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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에 열광하는 미디어

[스타일은 문화다]
프로그램만 30여 편 넘어… 자기표현 방법론 제시, 천편일률 지적도
  • 스토리온 '토크&시티 4'
"자, 오늘의 스타일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TV를 켜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보면 우연히 한 번쯤은 듣고 지나가는 말이다. '스타일'이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들에게 아주 밀착돼 있다. 미디어는 대중의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미디어는 왜 이토록 스타일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가.

스타일을 좌지우지하는 미디어

회사원 김하영(28)씨는 지난 주말을 이용해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주변의 의류매장들을 다니며 쇼핑을 즐겼다. 얼마 전 한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로드숍들을 방문한 것이다.

김씨는 "실제로 가서 보니 방송에서 봤던 의상들이 판매되고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값이 저렴해 여러 벌 구입했다"며 "평일에 방송에서 보았던 장소들은 메모한 이후에 쉬는 날 찾아가 보곤 한다"고 말했다.

  • 온스타일 '데이트 쇼퍼'
현재 패션, 뷰티 등 라이프 스타일을 다룬 TV 프로그램들은 엄청 많다. CJ미디어(Mnet, 올리브TV, XTM 등)와 온미디어(온스타일, 스토리온 등) 등 거대 케이블 방송사와 더불어 동아TV, 패션N 등 패션 중심의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는 라이프 스타일 프로그램만 30편이 넘는다. 올해 신설된 라이프 스타일 관련 프로그램만 10여 편이다.

대중은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정보들을 얻는다. 패션과 뷰티, 푸드 등은 대중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인기 콘텐츠이다. 각 방송사가 이런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온스타일 <스타일 매거진>, 스토리온 <토크&시티>, 채널 올리브 <올리브쇼> 등은 3~5년 동안 장수하는 프로그램들로, 시청률 2%대 이상을 기록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온미디어의 한수경 대리는 "최근 케이블 채널들은 타깃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수입해 방송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은 패션, 뷰티 등의 스타일에서 전문가 못지 않은 안목을 갖추고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TV 의존도가 높은 실정에서 시청자들의 정보 수용도도 높은 편이다. 결국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방영되는 프로그램들은 한편으론"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패션에 있어서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콘텐츠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대중의 반응도 있다. 똑같은 스타일을 두고 한 쪽에선 '굿(good)'으로, 또 한 쪽에선 '베드(bad)'로 치부해 버린다.

이는 패션에만 치우친 프로그램의 방향성 때문이다. 방송계는 이런 과정이 시행착오를 거쳐 온전한 라이프 스타일을 그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스타일'에서 '라이프 스타일'로 가는 과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 온스타일 '패션 오브 크라이'
왜 스타일에 집착하는가

(사)한국의상디자인학회 이사이자 서울예술전문학교 패션예술학과장 이미옥 교수는 "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당연한 수순이다"고 말한다. 그는 선진국들이 밟아온 과정을 볼 때 패션 스타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화예술 속에서 스타일, 즉 패션 등이 화두로 떠오른 건 시대적 흐름을 통해서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중은 얼마 전까지 건축에 지대한 관심으로 쏟으면서 미디어까지 그에 집중했다"며 "최근 패션 스타일 쪽으로 그 흐름이 이어가고 있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는 대중문화예술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TV나 영화 등 영상매체와 더불어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대중의 욕구도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다. 대중의 욕구를 풀어줘야 하는 것 또한 미디어의 몫이라는 얘기다.

미디어가 이런 흐름에 합류하면서 '스타일'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됐다. 미디어는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생산하며 트렌드를 주도해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채널 올리브가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까지 만들어 '스타일 아이콘'을 선정하고 있다. 스타일을 평가해 시상하는 시대가 정말로 온 셈이다.

  • 스토리온 '마이페어레이디'
그러나 스타일을 평가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스타일리스트들에 의존하는 경향도 높아졌다. 이들은 미디어에서 인기 스타로 발돋움하며'스타일'에 대한 개념을 책으로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독자들은 '스타일'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을 책을 통해 접하게 된 것이다.

미디어가 스타일에 연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크&시티>의 이진민 PD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옷이라는 개념이 패션 혹은 스타일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며 "스타일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은 비주얼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니즈(needs)에 부합하는 방송가의 자연스런 피드백"이라고 설명했다.

예전 프로그램이나 서적이 단순한 정보의 전달에 그쳤다면 최근 미디어는 대중 속에 '스타일'이라는 개념을 불어넣으며 진화하고 있다. <토크&시티>는 시청자 대신 발품을 파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패션 오브 크라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패션 스타일의 능동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미디어가 스타일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개성 없이 1990년대를 살아왔던 대중에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도록 힌트를 주고 있는 셈이다.

이 PD는 "자신을 표현하기에 가장 편하고 알맞은 방법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트렌드를 똑같이 따라 한다고 해서 패셔너블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는 것은 너무 치우친 잣대는 아닐까?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애를 키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풍토는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망은 있으나 방법을 찾지 못했던 우리들이 진일보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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