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문화 中心에 서다]책의 형태, 유통, 원작자 창작에도 영향… 패러다임 변화예고

스마트폰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출판계 흐름을 바꾸고 있다. 통상 책은 원작자-편집-유통의 단계를 거쳐 독자의 손으로 들어간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상거래는 우선 기존의 책의 유통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첫 번째 변화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서점의 등장처럼 이 시류가 시장을 형성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제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책의 내용을 알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흐름이 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두 번째, 보다 혁명적인 변화는 전자책과 스마트폰의 만남이다. 아마존 킨들 등 승승장구하는 해외 전자책 시장과 달리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10년 째 성장주 시장'이었다. 지난 2월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20~40대 12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아이패드, 넷북, 전자책 단말기 중 전자책 단말기를 선호한다는 대답은 2.9%에 불과했다.

"보유 콘텐츠 양이 적다"는 출판업계 지적과는 별개로 응답자들은 전자책 단말기의 단점으로 "사용 분야의 제한성"을 꼽았다. 아이패드, 넷북, 전자책 단말기 3개 중 2개를 골라보라는 질문에서도 '아이패드+넷북' 조합을 선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79.1%였다.

교보문고 Apps 화면 (사진제공: 교보문고)
그러나 스마트폰과 결합해 전자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비싸고 무거운 전자책 단말기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면 전자책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가장 주목받는 것이 최근 가입자 50만을 돌파한 아이폰이다.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 중 '스탠차(Stanza)'앱을 활용하면 총 10만 권 이상의 해외 도서를 볼 수 있다. 다운로드 비용은 무료다. 스탠차는 국제 전자책 표준 '이퍼브(Epub)' 포맷을 지원하며 국내 전자책 유통업체 웅진 '북센'도 참여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1만여 종에 이르는 유무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달 20일 KT가 '쿡 북카페'란 전자책 오픈 마켓을 열었는데, 이는 기존 전자책 단말기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스 24, 교보문고 등 기존의 대형 서점들도 잇따라 도서 구매가 가능한 앱을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때문에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전자책 시장은 인터넷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책 시장이 왜 출판계 패러다임을 바꿀까?

이전 인터넷 서점이 출판의 유통 형식을 바꾸었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책은 책의 형태와 유통은 물론 원작자의 창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가들은 '미디어는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자들이고, 작품에 따라 컴퓨터, 타자기, 육필 원고 등 집필 방법까지 바꾸기도 한다. 육필 원고를 쓸 때 펜은 물론 원고지까지 제작해 쓰는 작가도 있다.

일례로 작가들이 육필 원고를 썼던 70~80년대 소설에서 2~3문장이 이어진 복문이 많이 발견되는 반면, 작가들이 인터넷을 사용해 발표한 1990~2000년대 소설은 단문이 중심을 이룬다. 문어체에서 구어체 서술이 길어지는 것도 인터넷 세대인 2000년대 등단 작가의 특징이다. 이메일과 인터넷 대화가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작가의 역량을 떠나 짧은 글에 익숙한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쓰다 보면 자연히 문장을 짧게 쓸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이택광(경희대 영미문화학) 씨는 최근 펴낸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가이드>에서 "인터넷 세대와 이전 세대가 글을 독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사유가 다르니 당연히 독해의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인터넷 세대는 문어체의 글을 잘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고 인터넷 세대의 독해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스마트 폰으로 보는 전자책, 스마트폰으로 쓰는 전자책은 독자의 독해 방식을 더 짧게 만든다. 당연히 스마트폰으로 유통되는 책은 이전 오프라인 책보다 짧은 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2000년대 초반 '휴대폰 소설'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2~3줄의 짧은 이야기를 매일 자신의 독자에게 전송하는 형식으로 연재하는 대중소설이다. 휴대폰 소설은 곧 출판계 한 장르로 인식됐고, 모바일로 유통되는 사진, 만화 등과 함께 전자책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