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비움, 행복] <반지의 제왕>, <위대한 침묵>, <인 디 에어>…

영화 '인 디 에어'
자본의 크기에 따라 행복도 커진다면 모든 부자들은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렇던가.

우연히 당첨된 복권 한 장이 한 사람의 삶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끄는 사례는 어디에나 있다.

모든 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권력과 명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그릇에 맞는 것이 아닌, 보다 큰 그릇을 탐할 때 그 끝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있다.

영화 <레이더스>에서는 인간이 가져서는 안 될 전설의 성궤를 연 순간 그것을 지켜본 자는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에서도 불멸을 안겨다 줄 성배를 탐하던 이들은 모두 불행한 최후를 맞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욕망은 인류의 영원한 초상이다.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바로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대서사시를 파생시킨 결과다.

영화 '반지의 제왕'
절대권력을 가져다주는 절대반지는 단순히 그것을 소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유자로 하여금 그것을 이용하라고 유혹하는 사악한 존재다. 더군다나 그것을 노리는 자들이 계속해서 목숨을 노려오기 때문에 항상 몸에 지니고 좌불안석해야 하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절대반지를 버린다는 결말은 무소유의 현명함에 대한 은유에 다름없다.

한편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무소유의 정신은 비단 불교만의 정신은 아니다. 지난해 말 개봉한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침묵>은 씨네코드 선재에서 단관 개봉했음에도 아직까지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알프스 산맥의 한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사들의 일상을 담은 이 영화는 거의 무성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대사가 없다. 극장 안은 수도원을 둘러싼 알프스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화면과 수도사들의 예배와 식사, 성경 읽기 등 단순한 일상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숨소리만으로 채워진다.

현란한 3D 입체영상이나 복잡한 줄거리도 없는 <위대한 침묵>의 돌풍 비결은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게 하는 '비움'의 울림에 있다. 마치 블록버스터 같은 '과잉'을 강요하는 현실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여백의 아름다움을 잊게 만든다. 그래서 종교적 색채를 떠나 많은 일반인들이 편안하고 진지하게 영화에 몰입하는 것은 바로 온갖 '채움'의 시대에서 침묵이 주는 의미를 다시 발견했기 때문이다.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인 디 에어>에는 삶의 짐을 비우듯 정말 필요한 물품만 챙겨 1년에 290일 이상을 출장다니는 해고통보 전문가가 등장한다. 영화는 그를 통해 무소유는 분명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반면 소유한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영화 '위대한 침묵'
대신 영화는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 가질 수 있는 신념이 아닌가' 하고 되묻는다. 이런 고민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현실적인 무소유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법정의 무소유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