률이 우선시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생리상 이들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의 열풍 현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방송계가 어느 프로그램에서든 적응할 수 있는 MC를 길러내는 작업도 아이돌 그룹을 통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연출자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게 급변하는 아이돌 세대의 트렌드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장인정신을 가진 가수나 배우들이 이들로 인해 촌스럽게 비춰지거나 단명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신구 세대의 조화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방송인으로서 프로그램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공연기획자 이기현 팀장- 공연예술 인식 바꾸는 아이돌

아이돌 그룹이 대중문화계에 가장 기여한 건 친숙함과 친근감이다. 아이돌 스타가 연극이나 뮤지컬 등에 등장하면서부터 공연예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중장년층의 관객이 많았던 뮤지컬은 이제 10대들까지 합세하면서 관람 연령층을 넓히고 있다. 뮤지컬 문화도 바꿔놓았다. 10대 청소년들이 무대를 찾으면서 적극적으로 배우와 호흡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 도전이 늘어나면서 전문 배우들이 설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또한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 스타의 합류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품성'만을 내세웠다는 비판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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