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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 장밋빛 미래인가

[디지털시대의 생존전략]
기술발전의 편리함 즐거움 이면에 게임중독, 현실도피 등 부작용도
  • 프랑스 테마파크인 '퓌튀로스코프'
    (Futuroscope)에서 증강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넷파라치, 디지털 스나이퍼, 디지털 컨버전스, 사이버 페스트, 스마트 몹, 스트라이샌드 효과, 스몰 브라더, 유령 진동 증후군… 익숙한 단어들의 조합임에도 그 뜻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이들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디지털 현상들이다.

가상현실게임 '세컨드 라이프'의 창립자인 필립 로즈 데일은 "과학기술의 부작용은 더 나은 과학기술이 채워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고립된 현대인을 연결시켜준다는 '세컨드 라이프'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상의 아기에 정신이 팔린 젊은 부부가 자신들의 진짜 아이를 굶겨 죽인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기혼자들이 가상세계에서 애인을 사귀고 결혼까지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컨드 라이프'에서 돈을 내고 가상 세계의 집을 분양받은 이들이 소유권을 침해당했다며 집단 소송을 걸었다. 윤리문제에서 경제문제까지 과학기술의 병폐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증강현실로 키우는 애완동물 '아이펫'(소니 엔터에인먼트)
인터넷부터 모바일,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환경과 이로부터 비롯된 잘못된 습관들은 우리가 의식할 겨를도 없이 급속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언뜻 한없이 편리하고 흥미진진해보이는 이 디지털 세상에는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의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들이다. 스마트폰은 분명 우리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해주지만 그 편리함이라는 이면에는 순기능 못지않은 역기능 또한 숨겨져 있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는 "지나친 애플리케이션 사용은 결국 가족간의 대화 감소, 게임 중독, 현실 도피, 사회성의 결여 등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하며, "무엇이든 너무 지나치면 해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애플리케이션이 우리 삶에 피해를 주는 단계에까지 이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최근 출간된 <디지털 생존교양>은 본격적인 디지털 사회 진입에 앞서 장미빛 미래만을 바라보는 여론의 반대편에서 위험 요소를 지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의 이론을 들어 디지털 사회에는 각각 '감시', '위험', '불안', '중독', '참여' 등 다섯 가지의 위험 요소가 일상화되고 구조화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게 됐다. CCTV로 인한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바코드로 인식되는 정보는 편리하지만 사용자의 흔적을 남겨 추적이 가능해진다. 개똥녀 사건이나 몇 해 전 촛불집회에서 시민을 구타하는 전경을 찍는 수백 개의 폰카메라는 우리 사회가 이미 삼엄한 감시사회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위험사회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글을 쓰고 돈을 옮길 수 있게 된 디지털 사회의 이면을 다룬다. 공유와 복제라는 인터넷의 두 매력은 '내 것' 역시 익명의 타인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의 다른 말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작권을 침해하고 침해당하고 있으며, 방심하는 사이에 계좌에 든 돈을 익명의 범죄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

  • 가상현실게임 <세컨드 라이프>
불안사회는 문화와 기술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지체 현상을 말한다. 테크놀로지는 이 순간에도 광속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 등 사회 시스템이나 문화는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디지털 시스템의 편리함에 지나치게 기댈 때 종종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운전 중 DMB 시청이나 문자메시지 사용이 그런 경우다. 또 한 번 유출된 개인 정보는 인터넷의 바다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유출한 본인을 불안에 떨게 하기도 한다.

중독사회와 참여사회는 최근 아이폰 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출현에 따라 급발전하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을 즉시 실현해주는 디지털 문화는 사용자를 쉽게 중독상태에 빠지게 한다. 참여사회는 집단지성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새로운 권력 안에서 소실되는 개인과 집단광기에의 위험성을 우려한다. 트위터로 대표되는 혁신적인 마이크로 블로그도 말 한 마디 잘못 썼다가 남도 해치고 자신도 망하게 되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음을 인지해야 한다.

종합하자면 디지털문화의 현란한 빛은 우리에게 좋은 점만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혁명의 선두그룹에 서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디지털 진보가 첨예해질수록 이를 둘러싼 디지털 병폐들도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초등학교에서의 네티켓 교육 프로그램, 인터넷 중독 치료학교인 레스큐 스쿨 등의 운영은 디지털 사회에 내재된 역기능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조차도 디지털 세계에서 현명하게 살아남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있어서는 회의적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가 디지털 문화가 필요악임을 시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간이 개발한 것들이 거꾸로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앞서의 <디지털 생존 교양>이라는 책의 제목은 자신들이 만든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디지털 피플들의 주객전도된 상황을 은유하고 있다.

전자미디어를 통한 통신수단의 발전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며 일찍이 불가능했던 새로운 동시성의 세계를 형성했다. 한때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줬던 할리우드 영화가 했던 역할을, 지금은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첨단 디지털 문화가 해내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인 Smule(오카리나 연주 소프트웨어)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하는 세계인의 현황을 보면 아이폰 사용자의 거주지는 세계의 주요 도시, 그 중에서도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이는 아직까지 이러한 첨단 디지털 기기가 세계 보편의 것도 아니며, 그래서 그것에 대한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의미이다.

디지털 기술은 분명히 우리 삶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준다. 핸드폰, 인터넷, 카메라, CCTV, UCC 등 디지털 기기들은 이제 하루라도 없이는 살 수 없는 현대인의 필수품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이런 환경에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은 그런 디지털 기기에 대해 냉철한 인식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디지털 부작용은 디지털 사용에 대한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때 찾아온다.

참고도서: <디지털 생존 교양> - 김원석, <디지털 네이티브> - 돈 탭스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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