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Brick 벽돌, 한국 근대를 열다> 전

번사창
세계의 모든 마천루, 문명의 모든 랜드마크도 초석(礎石)으로부터 시작했음을 일깨우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남 김해에 위치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전이다.

인류사의 가장 오래되고 편재한 건축재인 벽돌을 다시 보는 자리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말처럼 건축이 "벽돌 두 장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음으로써 시작되는 것"이라는 소박하고 경건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벽돌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다룰 수 있는 도구로써 문명을 구성해 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시는 1880년대부터 1945년까지 지어진 벽돌 건축물을 재조명하는데, 이에 대한 자료들은 자생적인 문화와 서양 문물이 어떻게 만나고 얽히며 근대를 형성했는지를 증언한다.

최초의 근대식 무기 공장인 , 근대 교육의 효시인 배재학당, 신여성 교육 기관인 부산진 일신여학교 등 근대 문화의 시발점이자 중심지였던 장소들은 모두 벽돌 건물이었다. 명동성당과 전동성당 등은 그 자체가 당시 한국사회에서의 서양 종교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개항 이후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은 근대정신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전시는 벽돌의 과거뿐 아니라 현재를 짚고, 그 연속성을 살리는 미래를 제안하는 데까지 이른다. 최근 근대건축물을 문화재로 보존하는 데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근대성과 현대적 쓰임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리노베이션한 동아대학교박물관과 인천아트플랫폼,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등은 모범 사례로 제시된다.

인천 아트플랫폼
나아가 벽돌을 모티프로 한 회화, 공예, 설치, 사진 등의 예술 작업들이 전시되어 건축자재일뿐 아니라 삶의 재료로서의 벽돌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는 연유가 있음을, 땅과 자연 그리고 그것을 자재 삼은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그 기원임을 말한다. 역사와 삶의 본래 모습을 잊고 허겁지겁 위로 오르기에 바쁜 스펙터클과 바벨탑의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값진 전시다.

전은 8월 15일까지 열리며 전시 기간 내 벽돌 쌓기, 근대건축 모형 만들기, 벽돌을 이용한 공공 퍼니처, 벽돌건축의 역사적 의의와 그 친환경적 성격을 설명하는 세미나와 탐방투어 등의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055-340-7000.


세계의 벽돌
동아대 박물관
명동성당 모형
전주 전동성당
덕수궁 중명전
유정현 작가의 설치 작업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