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의 부활] 증도 '태평염전'넓은 갯벌과 염전·전망대·박물관 등 국내 유일의 천일염 체험공간

갯벌에 자생하는 염생식물원
세계적인 소금의 명산지 프랑스의 게랑드 지방.

천일염을 맛보고 경험하려는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넘쳐나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지금 증도를 찾는다. 역시 소금관광을 즐기기 위해서다.

전라남도 남단 신안군 끝자락에 자리한 조그만 섬 증도. 지금 이 곳은 '한국판 게랑드'를 꿈꾸고 있다.

소금을 테마로 한 국내 최초의, 유일한 관광 문화단지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 비상의 중심에는 태평염전이 자리잡고 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도 조그만 염전에 불과했던 태평염전. 하지만 지금은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염전으로 꼽힌다. 증도 내 염전만 140여만 평 규모로 여의도의 2배 크기. 증도 전체 면적의 9분의 1에 불과하지만 소금밭으로 쓸 수 없는 산을 제외하면 무려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나 차지한다.

손일선 태평염전 대표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절대 물량을 차지하는 지역 또한 전라남도. 무려 88%나 된다. 이 중에서도 신안군이 갖는 역할은 80%. 소금 하면 신안군과 태평염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염전을 모두 없애고 골프장이나 다른 건설 용도로 개발하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많이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더라도 모두 뿌리쳐 왔습니다."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소금이 시장의 대세가 되어왔던 지난 수십 년. 태평염전도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염전을 폐전한다거나 개발용지로 수용될 뻔했던 곤경을 수차례 겪었기 때문. 하지만 그때 마다 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는 갯벌에서 소금을 만드는데 그런 천일염은 세계적으로도 비중이 0.1%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들한테는 흔하고 천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매우 희귀하고도 귀중한 자산이죠."

한 해 전세계 소금 거래량은 대략 2억 6000만 톤 정도. 이 중 우리 천일염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명품 소금으로 정평이 난 프랑스 게랑드 갯벌의 천일염도 겨우 1만5000~2만톤 생산 수준. 손일선 대표는 "세계 5대 갯벌 중에서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한국이 가장 큰 규모의 갯벌 염전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나무소금창고
우리 갯벌 염전의 자산을 제대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손일선 대표가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수년 전 프랑스 게랑드 염전을 다녀오고서부터다. 평범한 시골 염전에 불과하던 지역이 관광문화단지로 부상하면서 생산된 천일염 역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는 과정을 목격한 것. 게랑드 또한 2차대전 이후 지독한 경제불황에 시달리면서 염전을 문 닫아야 한다는 각종 압력에 시달렸으나 결국 극복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그래서 지금 태평염전은 소금관광의 메카로 새로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처에 산재한 넓은 갯벌과 염전의 모습은 기본, 염전 전망대, 소금박물관, 염전 공원과 정자 등이 조성됐다. 사람들은 천일염을 바라보고 맛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염전과 소금을 몸소 체험하는 기회를 갖는다.

직접 염전에 들어가 소금 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 보거나 물수레를 돌려 보고, 혹은 소금 공원에서 염생식물을 관찰하거나 짱뚱어나 고동, 바지락까지 찾아 보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목조로 된 소금창고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소금창고를 비교해 보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 최근에는 소금을 테마로 천일염만을 사용한 인공 소금동굴도 조성했다.

'소금동굴힐링센터'라 이름 붙여진 인공 소금동굴은 천일염을 이용, 천연소금동굴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호흡기나 피부질환 진정, 정신안정을 위한 대체 치료수단으로도 인기를 높이고 있다. 또 올 봄에는 국내 최초의 소금을 주제로 한 '솔트 레스토랑'도 문을 연다.

염전을 모태로 한 신안 지역을 생태관광의 본거지로 꾸미려는 노력은 벌써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이 아시아 최초로 슬로 시티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둔데 이어 태평염전은 이탈리아 슬로 시티 본부로부터 세계 최초로 일반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협력기업으로 지정됐다.

소금창고에 쌓여 있는 소금, 간수를 빼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또 유네스코는 아름다운 섬과 갯벌, 그리고 염전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의 해양환경을 '신안 다도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도록 힘을 보태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갯벌은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도 지구 생태계의 0.3%에 불과한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5%를 넘는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어패류와 염생식물 군락이 펼쳐진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은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찾아 보기 힘든 천혜의 청정생태지역이라는 의미.

"생명의 기원은 바다에서 시작됩니다. 천일염은 생명의 근원인 바닷물을 갯벌로 끌어들여서 정화작용을 하고 우주의 근본 에너지인 햇볕과 바람으로 빚어내는 것이죠. 오직 태양과 바람의 힘만으로 소중한 기다림 끝에 하얗게 피어나는 우리 천일염은 세계 최고의 소금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는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 진정한 우리 전통발효식품은 모두 천일염을 매개로 얻어지고 때문에 천일염은 한국 슬로 푸드의 뿌리"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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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증도=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