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반란] 임신·출산·육아 등 가정 생활 주도권 진두지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아내들이 변해가고 있고 변했다. 현 시대의 아내들은 가정 내에서 큰 발언권을 갖고 주체적인 자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최근 '출산 파업' 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나게 했다. 드라마에서도 아내들의 모습은 과거의 아내가 아니다.

아내, 시선의 변화

아내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일을 갖고 가정도 돌보는 아내의 수가 급증하면서 '가모장 시대'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가부장 시대'에 반하는 말로, 아내들이 가정의 주도권을 진두지휘하는 가족형태를 말한다.

심지어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에는 아내의 이중생활도 눈감아 주는 '착한' 남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내가 결혼했다. 나는 그녀의 친구가 아니다. 전 남편도 아니다.

육아정책포럼(사진=육아정책연구소 제공)
그녀의 엄연한 현재 남편이다.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녀 역시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 인생은 엉망이 되었다"는 첫 장의 울림은 변화한 아내들을 위한 외침이자 고함 같다.

<아내가 결혼했다> 속 아내는 주인공 덕훈과 결혼하기 전에 그녀의 자유로운 연애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결혼을 허락한다. 결국 아내 인아는 덕훈과 결혼한 후에도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며 고백한다. 결혼하겠다는 말과 함께. 아내의 반란이다.

소설은 아내를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부각했다. 현재 아내들의 위상에 대해 대변하는 듯하다. 주도적으로 남편과 자신의 공간을 꾸리고 해체하는 인아의 모습은 자립적인 아내로 그려진다.

최근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 살림과 육아 등에 대해 남편과 상의하고 진취적으로 결혼 생활을 영위한다. '수퍼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과 가정에 온 힘을 쏟는 아내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계획을 갖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남편과 아내의 종속적 관계는 '수퍼맘'들의 활약으로 타파된 지 오래다. 대등하고 평등하게 아내의 위치가 재조정되고 있다.

아내, 출산의 선택권 갖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2009년도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비 부담과 소득, 고용의 불안정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은 최근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1.15명으로 2년 연속 하락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출산율이 낮은 독일 1.38명, 일본 1.37명과 비교해도 낮다. IMF 경제위기 이후 출산율은 이상변동하기 시작해 1998넌 이후 1.5명 이하로 급락해 2005년에는 1.08명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설 부연구위원은 '육아정책포럼' 13호에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30대 미혼여성의 결혼관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이 미혼 여성 598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5%인 44명이 결혼 의향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미혼여성들은 20.3%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를 대상으로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묻자, '개인적 삶을 즐기고 싶다(33.3%)'가 가장 많았고, '결혼에 무관심하다(28.9%)', '타인과의 동거가 힘들 것 같다(22.2%)' 등의 답변 순이었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자신의 개인적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자녀 출산에 대해서도 30대 미혼여성들은 가장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

김 위원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30대 미혼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희생되는 개인적 삶을 사회가 최소화해 줄 수 있다면 결혼에 대한 30대 미혼 여성의 부정적 태도는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가정 내 아내들의 의식이 출산과 고스란히 연결된다는 점이다. 여성들의 출산연령대가 높아지면서 30대 아내들이 자녀 계획에 대한 '선택권'과 '결정권'을 갖게 됐다. 김 위원은 "가정을 이룬 부부간의 책임과 의무는 평등하다는 의식 하에, 육아가 남편보다는 아내에 우선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