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반란] 전업주부·맞벌이 아내, 경제적 이유 등 출산파업 딩크족 양산

SBS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들의 '출산파업'의 이유는 현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업주부이든 맞벌이 부부이든 출산과 양육이라는 인생의 숙제는 어렵기 그지 없다. 왜 이들은 스스로 '출산 파업'을 외치는가? 한 걸음 떨어져서 아내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출산 파업': 둘째 아이 계획 없습니다!

의정부에 사는 전업주부 박선영(32)씨는 딸 수진(5)을 깨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박 씨는 오전 7시30분이면 수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일어난다.

수진이의 어린이집 등교 시간은 8시 30분. 박 씨는 1시간 안에 아이를 씻기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준비물까지 챙긴다. 전쟁터 같이 정신 없는 아침 일상은 5년째 진행 중이다.

어린이집 사진, KBS 제공
수진이를 등교시킨 후 오후 2시 반까지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부족한 잠도 자고, 책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며 즐긴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하지만 수진이가 돌아오고 난 다음부터 쉴새 없는 스케줄이 짜여 있다. 수진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미술, 놀이수학, 영어 등을 배운다. 주말을 제외한 주중에는 학원으로 직행한다. 한 시간 남짓의 수업이지만 이동과 수업 시간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차로 데려다 주면서도 아이를 신경 써야 하며, 학원 수업 중에도 아이를 지켜보며 수업 현황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금전적으로도 만만치 않다. 수진이는 매일 어린이집에 등교하며 나머지 세 개의 수업을 부수적으로 듣고 있다. 교육비만 한 달에 100만 원 가량이다.

박 씨는 "아이 한 명을 키우면서도 내 생활은 거의 없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6시간 정도 틈이 있지만 집안일을 마무리하면 그나마도 아쉽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드는데 둘째는 더더욱 힘들 것 같다. 남편은 아이가 외롭다고 둘째를 낳자고 하지만 '노(NO)'라고 못박았다. 둘은 버겁다"라고 말했다.

박 씨의 남편은 월평균 300만 원 이상의 수입이 있는 직장인이다. 아이 교육에 들어가는 100만 원을 제외하고 각종 비용과 생활비로 한 달 생활이 빠듯하다. 둘째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싶어서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SBS <패밀리 스토리>
박 씨는 "시댁에서는 은근히 아들을 기대하고 있지만 둘째 계획은 없다고 말씀드렸다.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힘이 드니까 엄두가 나질 않는다. 특히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거의 없는 남편 때문에 혼자 육아를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일단 아이를 한 명만 키우니까,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자그마하게 내 사업도 해보고 싶다. 나중에는 나 자신에 대한 투자도 하려 한다"고 말했다.

'딩크족' : 당분간 임신은 사양합니다!

결혼 2년 차 맞벌이 아내 정희영(30)씨는 앞으로 2~3년 간 2세 계획이 없다. 직장생활을 하는 정 씨는 결혼 전부터 남편과 합의해 2세 계획을 조절했다. '현실형' 딩크족인 셈이다.

정 씨가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는 경제적인 면과 함께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욕심 때문이다. 정 씨는 역시 직장인인 남편과 내 집 마련이 우선 목표다. 현재 서울 논현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지만 2년 안에 내 집을 마련해 이사할 계획이다.

아이를 키우기에 편한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내년에는 대리로 승진할 때가 돼 아이를 낳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자칫 아이라도 생긴다면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만다.

정 씨는 "가정과 일, 두 가지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2세 계획이 중요하다. 그래서 결혼 전부터 이 부분에 있어 남편에게 내 의견을 내세웠다. 남편도 내가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는 건 원치 않기 때문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아이를 낳고도 남편과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직장생활을 하려고 한다. 그래야 어느 정도 풍족함 속에 육아는 물론이고 여가생활까지 즐길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래서 아이도 1명만 낳을 계획이다.

정 씨가 살고 있는 강남구는 출산양육지원금 제도를 2009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신생아 출산일 기준으로 1년 전부터 신청일 현재까지 강남구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고 있는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한 보호자(부 또는 모 중 1인)로 하며, 자녀는 동일 세대원'이어야 한다.

지원 기준은 둘째 아이 출산부터 여섯째 아이 이상까지다. 둘째 아이부터는 100만 원, 셋째 아이는 500만 원, 넷째 아이는 1,000만 원, 다섯째 아이는 2,000만원, 여섯째 아이 이상은 3,000만 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정 씨는 강남구의 정책이 자녀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정 씨는 "맞벌이 부부로서 가장 큰 고민은 당장 아이를 낳아도 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양측 부모님께 의지해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 아이 하나도 버거운 판에 설사 둘째 아이를 낳는다 해도 강남은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 지원 정책을 고려해서 아이를 더 낳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 집안의 아내들은 자녀 계획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획에 자신의 신념을 그대로 반영했다.

육아정책연구소 측은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확대되고, 노동시장 참여가 높아지면서 가족계획도 변화하고 있다. 아내들의 자의식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이에 따라 정부의 출산과 육아 정책 또한 진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