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블랙홀, 아이돌] DSP미디어 이호연 대표 인터뷰소방차, 핑클, SS501, 카라 등 성공이끈 '가요계의 미다스 손'

1987년. 인기리에 방송되던 <젊음의 행진>에는 단골 손님들이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원조격인 그룹 소방차.

소방차는 당시 정원관, 김태형, 이상원으로 구성돼 현란한 춤 동작과 함께 출중한 노래 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당시 소방차는 1집 앨범 <어젯밤 이야기>에서 타이틀곡 <어젯밤 이야기>, <그녀에게 전해주오> 등이 히트하면서 인기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들은 일명 '소방차 바지' 불렸던 승마 바지를 패션 아이템으로 유행시키고, 마이크를 던져서 주고받던 과감한 무대 연출 등으로 당대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았다.

소방차는 지금까지도 80년대 '원조 아이돌'로 손꼽히며 아이돌의 계보에서 빠질 수 없는 가수다.

이어 1992년 혼성 5인조 그룹 잼(ZAM)의 등장은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이들은 1집 <난 멈추지 않는다>로 10대 청소년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인기를 쌓아갔다.

DSP미디어의 이호연 대표는 소방차와 잼을 만들어낸 숨은 공로자다. 이호연 대표는 이후 이혜영, 윤현숙이 결성해 만든 코코, 김준희가 활동했던 뮤와 마운틴 등의 그룹을 가요계에 내놓으며 아이돌 스타들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이호연 대표는 이후 90년대 후반 아이돌 춘추전국시대의 주인공인 젝스키스와 핑클을 연속으로 히트해 아이돌 스타 탄생을 지켜봤다. 1997년에 결성된 남성 6인조 그룹인 젝스키스는 당시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내세운 그룹 H.O.T와 경쟁을 펼치며 아이돌 그룹 시대를 열었다. 1년 후에는 여성 4인조 그룹 핑클까지 데뷔시키며 명실공히 아이돌 그룹의 전당으로 가요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80년대 소방차가 클럽에서 DJ로 활동하던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경우였다면, 90년대로 넘어오면서 멤버들의 구성이 좀 달라졌다. 잼이나 젝스키스, 핑클 등은 비주얼적인 면을 강조한 10대와 20대 초반 멤버들의 젊은 가수들로 꾸렸다. 당시에는 아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멤버들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발탁하기도 했다."

이호연 대표는 젝스키스가 제작되기 전 10대 남성듀오 '아이돌'의 1집 <바우와우>로 주목받았다. 지금 '아이돌 그룹'이라고 불리는 '아이돌'과 같은 이름이다.

이호연 대표는 그룹과 듀오 등으로 팀을 이룬 가수들을 무대에 올려 성공시키면서 '가요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는 SS501, 카라, 레인보우 등 아이돌 그룹들의 성공기를 이끌고 있다. 20년 이상 경력의 아이돌 그룹 전문가 이호연 대표에게 아이돌 그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최근 아이돌 그룹이 붐을 이루고 있다. 대중문화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는데.

아이돌 그룹은 90년대 중반부터 각 기획사에서 매년 내놓은 콘텐츠였다. 다만 최근에야 아이돌 그룹이 주목을 받았을 뿐 그간 조용히 사라진 아이돌 그룹도 많다.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가요계뿐만 아니라 방송계 등에서도 수요가 많아지면서 대중의 큰 관심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아이돌 그룹의 특징은.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처럼 철처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코디네이터도 없어서 의상도 직접 마련해 입었고, 방송에서는 음악 프로그램 이외에는 출연하는 것에 의미가 없었다. 지금처럼 다매체, 다채널의 방송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재다능한 능력을 키울 여건도, 그럴 필요성도 없었던 것 같다.

현재 아이돌 그룹의 장점은.

준비된 가수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기획사에서는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미만까지 기간을 두고 연습생을 교육한다. 이렇게 실력이 쌓여진 멤버들이 구성돼 팀을 이루고 등장한다. 각종 방송에도 출연해 그간 익히고 배운 실력들을 쏟아낸다. 기본기인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재치가 돋보이는 입담 등이 요즘 사람들이 요구하는 모습인 듯싶다.

소속 아이돌 가수 중 한류 스타가 많다. 해외 진출 노하우가 있다면.

SS501의 경우 지난해 김현중이 KBS <꽃보다 남자>에 출연해 성공했던 게 가장 큰 성과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방송되고 있었고, 앨범 활동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아이돌 그룹이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로 해외 팬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한류 붐을 타고 국내 연예인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도 한 몫 했다.

아이돌 그룹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올해도 많은 아이돌 그룹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이돌 그룹도 그 시대에 맞게 진화하듯이, 앞으로 발굴되고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돌 그룹은 또 다른 면모로 다가갈 것이다. 현재 여자 아이돌 그룹이 넘쳐나는 가운데 남자 아이돌 그룹이 주춤한 것 같다. 최근 비슷한 콘셉트의 남자 그룹들이 많은데 질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와 이미지를 창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계획은.

카라가 오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에 진출한다. 일본의 거대 프로덕션들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또한 7월에는 7명으로 구성된 남자 아이돌 그룹을 대중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또한 1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둔 팀이다. SS501과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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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