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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이고 영적인 나라, 코리아

[코리안 시크] 조화, 공생, 열정, 기품… 한국에 대한 세계의 기분 좋은 편견
한식, 한글, 패션, 영화, 드라마… 한국 문화 매력 지구촌 어필
  • 족자에서 영감을 받은 옷, 간호섭 교수
경제적 측면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한국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문화적 측면에서도 특정 이미지를 소유하게 됐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세계 각지에서 포착된 그 이미지들의 편린이다. 그 중에서는 우리가 동의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세계가 가진 한국에 대한 기분 좋은 편견에 대하여.


이미지는 이미지다. 그것은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일견(一見)에 의해 형성되고 곧바로 일반화돼 전체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이미지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미녀들의 수다>의 독일인 패널로 나오는 베라가 저서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옴팡지게' 욕을 들어 먹은 이유는 그녀가 틀린 얘기를 썼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데 있어서 주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잘 풀린다면 이미지만큼 편리하고 위력적인 것도 없다.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그룹 '앤트워프 식스'에게 붙은 실험주의라는 꼬리표로 인해 앤트워프뿐 아니라 벨기에 전체가 창의성으로 넘쳐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그렇다.

  • 시:시전, 날개, 여태명 작
사실 한 나라의 문명이 다른 문명으로 스며들어가는 과정에서 일반화, 즉 그루핑(grouping)을 피해가는 것은 어렵다. 같은 국적을 가진 문화 콘텐츠들에서 비슷한 경향이 발견될 경우 바로 일반화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사회적으로 반향이 클수록 학계의 지성들은 다른 문화가 가진 철학적 배경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저널리스트들은 새로운 조어로 그 나라의 스타일을 명명한다. 그렇게 발굴한 타국의 문화 정체성은 이왕이면 '알고 보니 우리와 같더라'보다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이 있더라'이기를 바란다.

물론 있지도 않은 한국 문화의 공통분모를 억지로 끌어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신선한 개인보다 신선한 나라가 더 흥미를 끈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며, 문화가 같은 시대,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발생한 취향과 가치관에 대한 것이라면 굳이 찾아내려고 하지 않아도 코리안 시크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데뷔한 패션 디자이너 신재희 씨는 해외에서 문화적 배경이 더 중요해지는 현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세계로 나갈 때 그들은 반드시 우리의 '오리진(origin)'에 대해 묻습니다. 우리는 거기에 그들과는 확연히 다른 정체성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화의 아름다움이나 상업성만으로는 안 되고 그 안에 분명한 철학이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Taste-buds 오감의 조화

"한식은 한 숟가락만 먹어도 모든 맛을 다 느낄 수 있어요."

지난해 구로다 산케이신문 지국장으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비빔밥 논란' 당시 국내의 많은 지성들이 나서서 반박했다. 그때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내놓은 것이 '맛의 교향곡' 론이다. 한 그릇 안에 육해공이 다 들어가 그것을 함께 비벼서 먹는다는 것은, 요리 하나 먹고 셔벗으로 입 안을 씻어낸 후 그 다음 요리를 먹는 서양과는 완전히 다른 우리만의 미각 문화라는 것이다. 음악으로 치면 교향악과 독주의 차이랄까?

"우리의 맥적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어요. 된장에 재운 돼지고기에서 나는 짠 맛, 그 위에 올린 무채의 새콤달콤한 맛, 여기에 숯불 향까지. 한국의 식탁에는 항상 이 오감이 다 들어가 있어요."

해외 시장을 노리고 만든 레스토랑 '비스트로 서울'의 메뉴 개발을 총괄하는 최현정 팀장은 외국인들이 가장 신선하게 느끼는 한식의 특징으로 이 맛의 교향곡을 들었다. 실험적 성격이 강한 시카고의 레스토랑 중에는 이미 비빔밥을 자기들에게 맞게 재해석해 아메리칸 퀴진의 하나로 받아 들인 곳도 있다.

  • 앤디앤뎁 2010 F/W 뉴욕 컬렉션
미나리와 우엉 대신 절인 당근과 오이, 데친 청경채 등 들어가는 재료는 거의 원조와 무관하다고 할 정도로 바뀌었지만 비벼 먹기, 즉 오감의 짬뽕은 그들 문화에 스며들어간 셈이다.

한식은 우리 문화 중에서도 가장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해 묻히기 아까운 분야다. 한식에 대한 이미지는 세계적으로 이제 막 성립되는 단계인데 현재까지는 안타깝게도 다소 싸고 양 많은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는 바비큐 레스토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다가 24시간 식당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코리안 테이블의 시크함을 알린다면 무엇이 좋을까?

"담는 모양이 중요합니다. 가끔 한식을 서양 코스 요리나 일본 음식처럼 아주 소량으로 담는 사람들이 있어요. 식재료는 그 나라 것을 쓸지언정 담음새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담는 모양에는 한국인들의 선호와 취향이 단적으로 드러나거든요. 나물을 담을 때 3,5,7의 홀수로 담는다든가 하는 것이죠. 음식과 그릇에서 보이는 선과 색, 숫자 등에서 한국의 철학과 기품이 드러납니다."

Active & Flexible 힘차고 도발적인

"한국어는 아주 여성스러운 언어입니다."

  • 드라마 '겨울연가'
한국어는 외국인들의 귀에 어떻게 들릴까? 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소장인 케이피 시토울라 씨는 한국어의 들리는 소리에 성별을 부여했다. 한국에 온 지 17년째인 그는 한국어를 포함해 5개 국어에 능통한데 그 중 한국어를 말할 때 나는 소리가 가장 얌전하고 느리고 찬찬하다고 한다.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등 '~다'로 끝나기 때문에 마무리가 온순하고 부드러워요. 남자 목소리보다는 여자 목소리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영화 칼럼니스트 달시 파켓은 한글의 변화무쌍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글은 작은 단어들을 조합해 쉽게 다른 단어들을 만들 수 있죠. 덕분에 한국에서 듣는 단어 중 절반 정도는 사전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고생하긴 했지만요."

온라인 세계, 주로 10대들에 의해 일어나는 한글 트랜스포머 현상은 한글의 특징을 이용한 창의적 놀이 문화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방식은 단어 중 한 글자만을 떼어내 다른 단어와 조합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아이돌 그룹에서 빠져 나온 '돌'의 다양한 쓰임이 있다. 근육을 길러 짐승 같은 매력을 뽐내는 아이돌은 '짐승돌', 멤버 간의 의리를 저버리면 '배신돌', 예쁜 짓하면 '개념돌', 노래 잘하면 '실력돌', 갖다 붙이는 족족 극도로 뜻이 응집된 단어가 만들어지면서 소리글자인 한글이 뜻글자인 한자의 기능을 수행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 영화 '올드보이'
"태생이 도발적이고 당돌하다."

한국타이포그라픽협회 회장인 홍익대 안상수 교수는 한글의 생김새와 탄생 배경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글 창제 당시 한자의 영향력은 지금의 영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이었는데 이런 캄캄한 상황에서 홀연히 나타난 한글의 모양은 그야말로 혁신 그 자체였다. 한자의 복잡한 완숙미를 조금도 모방하지 않은 그 힘차고 간명하고 미니멀한 모양새라니. 한글에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시크한 이미지가 이미 다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다.

Soul & Spirit 정신의 힘

"한국 패션에서 섹시나 사치가 전면에 부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 문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가장 적절한 분야는 패션이다. 여기에는 한국인들의 미적 취향뿐 아니라 꾸미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은유적인 소통 방식에 대한 것들도 포함돼 있다. 록 시크, 아방가르드, 로맨틱 미니멀리즘 등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콘셉트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그들은 '굳이 한국이라고 써 붙이지 않아도 내 디자인에서 한국적 요소를 발견하더라'는 데에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절제, 그 가운데 드러나는 드라마틱함, 드레시하고 여유 있는 실루엣, 섬세한 테일러링과 디테일에서 느껴지는 손맛, 그리고 (아마도 전자 제품의 이미지에서 왔을 듯한) 높은 퀄리티 등이 그것이다. 구호 디자인에서 보이는 종교적인 느낌, 박춘무의 검은 옷이 풍기는 묵직한 절제, 신재희가 표현하고자 한 중용, 앤디앤뎁의 단정한 미니멀리즘, 이상봉의 드레시한 아방가르드는 서구 디자이너들이 주로 표현하는 사회에 대한 조롱, 그로테스크, 실험성과 나란히 놓고 봤을 때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해외 한 언론에서는 디자이너 신재희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두고 '네오 휴머니즘'이라고 명명했다. 육체적인 면을 강조하거나 문제적 시선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대신 내면의 가치, 자연과의 교감, 공생을 떠올리게 만드는 디자인은 한국 패션 사조 중 하나의 줄기로 분류될 만 하다. 얼마 전 끝난 서울컬렉션에서는 우수 디자이너 10명을 선정해 트라노이 전시 참가와 컬렉션 개최를 지원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명은 'Seoul's 10 Soul'. 현재 서구가 주목하는 코리안 시크가 영적인 면이라면 이런 이름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Lively & Dynamic 생기 있고 직설적인

"한국 영화에서 보이는 폭발적인 감정 장면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미국 영화에서는 감정 표현에 있어서 반어적 기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반해 한국은 울고 소리지르죠."

미국인 영화칼럼니스트 달시 파켓은 한국 영화의 특징으로 다이나믹함을 들었다. <올드 보이>의 절규와 <똥파리>에서의 눈물 같은 것들은 2002 월드컵 때의 붉은 물결과 겹쳐지면 한 국가의 이미지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그는 열정 외에 한국 영화의 '때깔'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한국 영화의 특징을 따서 이름을 붙인다면 무슨 뜻인지 모를 코리안 뉴 웨이브(Korean New Wave) 보다는 '글로시 코리안 시네마(Glossy Korean Cinema)'는 어떨까요? 이명세 감독으로부터 시작돼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감독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극도의 영상미는 대형 영화뿐 아니라 인디 영화에서까지 보여진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드라마로 넘어가면 한층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대장금>, <겨울연가>, <풀하우스> 등 한국 드라마는 적어도 동남아 시장에서는 우량 상품이며 아프리카, 북유럽, 중동에까지 팔려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 니나 안의 저서 <세상에 환상을 입혀라>에서는 그녀의 회사 동료이자 할리우드 프로듀서 벤자민이 한국 드라마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에는 할리우드산 흥행물이 갖지 못한 독특한 점이 있다. 아무리 잔인한 전쟁이나 폭력물이라도 그 배경에는 언제나 순수하고 끈끈한 인간적인 정이 깔려 있다. 한국의 정은 적을 향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상대방이 배신을 했을 때도 설령 원수가 되어도 상대방을 결코 비난하지 않는다. 이해하고 오로지 슬퍼할 뿐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심리학 저서 등에서 한창 이슈가 되었던 '착한 남자(또는 여자) 콤플렉스'는, 우리 안에서는 벗어나야 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서양인의 눈으로 봤을 때는 정체성이자 장점으로 보여진 모양이다. 유교적 관습에 뿌리를 박고 있는 행동 양식들 – 습관적으로 자신을 낮추는 것, 화합을 중시하고 갈등을 용서하지 않는 것, 서로에 대한 정조를 지키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상적 가치로 여기는 것은, 내부의 논란과는 별개로 한국의 매력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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