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블랙홀, 아이돌]인기와 친근감 무기 다매체 다채널 통해 대중의 지갑 열게 만들어

동방신기의 시아준수,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
아이돌 스타들이 대중문화에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되면서 소비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소비의 동기 부여를 하며 대중의 지갑을 열게 한다. 아이돌 그룹의'소비 메커니즘'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은 무엇일까.

'아이돌 마케팅'의 파급효과

지난 2월 21일 뮤지컬 <모차르트!>의 서울 공연이 막을 내렸다. <모차르트!>는 공연 전부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인 시아준수의 출연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모차르트!>는 그가 출연하는 무대마다 전석이 매진되며 대박 행보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시아준수 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4월에는 중국에도 진출해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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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투자대비 월등한 수익창출이 보장되자 뮤지컬계는 아이돌 그룹에 러브콜을 보내는 데 적극적이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무대에 오르면서 뮤지컬계는 아이돌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빅뱅의 지드래곤이 마이크로 블로그 '미투데이'에 당시 솔로 앨범 수록곡 <소년이여>를 선공개해 화제가 됐다. '미투데이'는 지드래곤이 가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10만여 명의 가입자가 폭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미투데이의 '공생'마케팅이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NHN측은 "지드래곤이 가입한 이후 가입자가 두 배쯤 급증했다. 10대와 20대 초반 여성들이 앞 다퉈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소비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은 아이돌 스타는 이제 책과 드라마 속에서도 등장한다. 소설 <아홉 개의 숲>은 대한민국 최고 아이돌 그룹의 실종을 둘러싼 미스터리물이다. 어느 날 인기 정상을 달리던 '나인 포레스트'의 여성 멤버 나인이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이돌 그룹의 탄생과 성공, 팬덤 문화 등을 그리면서 아이돌 그룹의 좌절을 그려낸 소설이다. <아홉 개의 숲>은 여기에 1990년대 아이돌 그룹 H.O.T의 문희준이 "내가 H.O.T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기쁨과 슬픔을 들여다 본 것 같은 내용에 깜짝 놀랐다"는 추천사까지 남기면서 최고의 홍보전략을 꾀하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미남이시네요>에서는 아이돌 밴드 에이엔젤의 이야기가 담겨졌다. 실제 아이돌 밴드 FT아일랜드의 이홍기와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주연급으로 출연해 사실성을 더했다. 아이돌 그룹의 실제 생활을 들여다보는 듯한 대리만족이 세련된 이야기 구조와 색채로 그려져 명품 드라마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빅뱅의 지드래곤, 마이크로 블로그 미투데이
이렇듯 아이돌 그룹이 대중문화 속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자 광고계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특히 신제품이 빠르게 출시되는 휴대폰 시장에서 아이돌 스타의 역할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을 CF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CF광고 이외에 인터넷을 통해 메이킹 필름을 공개한다든지, 새해 인사 동영상을 올리거나, 광고음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최대의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휴대폰 광고 모델로는 2PM, 빅뱅, 소녀시대, 2NE1 등 국내 대형기획사에서 훈련되고,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꿰차고 있다.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 기획 및 제작을 담당하는 제일기획의 장성수 차장은 "최근에는 아이돌 스타들이 10~20대는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의 연령대에까지 두루 사랑을 받고 있어 아이돌 스타를 모델로 했을 때 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애니콜은 최신폰 코비F의 모델로 걸그룹 2NE1을 발탁해 네티즌은 물론 고객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코비의 모델인 2PM의 CF는 광고포털사이트 TVCF에서 '눈에 띄는 국내 CF'로 선정되었고, 음원 <마이 컬러>도 각종 음원 사이트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소비메커니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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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한 시아준수의 개런티는 얼마나 될까? 시아준수는 업계 최고 수준인 2,000만 원 이상의 개런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공연에만 총 15회 출연해 수 억대를 번 셈이다. 이는 공연계에서도 전무후무한 파격적인 대우로 최고의 개런티로 손꼽힌다.

아이돌 스타가 아닌 보통 연예인들이 뮤지컬 무대에 서면 회당 500만~600만 원 선의 개런티를 받는다. 그러나 실제 A급 뮤지컬 배우들은 400만~500만 원, 앙상블의 경우 10만~30만 원 선이다. 아이돌 스타가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그들의 몸값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상품성을 내세운 장삿속이라는 질타이다.

공연기획자 이기현 팀장은 "뮤지컬 10편 중 한두 편이 성공하는데 그친다. 최근에는 흥행하는 뮤지컬은 아이돌 스타가 등장한 작품들이 많다. 그러면서 영화계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 즉 아이돌 스타들의 캐스팅을 우선순위에 두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결국 아이돌 스타로 인해 공연예술계가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장점도 있지만, 질적으로 향상된 듯한 느낌은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보통 뮤지컬 한 작품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억~30억 정도다. 인기 아이돌 스타를 배우로 기용하게 되면 회당 적어도 1,000만 원 상당의 개런티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질적 향상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또한 비싼 개런티로 영입한 아이돌 스타가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는지도 미지수다.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각종 드라마에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맡은 역할은 대부분 조연급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아이돌 스타들이 드라마에 많이 출연하는 건 참신함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연기라는 장벽이 있다. 아이돌 스타들 대부분이 이 장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SBS드라마 '미남이시네요' OST
광고계로 눈을 돌려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의류, 화장품, 식품, 전자제품 등에 아이돌 그룹들이 얼굴을 내밀지만 그 생명력은 짧다. 아이돌 스타가 한 제품과 맺는 계약 기간은 단발성이 대부분. 최소 3~6개월의 기간 동안 제품의 얼굴로 나선다.

한 광고대행사의 관계자는 "아이돌 스타들의 경우 그들의 컨셉트에 따라서 제품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와 제품이 잘 맞아떨어져야만 광고효과가 배가된다"며 "한 아이돌 그룹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을 때 그들이 활동하는 시점에 광고를 내보내는 게 좋다. 가수들이 3~6개월간 한 이미지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 주기가 끝나면 광고의 이미지와도 연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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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홉 개의 숲'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