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전시공간] 도시의 빈 공간과 틈새 새롭게 활용, 예술의 난해한 권위 허물어

프로젝트 스페이스 LAB39의 문래동 옥상미술관 프로젝트 (사진 제공: 프로젝트 스페이스 LAB39)
"도시는 우리의 것이다."

작년 한해 서울 문래동 철재상가 건물 옥상에서 진행된 옥상미술관 프로젝트의 모토다.

도시의 빈 공간과 틈새를 새롭게 활용하는 예술 행동인 '스쾃'을 하는 작가 그룹 '프로젝트 스페이스 LAB 39'가 쓰레기로 가득 찬 옥상들을 삶과 예술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나섰던 것.

문래동의 작가들이 스스로 청소를 하고, 작품을 설치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축제를 벌였다. 예술의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가고, 작업이 수행되는 곳이 곧 예술 현장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술관 밖에서 일어나는 예술 행동들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은 예술뿐만이 아니다. 기능적으로 구분되어 있고 관습과 질서, 권력의 논리에 의해 규정되어 있는 도시 공간을 다르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바라볼 여지를 준다. 이는 즐거운 일인 동시에 우리와 도시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삶의 환경으로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일깨우는 일이라는 뜻이다.

파트타임스위트의 'Loop the Loop'
대학을 갓 졸업한 세 명의 작가가 의기투합한 팀 '파트타임스위트'는 작년 세 차례의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빈 지하실, 도심의 공터, 옥상을 무대로 삼았고 버려졌던 이들 공간에는 잠깐이나마 모의와 미스터리, 관객의 숨이 불어넣어졌다.

이런 작업의 의의는 "현실적 상황과 한계를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작가들은 "미술 제도의 '초대'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전시를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모였고 전시 공간을 찾다가 도시의 빈 공간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눈에 잘 띄지 않고 허름한 이들 공간들에서 "우리 또래의 삶, 작가로서의 고민과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래서 파트타임스위트의 작업은 도시 공간에 대한 것이자, 도시인과 젊은 세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올해 안에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대 작가들이 모인 '아트 소사이어티' 역시 도시의 폐허에 주목했다. 작년 옥인아파트에 작품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에는 철거가 예정된 양서아파트에서 <흔적>전을 가졌다. 사라진 삶에 대한 상상력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아파트에 남겨진 가재도구들이 재료가 되었다. 이들에게 미술은 사회의 이면과 만나는 통로다.

이들 작가들에게 예술은 생활이고 관객과 공유하고자 하는 문화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도시 곳곳을 전시 공간으로 만들며 예술의 난해한 권위를 허물고 있다.

아트소사이어티의 '흔적전'에 전시된 오동근 작가의 작업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