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실용화 바람 타고 핸디북, 소형가전·음료 등 인기독특한 사이즈·모양, 깜찍 발랄한 디자인 개성표현 일조

엔젤우유
미국의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헨리 드레이퍼스는 "디자인이란 판매를 자극하는 제품의 미적형상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은 말없는 세일즈맨"이라고 말했다.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장 박암종 교수는 저서<세상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60인의 디자인 생각>(이하 디자인 생각)에서 헨리 드레이퍼스의 말을 인용해 "디자인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이제 기능이 뒤떨어져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드물어졌다. 소비자의 50% 이상이 제품의 형상, 즉 디자인으로 구입여부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답고 실용적인 형태의 제품들은 호기심과 욕구를 자극해 구매하고 싶은 충동을 유발한다. 디자인 하나로 제품 자체가 세일즈맨처럼 자신을 어필하기 때문이다.

헨리 드레이퍼스는 저서 <대중을 위한 디자인>을 통해 '굿 디자인'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드레이퍼스가 제시한 '굿 디자인'의 공식은 실용성과 안정성, 유지 보존, 원가, 판매 호소력, 외관이다. 박종암 교수는 이에 대해 인간공학(ergonomics)에 중점을 둔 드레이퍼스의 디자인으로 정의 내리기도 했다.

싸이닉 토탈 리틀 라인
박 교수에 따르면 드레이퍼스의 인간공학의 목표는 대중을 위한 디자인이다. 드레이퍼스를 통해 본격화된 이 인간공학은 인간의 신체적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의 작업 능력과 한계를 파악하고 작업을 생리적, 심리적인 여러 특성에 맞도록 조정하는 과학이라 할 수 있다.

인간공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건축이나 인테리어, 제품디자인에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디자인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안정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 디자이너는 성공한 것이라고 것.

핸디 사이즈의 디자인 또한 점점 개인화, 실속화 되어가는 대중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이런 제품들이 인간 생활에서 상호작용을 할 때 더할 나위 없이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진보할 것이다.

핸디 사이즈, 라이프스타일이 되다

회사원 최선경(여·29)씨는 아침 출근 시간을 이용해 독서를 즐긴다. 최씨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는 출근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다. 그는 사람이 많은 러시아워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삼성전자 포켓 UCC 캠코더
최씨는 "핸디 사이즈의 책들은 한 손 안에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볍기 때문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무게감이 없어서 핸드백 속에도 쏙 들어간다. 서서 읽어도 무리가 가지 않아서 좋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부터 출판계에서 모습을 등장한 핸디북은 당시 출시한지 6개월 만에 수십억 원 대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크기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해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지하철 역사 곳곳에는 2,000원 대의 핸디북 자판기가 구비되어 있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씨 또한 이 자판기를 이용해 <오프라 윈프리> 등 성공한 여성들의 자서전을 즐기는데, 최근에는 패션 잡지도 간편하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두산매거진은 지난 2008년부터 발행하는 패션 잡지 <보그걸> <슈어> 등을 핸디 사이즈와 함께 출간하고 있다. 가격도 2,000~1,500원 가량 저렴하다. 최씨와 같은 직장 여성들이 간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읽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영풍문고 측은 "핸디북은 베스트셀러나 자기계발서 등이 많고 20~30대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휴대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바비리스 초소형
최근 여가생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핸디북과 함께 핸디 사이즈의 제품들이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미 화장품 업계는 여행을 위한 패키지 상품들이 출시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싸이닉은 '토탈 리틀 라인'을 출시해 여성들에게 인기 아이템이 됐다. '토탈 리틀 라인'의 경우 토탈 클렌징, 모닝 클렌징 트리트먼트와 토탈 에센스 워터(이하 50ml), 스노우 허니마스크(30ml), 토탈 슈퍼 클리닉(20ml) 등 5가지 구성이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미니 상품으로, 운동이나 여행 시 여성들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와 오르비스는 미니 패키지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기본 스킨 라인으로 미니 패키지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 중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각 패키지를 접할 수 있어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크리니크도 핸디형 사이즈로 휴대하면서 덧바르기 편리한 자외선 차단제를 내놓았다. '크리니크 선 SPF45 타게티드 프로텍션 스틱'은 스틱 형태로 되어 있어 쉽게 피부에 바를 수 있고, 무게감도 나가지 않아 간단하게 수영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싸이닉 측은 "최근 여가생활을 즐기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휴대하기 좋은 미니 상품을 출시했다. 정품 크기의 클렌징은 휴대하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요청도 있었다"며 "5가지의 클렌징 제품을 모두 사용해 볼 수 있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용 브랜드 바비리스는 최근 '컴팩트 시리즈'를 출시했다. 컴팩트한 디자인에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슬림 파워 제품으로 스트레이트와 웨이브 연출이 동시에 가능한 '유컬 디지털셋팅'과 컬링 연출을 도와주는 '버블 아이론', 컴팩트한 사이즈에 1400KW의 강력한 풍량을 자랑하는 핑크 컬러 드라이기인 '로맨스 드라이어' 등 헤어 연출에 필요한 3가지 필수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강력한 성능과 편의성, 스타일리시함은 젊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여성·싱글족을 위한 맞춤형 제품 눈길

필립스 블렌더
최근 여성들과 싱글족을 겨냥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핸디 사이즈는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2009년 우수디자인(GD)'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제품 중 삼성전자의 인체공학적 디자인 포켓 UCC캠코더 SMX-C10은 한 손에 쏙 들어가는 디자인과 촬영할 때 편리함을 극대화한 25도 앵글(Angle)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156g의 초경량 무게와 사이즈가 여성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전자제품이 핸디형을 좇아 점점 작아지고 가벼워지면서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회사원 김남국(30·남)씨는 싱글족으로 소형 가전제품의 마니아다. 혼자 원룸에서 살기 때문에 큰 제품이 필요 없는 게 당연하지만, 편리하면서도 기능적으로 우수한 소형 제품들에 놀라고 있다. 그는 전기밥솥, 청소기, 전기주전자, 오븐, 가스레인지, 커피 머신 등을 구비해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음식을 하더라도 소량으로 간단하게 하기 때문에 큰 제품이 오히려 낭비다. 사이즈가 작아 이동에도 편리하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아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성뿐만 아니라 싱글족을 겨냥한 소형 가전제품이 연이어 출시돼 생활가전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밥솥 등 1~2인 가구에 맞는 소형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선택 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 초 쿠첸은 3인용 전기보온밥솥(WJ-0301C)을 내놓았다.

미니 코카콜라
작은 사이즈이지만 죽, 케이크와 같은 웰빙 기능도 추가했으며, 바쁜 아침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쾌속 취사기능과 예약 취사기능 등 알찬 기능으로 싱글족에게 안성맞춤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7kg급 드럼세탁기 클라쎄(DWD-700WNM)는 국내 최소형 세탁기로, 물 사용량과 소비전력량도 크게 줄여 경제적이다.

필립스의 파워미니오븐(HD4496)도 크기는 작고 가격은 저렴한 반면, 대형 오븐만큼 우수한 성능을 갖춰 편리하게 요리를 할 수 있다. 필립스의 핸디형 미니블렌더(HR2011)도 소량의 재료를 빠르고 손쉽게 갈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디자인과 편의성이 강조된 제품들은 대학신입생이나 사회 초년생 등 싱글족을 위해 계속 진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주방가전제품의 주 고객층인 싱글족과 젊은 주부들이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시장 진출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 시장이 더 활성화 될 것"이라며 "소형 가전제품은 싱글족의 생활문화 속에 깊이 자리잡아 대중화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다

박 교수는 저서 <디자인 생각>을 통해 "디자인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이요, 디자이너는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힘이 시대의 트렌드를 이끄는 감성적 메커니즘으로 부각했다는 의미다.

필립스 미니오븐
사이즈가 점점 최소화 되면서 디자인 역시 주목받고 있다. 작은 사이즈에 맞게 깜찍하고 발랄한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개성을 살리는 데에도 일조한다. 최근 이런 동향을 빨리 파악하고 실행에 옮긴 업계가 바로 음료시장이다. 마치 유행처럼 손 안에 쏙 들어가는 제품들의 출시로 소비자의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코카콜라는 올 초 핸디 사이즈로 주머니나 가방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미니 코크를 출시했다. 기존 500ml에서 300ml로 크기를 줄여 휴대성과 편리성을 높였다. 미니 코크는 일본에서는 '베이비 코크', 중국과 대만에선 '버디 코크' 등의 애칭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 '미니 열풍'을 이끄는 중이다.

코카콜라 측은 "편리함과 트렌디한 이미지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미니 사이즈의 코카콜라가 출시됐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동할 때 무겁지 않아 유용한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유업계도 변신의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해 신세계 이마트는 동원데어리푸드와 공동으로 100ml 우유인 '' 3종(고칼슘&DHA·딸기맛·바나나맛)을 선보였다. 어린이들을 위해 한 번에 먹기에 적당한 크기로, 시장 세분화 분석을 통한 '골든키즈(Golden Kids)' 증가가 소용량 우유를 탄생시켰다. 아이뿐만 아니라 웰빙과 몸매를 지향하는 20대 여성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서울우유도 1000ml, 500ml에 이어 210ml 짜리 미니 패트병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이하 목장우유)로 소비자를 잡는데 성공했다. '목장우유'는 사이즈에 실용성을 더해 휴대하기 편리한 우유로 인식에 변화를 줌으로써, 아이를 둔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다.

쿠첸 3인용 밥솥
한 백화점의 유통관계자는 "음료수의 깔끔하면서도 발랄한 디자인이 최근 동향이다. '미니 트렌드'라고 할 정도로 손 안에 맞춤형 음료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패션 속에도 핸드 사이즈는 인기다. 실용성보다는 액세서리로 더 멋을 내는 클러치백은 여성들에게 필수 아이템이 됐다. 특별한 행사나 파티에 클러치백 하나로 패셔너블한 느낌을 살릴 수 있어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이즈는 작지만 다양한 색감과 형태, 질감 등이 패션을 한층 돋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핸디 사이즈 제품들은 작은 디자인이지만 의식주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또한 개인적인 성향이 짙은 현대인들에게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독특한 사이즈와 모양은 '나만 쓴다'는 심리를 작용해 대중의 입맛에 따라 점점 다양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레이저 프린터
후지필름 명함사이즈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