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이동욱 개인전

딜레마
풍선을 그리는 작가. 이동욱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정의는 정확하지만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섣불리 오해하게 만든다.

풍선이라는 소재의 선정성, 그 가볍고 예쁜 팝적 이미지는 눈을 끌되 정작 그려져 있는 것을 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용기 있게 풍선에 대한 선입견을 거둘 때, 이동욱의 작업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오히려 풍선과의 긴장감, 풍선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긴장감이다.

<>를 보자. 화면의 허리 부분을 파스텔톤 풍선으로 채워 상단의 비행기를 떠받친 이 몽환적인 그림은 들여다 볼수록 첫인상과 다르다. 비행기는 사실 동강 나기 직전이고 화면 바닥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행군 중이다.

그걸 발견하는 순간 풍선으로 이루어진 저 사랑스러운 완충지대가 단지 심미적 쾌감을 위해 배치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유약하고 불안하게, 그러나 필사적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풍선 테러
풍선은 비행기 추락을 막을 수 있을까,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는다면 지상의 전쟁은 예정대로 진행될 텐데, 당장의 사상자와 앞날의 참극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풍선이 비행기 추락을 막는 것이 옳을까. 굵은 선 하나가 물음표처럼 풍선들 사이를 지나간다.

여러 사회적 사건의 풍경에서 집단의 광기나 강자의 야욕을 대체할 때 풍선의 가볍고 예쁨은 작가의 정치적 해석이나 윤리적 태도로 보인다. <>, <>, <>, <풍선 폭탄 실험> 등의 작품에서 풍선은 공격 무기나 그것이 빚어낸 파편과 불길의 자리를 채운다. 현실에 대한 참담과 당황, 평화와 행복을 향한 희망을, 무기력하나마 빽빽하게 말하고 또 말한다.

한국사회의 풍경도 작가의 심미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 <>, <> 등에 최근의 사건들이 겹쳐진다. 이때 풍선들은 풍자와 문제 제기, 애도와 분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이동욱 개인전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오페라갤러리서울에서 30일까지 열린다. 02-3446-0070


융단 풍선 투하
풍선 폭격
풍선 폭탄 실험풍선
숭례문 풍선 사건
풍선 진압
소유즈 풍선 발사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