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생수 인기 비결은] 안전성·맛 보다 사치품 욕구 반영 고급화 바람'워터바', '워터 카페' 오픈, 라이프스타일 변화

한 병에 2만원이 넘는 한정판 생수가 등장하고, 백화점 매장 한쪽에 와인바처럼 갖가지 생수를 갖춰 놓고 파는 워터바가 생겨났다. 얼마 전엔 워터바에서 한 단계 진화한 생수 카페도 문을 열었다.

생수시장이 고급화되면서 물 소비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사먹는 물의 탄생에서 시작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럭셔리 생수까지, 물 제품은 끝을 모르고 변신 중인데…. 사람들은 왜 자꾸만 더 비싼 물을 마시고 싶어할까?

와인보다 비싼 생수까지 등장

한 유명 백화점 식품매장에 있는 음료수 판매코너. 진열된 생수의 종류는 어림잡아 수십 가지가 넘는다. 고급 생수 시장이 커지면서 생수의 성분, 병 디자인 등 제품이 차별화되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주요 매장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급 생수의 종류는 100여 가지로, 주로 수입산이다. 관세청이 올해 초 발표한 생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6개국으로부터 662만9천 달러어치의 생수를 수입했고, 이 중 프랑스산이 전체 수입액의 76%를 차지했다. 프랑스 산에 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미국산의 수입이 많았다.

워터 카페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리미엄급 생수는 프랑스 산 이다. 알프스 산맥 지역에서 채취한 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생수다. 같은 프랑스 산인 볼빅과 도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이밖에 캐나다산 , 일본산 , 피지 제도에서 채수한 피지워터, 노르웨이산 보스, 이탈리아산 , 옥시자이저, 네덜란드산 오고, 독일산 게롤슈타이너 등이 잘 팔리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을 위한 물도 나왔다. 오스트리아산 와일드 알프 베이비 워터나 아쿠아 베이비 같은 베이비 워터가 강남지역 백화점에서 하루 30병 이상씩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백화점 매장 기준으로 500ml 1300원, 볼빅 375ml 1350원, 보스 375ml 6000원, 500ml 5000원, 500ml 2000원 선이다.

탄산수로 라임 333ml가 2400원, 옥시자이저 500ml 5800원 등이다. 베이비워터는 와일드 알프 베이비워터 500ml가 5000원이다.

한 병에 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생수도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산 탄산수 슈타틀리히 화킹앤 500ml 1만원, 한국산 기능성 워터 이로수 500ml 1만6000원 등이다.

신세계 워터바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만원이 넘는 생수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이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와 합작해 만든 ' 폴스미스' 한정판은 한 병에 2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0 폴 스미스 한정판처럼 고급 생수 제조사들은 병 모양과 라벨 등 특색 있고, 화려한 디자인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은 매년 유수의 디자이너와 손을 잡고 한정판 제품을 내놓고 있다. 네덜란드 생수 오고는 루이비통 디자이너와 협력해 독특한 모양의 페트병을, 블링 H2O는 스와로브스키 스타일의 크리스탈 병을 개발했다. 미국에서 한 병에 44달러에 판매되는 블링 H2O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프리미엄 생수가 바꾸는 라이프스타일

프리미엄 생수 시장의 활성화는 라이프스타일도 바꿔놓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과거엔 작은 사이즈 중심으로 사갔으나 요즘 들어 1.5리터의 대형 사이즈와 세트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프리미엄 생수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소비자가 증가했음을 시사했다.

또, 소비층도 소수의 마니아 중심에서 대중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고급 매장이나 레스토랑뿐 아니라 온라인몰에서도 고가의 생수가 활발히 팔리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오픈마켓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 따르면 2008년 대비 2009년 프리미엄 생수 매출이 50% 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H2O
전체 생수 카테고리의 년도 별 베스트셀러 1~100위 가운데 프리미엄 생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29&에서 2009년 4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프리미엄 생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인터파크는 지난 4월1일부터 프리미엄생수를 별도로 모아놓은 '프리미엄 미네랄 워터바' 코너를 열었다.

고급생수의 소비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발전하고 있다. 워터바와 워터카페라는 이색공간의 출현이 그것이다.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는 지난해 3월 워터바를 오픈했다. 워터바는 100여 종의 생수를 비치하고 있으며, 물 소믈리에라고 불리는 물 전문가가 상주하며 고객들에게 다양한 물의 효능과 맛에 대해 조언해준다. 술을 마시는 바처럼 편히 앉아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센텀시티 워터바에 하루 평균 130명 가량의 고객이 방문할 정도로 호응이 좋자, 신세계 백화점은 강남점과 영등포점에도 잇따라 워터바를 오픈했다.

신세계 영등포점의 물 소믈리에 오승철 매니저는 "워터바의 인기는 고급 생수에 대해 좀더 알고 마시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터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까지 생겨났다. CJ엔시티는 올해 3월, 세계 각국의 프리미엄급 생수 25종을 판매하는 워터카페 '드롭새즈드롭'을 선보였다. 카페에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커피와 주스 등을 선택하듯 다양한 생수를 골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개념으로 만들었다. 생수뿐 아니라, 고급생수를 이용한 워터 칵테일과 차, 그리고 빙하수를 얼린 얼음을 이용한 슬러시와 빙수도 판매한다. 음료 가격은 1000원대부터 2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휘슬러
CJ엔시티 김흥기 대표는 "프리미엄 생수를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며 카페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할 것"이라며 새로운 카페문화의 유행을 예고했다.

프리미엄 생수, 정말 순수하고 안전한 물일까?

비싸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프리미엄 생수. 하지만 정작 프리미엄 생수에 대해 잘 알고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프리미엄 생수는 일반 생수보다 미네랄 성분이 더 풍부하고, 수질관리가 더 철저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프리미엄 생수는 함유성분에 따라 미네랄워터, 빙하수, 탄산수, 해양 심층수 등으로 나뉜다. 여기에 아이들 용인 베이비워터와 음주, 운동 등에 효과를 내는 기능성 워터, 허브 등을 첨가한 가향수도 있다.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생수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사람들은 막연히 수돗물이나 일반 생수보다 프리미엄 생수의 위생관리가 훨씬 철저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아쿠아파나
하지만 정말 그럴까? 외국의 환경단체 등은 병에 담긴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위생적이지 않다는 비난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의 경우 정부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는 수돗물이 일반 회사에서 품질관리를 하는 생수보다 더 위생적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도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55개 항목에 대해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으며, 세계우수분석기관인 UL과 NSF에 작년에 이어 올해 199개 항목을 검사 의뢰한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안정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가 자랑하는 '순수(pure)'와 '인류의 손이 닿지 않는 청정자연'의 이미지도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워싱턴포스트는 "페트병 생수와 수돗물은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도 생수 업체들이 프리미엄 식수를 담았다면서 고가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아쿠아피나와 다사니 생수 병에는 산꼭대기 풍경과 함께 '순수(pure)'라는 광고문구가 적혀있지만 안에 든 것은 정수 처리한 수돗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천연 광천수(Natural Mineral water)'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5월18일부터 6월12일까지, 시중에 유통된 먹는 샘물 47종에 대해 발암물질로 알려진 브롬산염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8.3%에 달하는 18종에서 국제기준치를 초과한 브론산염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에비앙
브론산엽은 먹는 샘물의 제조공정 중 세균증식을 막는 오존 살균처리를 과도하게 했을 때 나오는 물질로, 동물실험에서 신장, 갑상선 등의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만일 업체가 오존처리를 했다면 '오존처리'라는 문구를 제품에 삽입해야 하며, 천연(natural)이라는 단어를 넣어서는 안 된다.

고급·패션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강한 욕구 반영

안전성 외에도 일반적으로 비싼 물이 맛도 더 좋고, 건강에 좋은 성분이 더 많이 함유돼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은 미네랄과 칼슘, 마그네슘 함량이 일반 생수보다 높고, 볼빅은 칼슘, 마그네슘 등 가장 많은 종류의 미량 원소를 함유한 물로 꼽힌다. 피지워터는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무수 규산이 다량 함유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프리미엄 생수를 즐겨 찾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물어보면, 이 같은 물의 성분과 기능에 대해 알고 구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맛에는 큰 차이가 있을까? 미국에서 페트병 생수와 수돗물의 맛을 구별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눈을 가린 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에 참여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물 맛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오고
그러면 사람들은 왜 굳이 비싼 물을 소비하려고 할까?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현대사회는 와인, 커피, 차 그리고 물까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의 프리미엄화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패션, 커피, 와인 등 프리미엄급 제품 소비가 흔해지면 희소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제품을 찾아 럭셔리 욕구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사치품에 대한 욕구가 프리미엄 생수 시장을 키운다는 주장은 점점 화려하고, 독특해지는 병 디자인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 병을 사용한 블링 H2O를 비롯해 의 한정판 제품 출시, 루이비통 디자이너와의 합작을 통해 만든 오고 병 등이 그렇다.

국내 시장의 경우, 국산 프리미엄 생수보다 수입제품의 인기가 월등히 높다는 점이 이러한 추세를 반증한다. 이와 함께, 생수 회사들이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심어주는 '순수함'의 이미지가 웰빙 가치가 보편화돼 있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리미엄 생수인 은 알프스 산맥에서 채취한 물이라는 점과 눈 쌓인 산맥을 보여주는 라벨이 판매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다.

마린파워

페리에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